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토트넘 부진의 빌미를 제공했던 수비수가 드디어 돌아온다.
팬들은 그에게 다신 악성 태클로 팀을 망치지 말라고 주문하면서도 한 선수에게만큼은 예외를 허용했다.
레드카드를 받고 한달간 토트넘 공식전에 나서지 못했던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돌아온다.
토트넘은 오는 8일(한국시간) 오전 5시15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2023/2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홈 경기를 치른다.
초반 10경기에서 8승 2무로 무패행진을 달리던 토트넘은 이후 첼시전, 울버햄프턴전, 애스턴 빌라전을 연이어 패해 순위가 1위에서 6위까지 추락했다. 다행히 지난 4일 맨체스터 시티 원정에서 난타전 끝에 3-3으로 비기고 승점을 모처럼 따내면서 5위에 자리잡았다.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우승팀으로 이번 시즌엔 유로파리그에 나서는 웨스트햄도 만만치 않다. 승점 21을 기록하며 9위에 오른 상태다.
이번 시즌은 지난 시즌 유러피언 트레블(3관왕) 맨체스터 시티가 최근 3무1패에 그치며 4위까지 추락하는 등 상위권이 대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맨시티와 승점 3점 차인 토트넘은 웨스트햄전을 이겨야 다시 4강 싸움, 더 나아가 선두권 재진입이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로메로의 복귀는 토트넘 입장에서 '천군만마'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로메로는 당시 전반 중반 같은 아르헨티나 미드필더 엔소 페르난데스를 거친 태클로 가격했다. 비디오 판독(VAR) 뒤 퇴장 조치됐다. 프리미어리그 규정에 따라 이후 3경기를 건너 뛰었다.
레드카드는 당연한 처벌이었으나 토트넘 입장에서 로메로 공백은 컸다. 에릭 다이어, 벤 데이비스, 에메르송 로얄 등 백업 혹은 다른 포지션 선수들이 메웠으나 수비 불안은 여전했다. 로메로가 쫓겨난 뒤 4경기에서 토트넘은 1무 3패에 그치는 중이다.
다행히 로메로는 그 기간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에 뽑혀 2026 월드컵 남미예선 우루과이전, 브라질전을 치렀다. 우루과이전에선 0-2로 참패했지만 브라질을 1-0으로 누르면서 아르헨티나도 자존심을 세웠다. 특히 브라질전에서 로메로가 맹활약했다.
이제 다시 토트넘 센터백으로 돌아오는 로메로를 볼 시간이다.
토트넘을 이끄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로메로의 출전을 시사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6일 구단 훈련장인 런던 토트넘 홋스퍼웨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를 천명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크리스티안 (로메로)은 활용 가능하다"며 "공격수 히샤를리송도 뛸 수 있다. 다만 파페 사르는 훈련장으로 돌아왔으나 내일 뛰기엔 다소 촘촘하다. 일요일 경기(뉴캐슬전)는 가능하다"고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로메로와 벤 데이비스를 센터백 콤비로 구성할 전망이다.
기존 주전 센터백인 미키 판더펜은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으로 아직 재활 중이다. 에릭 다이어는 부상으로 훈련을 쉬어서 명단 제외가 유력하다.
로메로는 상대팀은 물론 훈련 때 같은 팀 선수들에게도 거친 태클을 과감하게 하는 등 훈련장에서도 '미친 수비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기량도 출중해 토트넘 입장에선 수비 안정에 많은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팬들은 로메로가 오면서 토트넘의 방어선이 재정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따금 돌출 행동을 하는 로메로의 자제를 부탁한다.
다만 단 한 선수에겐 예외를 두는 해프닝도 일어나고 있다.
바로 지난달 27일 애스턴 빌라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맞대결에서 토트넘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가 상대 미드필더 매트 캐시에 치명적인 태클을 당하고 3개월 재활 판정을 받은 벤탄쿠르의 복수를 주문한 것이다.
벤탄쿠르는 모처럼 토트넘 셔츠를 입고 스타팅부터 나섰으나 많은 공간 패스와 볼 운반을 담당하며 공격형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이 부상으로 빠진 토트넘 중원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전반 22분 지오반니 로셀소의 골이 터진 뒤 보복성에 가까운 살인 태클을 당하고 전반 도중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전반 24분 돌파 과정에서 거칠기로 소문난 원정팀 수비수 매티 캐시의 거친 발목 태클에 걸려 넘어진 뒤 통증을 호소한 것이다. 심판은 위험한 반칙을 가한 캐시한테 경고를 꺼냈지만 그걸로 끝날 반칙이 아니었다. 벤탄쿠르 입장에선 간신히 벗어난 병원 신세를 다시 지게 만드는 치명적인 반칙이었다. 벤탄쿠르는 약간의 치료를 받고 다시 경기를 뛰기 시작했지만, 전반 30분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뛸 수 없다는 표시혔다.
벤탄쿠르는 지난 2월 레스터 시티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트리며 웃었으나 후반 15분 갑자기 무릎을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상대 공격 차단 뒤 발을 디디는 과정에서 무릎이 뒤틀렸다. 고통을 참지 못해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을 정도였다.
간신히 돌아와 치른 첫 선발 경기에서 다쳤으니 최근 토트넘의 힘든 상황과 맞물려 팬들의 캐시에 대한 분노가 들끓고 있다.
이는 팬들이 하드 태클러 로메로를 찾는 계기로 이어졌다.
토트넘 팬들은 구단 SNS에서 로메로가 훈련하는 영상을 본 뒤 "더 이상의 레드카드는 안 된다"면서도 "다만 다음 애스턴 빌라와의 경기에서 만큼은 예외를 두겠다", "다른 선수 죽이지 말라, 그러나 매트 캐시는 예외"라며 로메로에게 복수를 주문하고 있다.
토트넘 팬들의 울분을 풀어줄 적임자로 로메로를 꼽는 셈이다.
그 만큼 로메로를 기다리는 마음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사진=연합뉴스, 토트넘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