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삼성동, 조은혜 기자) "2등의 품격을 위해서죠."
KIA 타이거즈 박찬호는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했다.
올 시즌 박찬호는 올 시즌 130경기에 나와 136안타 3홈런 52타점 73득점 30도루, 타율 0.301을 기록했다. 다소 아쉬움이 남는 마무리였다. 시즌 중반에도 잠시 공백이 있었으나 빠르게 회복해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박찬호는 정규시즌 단 10경기를 남기고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박찬호는 10월 4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1번타자 및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팀이 2-3으로 끌려가던 5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 이선우의 2구 투심 패스트볼에 팔뚝을 맞았다. 박찬호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동해 검진을 받은 결과 뼈가 부러졌다는 진단을 받았고, 5일 재검진에서도 같은 결과를 받고 7일 수술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훌륭한 성적이었지만 그래서 더 아쉬움이 컸다. 시상식을 앞두고 만난 박찬호는 " 확실히 '쟤는 어디 안 다치냐' 할 정도로 안 다치는 게 나의 장점이었는데, 야구가 잘 되니까 다쳐버리더라. 그게 너무 아쉬웠고, 또 안 다쳤으면 얼마나 더 좋은 성적을 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러모로 부상이 너무 아쉬웠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날 박찬호는 자신의 수상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오지환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었다. 29년 만의 LG 트윈스의 우승을 이끈 오지환은 올 시즌 정규시즌 126경기에 출전해 113안타 8홈런 62타점 65득점 타율 0.268을 기록했다.
박찬호는 마음을 비운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시상식에 참석했다. 박찬호는 "원래 처음에는 올 생각이 없었는데, 급하게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묻자 박찬호는 "2등의 품격을 위해서"라고 미소 지었다.
그는 "사실 한 번쯤은 구경 와 보고 싶었다.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한다. 계속 언급됐던 선수로서, 이렇게 자리를 빛내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이런 시상식장의 풍경이나 이런 것들이 궁금하기도 했다. 나도 언젠가는 수상자로 와야 한다"고
지난달 27일 열린 KBO 시상식에서 나란히 수비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박찬호였다. 당시 수비상을 받았던 박찬호는 "초대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얻게 돼 영광스럽다. 믿음으로 나를 이끌어주시는 코치님과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우리 가족에게도 고맙고 사랑한다"면서 "늘 우러러 보는 선배와 함께 상을 받은 것도 영광이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박찬호는 이날도 "오지환과) 그냥 같이 언급되는 것만으로 너무 좋다. 몇 달 내내 계속 언급이 됐지 않나. 이제 나도 좀 내가 생각하던 그런 선수에 한 발 다가섰다, 그런 느낌을 받고 있다. 지금 이 자체만으로도 너무 즐겁다"고 얘기했다.
오지환도 박찬호의 참석에 박수를 보냈다. 오지환은 "경쟁을 같이 하고, 이렇게 와 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내가 내년에 받지 못하더라도, 나도 올 수 있을 정도로 해보겠다"고 얘기했다.
한편 2023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선정 투표는 지난달 29일 오전 10시부터 12월 1일 오후 3시까지 실시됐다. 투표인단은 올 시즌 KBO리그를 담당한 취재기자와 사진기자, 중계방송사 PD, 아나운서, 해설위원 등 미디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선정됐다.
골든글러브는 투수, 포수, 지명타자를 비롯해 1루수, 2루수, 3루수, 유격수, 및 외야수 3명까지 총 10개 부문의 주인공들에게 수여된다. 수상자는 2023 시즌 각 포지션의 최고 선수를 상징하는 골든글러브와 함께 500만원 상당의 ZETT 용품 구매권을 부상으로 받으며, KBO 리그 공식 스폰서인 신한은행에서 제공하는 선수 맞춤형 자산관리 상담 서비스와 함께 소정의 기념품도 받게 될 예정이다.
사진=삼성동, 고아라 기자, 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