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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은반 위의 백조' 박연준, "연아 언니의 표현력 배우고 싶어요"

기사입력 2011.07.21 08:5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발레의 고전곡이다. 일반인들의 귀에 익숙한 선율에 동작을 취하는 무용수들은 수 없이 많았다.

지난해 10월, 전국 피겨스케이팅 랭킹전에서 '은반 위의 백조'로 변신한 박연준(14, 연화중)은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동갑내기 유망주'인 김해진(14, 과천중), 박소연(14, 강일중), 그리고 이호정(14, 서문여중)의 뒤를 이었다.


2011 아스티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출전권도 획득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엔 나이가 어렸던 박연준은 국내대회에 전념했다. 같은 또래의 스케이터들 중, 유난히 긴 다리와 팔이 돋보이는 그는 어린 선수답지 않은 훌륭한 안무 소화력이 일품이다.

빼어난 표현력을 지닌 박연준은 주목해야할 피겨 유망주 중 한 명이다. 탄탄한 기본기와 스케이팅 스킬에 집중하고 있는 점도 그의 미래를 밝게 비추고 있다.

박연준은 다른 유망주들처럼 '피겨 여왕' 김연아(21, 고려대)의 모든 것을 본받고 싶어 했다. 특히, 김연아가 표출해내는 우아한 연기력에 감동을 받았다.

"(김)연아 언니의 프로그램 중,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인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를 가장 좋아해요. 섬세한 연기도 좋지만 앞으로 007같은 강렬한 연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발레 동작이 예뻤던 아이. 스케이터에 인생을 걸다

박연준의 어머니인 이정아 씨는 무남독녀인 딸에게 발레를 권유했다. 어릴 적부터 유난히 동작이 예뻤던 딸에게 발레를 권하는 주변인들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본인은 발레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것저것 시켜봤지만 큰 재미를 붙이지 못한 박연준이 정착한 것은 스케이트였다. 친구들을 따라 스케이트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피겨 스케이팅을 시작했다.



박연준은 당시 초등부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이호정, 김해진 등과 함께 성장했다. 큰 탈 없이 꾸준히 발전했지만 시련이 다가온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박연준은 이때 당한 부상으로 한동안 피겨 연습에 집중하지 못했다.

중학교에 진입할 때까지만 해도 박연준은 스케이터 이외의 길도 모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찾아온 시련을 계기로 자신의 숨겨진 열정을 찾았다. 이때부터 박연준은 스케이트에 자신의 인생을 걸기로 마음먹었다.

박연준의 첫 번째 목표는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었다. 또래 선수들이 태극마크가 달린 점퍼를 입은 모습을 볼 때 마냥 부러웠다. 꾸준하게 노력한 박연준의 결실은 곧바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국내랭킹전 여자 2그룹(만 13세 이상)에서 2위를 차지했다. '국내 여자 싱글의 간판' 곽민정(17, 수리고)에 이어 2위에 오른 박연준은 국가대표의 꿈을 이루었다.

박연준의 어머니인 이정아 씨는 "아이가 가장 잘하는 것이 스케이트라고 판단했다.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이러한 시련은 누구나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서 일어설 수 있었고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랭킹전을 마친 박연준은 한동안 허리 부상으로 고생했다. 또래들과 비교해 키가 큰 편인 그는 160cm를 훌쩍 넘었다. 신장이 커진 것도 문제가 됐지만 높게 구사하는 점프도 허리에 무리를 줬다.

박연준을 지도하는 조성만 코치는 "(박)연준이의 장점은 기초를 탄탄하게 쌓고 성장한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스케이팅 스킬과 기초이다. 이러한 토대가 이루어져야 질이 좋은 점프를 구사할 수 있고 컴포넌트 점수도 높게 받을 수 있다. 점프의 완성이 다소 늦어지더라고 스케일이 크고 질이 좋은 점프를 뛰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박연준은 현재 트리플 플립을 제외한 4가지 점프(토룹, 살코, 룹, 러츠)를 트리플로 구사할 수 있다. 에지 점프에 장점을 가지고 있는 박연준은 '룹' 점프가 가장 자신 있다고 밝혔다. 완성도 높은 플립도 완성해 ‘5종 트리플 점퍼’되는 것이 박연준의 새로운 목표다.



성장에 발목을 잡은 스케이트 부츠, 발에 맞는 신발을 찾는 것이 가장 시급


피겨 선수들이 애를 먹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스케이트 부츠 문제다. 자신의 발에 꼭 맞는 부츠를 신어야 제대로 된 점프를 구사할 수 있다. 또한, 부츠가 자주 무너지면 지속적으로 스케이트를 교체해야 하는 고충이 따른다.

현재 박연준의 가장 큰 고민은 부츠에 있다. 최근 키가 커지면서 부츠가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있다. 만만치 않는 부츠 값을 치르는 것도 문제지만 훈련에 차질을 주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

조 코치는 "현재 연준이는 모든 과정을 차근차근 밟으면서 올바르게 성장하고 있다. 랭킹전을 마치고 허리 부상이 왔지만 많이 완쾌됐다. 지금은 제대로 된 신발을 찾아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부츠로 고생하는 것은 비단 박연준 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스케이터들이 부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성장 속도가 느려지거나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박연준은 궁합이 잘 맞는 스케이트를 신고 하루빨리 빙판을 멋지게 활주 하는 것이 소망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확정, 도달해야할 목적지가 생기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되면서 한국 동계스포츠는 새로운 장을 열어가게 됐다. 특히, 성장하고 있는 어린 동계스포츠 종목 유망주들에게는 자신의 꿈을 이룰 궁극적인 목표가 생겼다. 박연준 역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환호성을 지른 유망주 중 한 명이다.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리게 돼 매우 기쁩니다. 아직 먼 미래지만 새로운 목표가 생기게 돼 더욱 열심히 하고 싶어요."

97년생인 박연준은 2018년이 되면 만 21세가 된다. 박연준을 비롯한 ‘97년생 국가대표’들은 2014년 소치 올림픽과 평창 올림픽에 모두 도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몸 관리를 잘해 오랫동안 현역 선수로 활동하고 싶다고 밝힌 박연준은 "평창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박연준이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본 프로그램은 김연아의 올림픽 쇼트프로그램인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다. 강렬한 연기를 펼친 김연아의 모습에 깊은 신상을 받은 그는 올 시즌 롱프로그램 곡으로 '록산느의 탱고'를 선택했다.

록산느의 탱고는 김연아가 '2006-2007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선보인 프로그램이다. '백조의 호수'로 우아한 연기를 시도했던 박연준은 강렬한 연기에 도전하게 됐다.

이번 작품의 안무는 '피겨의 전설' 미셸 콴(미국)의 친 언니인 캐런 콴이 담당했다. 캐런 콴은 김연아의 코치인 피터 오피가드의 부인이기도 하다. 콴은 지난해부터 박연준의 안무는 물론, 의상까지 담당하고 있다.

"캐런 콴 선생님은 안무를 매우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주세요. 쇼트프로그램은 지난 시즌과 동일한 백조의 호수를 연기할 예정이고 새로운 롱프로그램은 탱고를 선택했습니다."

김연아에 큰 영향을 받은 박연준이 가장 좋아하는 남자 선수는 스테판 랑비엘(26, 스위스)이다. '김연아 아이스쇼'의 단골 출연자로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랑비엘은 화려한 스핀과 무대 퍼포먼스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눈앞에 다가온 주니어 대표 선발전, 그랑프리 출전도 중요하지만 서두르지 않겠다


현재 박연준은 다음 달 초에 열리는 '2011-201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견 선발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자 싱글의 경우, 3명이 주니어 그랑프리시리즈에 출전할 수 있다. 1,2위는 2번의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3위는 한 개 대회에 초청을 받을 수 있다.

5명의 97년생 여자 싱글 국가대표(김해진, 박소연, 이호정, 박연준, 조경아)는 모두 주니어 그랑프리 파견 전에 도전한다. 현재는 '국내 피겨 챔피언'인 김해진과 지난 시즌 종합대회 2위에 오른 박소연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모두 성장 중인 선수임을 감안할 때,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박연준 역시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반드시 출전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고 차근차근 성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른 유망주들처럼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박연준의 궁극적인 꿈이다. 피겨 선수로서 좋은 신체조건을 지닌 그는 점프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올림픽에서 반드시 메달을 따는 것보다 큰 무대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제 꿈입니다. 기본기를 더욱 탄탄히 익히고 점프를 완성해 지금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박연준을 비롯한 상당수의 유망주는 점프만이 아닌 스케이팅과 기본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한국 피겨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사진 = 박연준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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