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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역사 쓴다' EPL 최초 여성 주심 '좌충우돌 인생사'…"니가 하든가?" 한 마디에 여기까지

기사입력 2023.12.17 11:12 / 기사수정 2023.12.17 11:12

이태승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오는 24일(한국시간) 축구 종가 잉글랜드에 새 역사가 펼쳐진다. 잉글랜드 1부리그가 시작된 1888년 이후 최초로 여성이 프리미어리그(1부) 주심을 맡는다.

이 여성 심판은 레베카 웰치로 지난 2010년부터 심판을 시작한 13년 경력의 베테랑 심판이다. 웰치는 지난 2021년 리그2(4부) 최초 여성 심판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심판계의 역사를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40세 웰치에게 많은 관심이 쏠리며 그녀가 '유리천장을 부순 인간 승리'로 각광받는 가운데 그의 흥미로운 커리어가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16일(한국시간) "웰치가 '실수로' 심판직에 뛰어들었다가 모든 기록을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웰치는 원래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사업서비스관리 분야에서 근무하던 평범한 영국인이었다. 그러나 그가 지역 축구팀에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커리어 방향이 완전히 바뀌게 됐다.




웰치는 심판직을 수행하게된 계기가 '말실수'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녀는 당시 지역 축구 대회에서 심판을 보던 유럽축구연맹(UEFA) B등급 심판 린지 로빈슨에게 불만을 토로하며 "심판은 너무 쉬운 것 같다. 매번 오심을 내린다"는 말을 했다고 고백했다. 이에 로빈슨은 "네가 한 번 해보던가?"라고 제안했고 덜컥 심판직에 도전하게 됐다.

웰치는 처음 심판에 입문할 때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깊게 파고들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경기를 관장하겠다는 마음가짐은 없었다"며 "그냥 수업을 좀 듣고 축구 규칙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섯 경기를 심판으로 뛴 후 축구 선수가 아니라 심판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고 밝혔다. 심판에 '푹' 빠진 셈이다.

그는 2010년부터 심판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NHS에서 본디 하던 업무를 멈추지는 않았다. '투잡'을 뛴 셈이다. NHS 또한 그녀의 커리어를 응원하며 그녀가 승급해 더 큰 경기를 관장할 때마다 그녀의 '출장'을 흔쾌히 보내줬다.

웰치는 "NHS는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며 "난 NHS에서 매일 일해 UEFA 경기를 관장하려면 일찍 퇴근하거나 아예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도 많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난 한번도 잉글랜드축구협회에 '일 때문에 심판을 볼 수 없다'고 말해본 적이 없다"고 전하며 NHS의 사려깊은 행동에 감사를 표시했다.




다만 심판의 등급이 올라갈수록 다루는 경기의 수준이 높아지고 더 이상 일을 병행하면 안되는 상황까지 치닫게 됐다. 결국 그는 17년간 근속했던 NHS를 떠나 2019년 전업 심판으로 노선을 바꿨다. 그럼에도 NHS에서의 생활이 즐거웠는지 그는 "언젠가 심판을 은퇴하면 다시 NHS로 돌아가길 바란다"며 전 직장 배려에 화답했다.

웰치 커리어가 '꽃길'은 아니었다. 프로축구 특성상 심판에게 항의하거나 선을 넘는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흔치않은 여성 심판인지라 웰치 또한 수많은 모욕에 시달려야했다. 당장 지난달 웰치가 주심을 맡았던 잉글랜드 2부리그 챔피언십 경기서도 17세 소년 두 명이 그를 향해 여성혐오적인 노래를 불러 경찰이 두 청소년을 체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웰치는 이를 모두 견뎌냈다. 그는 "항의하는 것과 모욕을 주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며 선수들은 자신을 존중한다는 견해를 전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주말마다 심판을 보면 전후반 내내 욕만 먹고 오는 줄 안다"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난 선수들에게 존중받는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실력은 물론이고 강인한 성품까지 인정받은 웰치는 지난 11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풀럼간의 2023/2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경기서 대기심 역할을 맡아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최초의 여성 심판이 됐다. 오는 24일 번리-풀럼 18라운드 경기로 주심까지 성취하게 됐다.

한편 이런 기록적인 데뷔에 많은 프리미어리그 감독들도 찬사를 보내고 있다.

첼시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15일 기자회견에서 "프랑스에서 감독을 할 때도 '스테파니 프라파르'라는 여성 심판이 있었는데 매우 실력이 좋았다"며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그 사람의 능력이 중요하고 그것이 잘 반영되는 것 같아 매우 기쁘다"고 전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에디 하우 감독 또한 "매우 놀라운 순간"이라며 웰치의 성공적인 데뷔를 기원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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