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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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행 결심 후 손편지 준비한 짐승…"김강민이 한참 동안 썼다고 하더라"

기사입력 2023.11.25 08:15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길지 않은 글이지만 한참 동안 썼다고 하더라"

지난 20일 오후부터 KBO리그 최대 이슈는 김강민의 거취였다. 한화 이글스가 2024 2차 드래프트 4라운드 지명권을 SSG 랜더스 소속이던 김강민 영입에 사용하면서 스토브리그의 모든 이슈는 김강민과 한화, SSG가 빨아들였다. 

SSG는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명단 35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김강민을 제외했다. 김강민에게는 이 사실을 미리 귀띔하고 양해를 구했다. 1982년생으로 내년이면 42세가 되는 김강민을 영입할 구단이 없을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을 했다.

김성용 SSG 단장은 2차 드래프트 종료 직후 "김강민은 사실 은퇴를 고민 중이라 다른 구단에서 지명하지 않을 줄 알았다. 자연스럽게 보호 선수 명단에서 빠진 건데 한화로 가게 된 부분은 우리도 충격적이다. 김강민의 이름이 호명돼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화는 진지했다. 10개 구단에서 가장 허약한 외야진 구성을 보강하기 위해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 수비 능력과 녹슬지 않은 타격을 갖춘 김강민은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였다. 내년 시즌 5강 도약을 위해서는 김강민의 존재가 꼭 필요하다고 봤다.



2차 드래프트 종료 후 김강민의 선택에 관심이 쏠렸다. 대형 FA 계약보다 김강민의 한화행이 역대 어느 스토브리그에서 일어난 이적보다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2차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키움 히어로즈로 떠난 최주환, 지난 20일 계약기간 4+2년, 총액 72억 원에 롯데 자이언츠에서 한화로 FA 이적한 안치홍보다 더 큰 관심을 받았다. 

김강민은 SSG의 전신 SK 와이번스에 2001년 입단해 올해까지 22번의 시즌을 함께했다. 1919경기 타율 0.274 1470안타 266홈런 674타점의 개인 기록을 남긴 것은 물론 SK의 이름으로 2007, 2008, 2010, 2018, SSG 유니폼을 입고 2022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었다.

2021년 SK 야구단이 신세계그룹에 매각돼 팀이 SSG로 바뀐 뒤에도 '짐승'의 활약은 변함 없었다. 김강민의 등번호 '0번'은 영구결번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SSG에서의 존재감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SSG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뒤 역대 최고령 시리즈 MVP까지 차지하며 베테랑의 힘을 보여줬다. 




SSG 팬들에게 김강민은 '레전드' 이상의 존재였다. 김강민 역시 '원 클럽맨'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적은 선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김강민이 올 시즌 1군에서 70경기 타율 0.226(137타수 31안타) 2홈런 7타점으로 성적이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SSG를 떠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숭용 SSG 신임 감독이 지난 21일 취임식에서 1982년생 최고참 김강민과 추신수의 거취에 대해 "아직 만나거나 통화한 적은 없지만, 두 선수의 판단을 존중할 것이고 (구단은) 거기에 맞춰갈 생각"이라고 답한 것도 의미가 없어졌다. 

SSG에서 김강민과 오랜 기간 동고동락했던 후배들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SSG 에이스 김광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김강민과 함께 찍었던 사진을 게재하며 "SNS는 인생에 낭비라지만 오늘은 해야겠다. 누군가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23년 세월은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잘가요 형... 아 오늘 진짜 춥네"라는 글을 남겼다.



SSG 외야수 한유섬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게 맞는 건가요?, (김) 강민이 형, 조만간 집에 갈게요"라며 착잡한 심경을 글로 전했다.

한화는 이 때문에 2차 드래프트 종료 후 김강민이 심신을 추스를 수 있도록 작은 배려를 했다. 손혁 한화 단장은 곧바로 김강민에게 연락을 취하는 대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김강민은 은퇴와 한화에서의 현역 연장 여부를 놓고 고심 끝에 내년에도 선수로 그라운드에 서기로 결정했다. 손혁 단장의 간곡한 설득에 어쩌면 자신의 선수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을 내렸다.

손혁 단장은 24일 '엑스포츠뉴스'와 통화에서 "25일이 보류선수 명단 제출 마감일이기 때문에 오늘 김강민에게 연락을 하면 선수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밖에 없어 23일 밤 늦게 전화를 했다"며 "내가 김강민을 설득하는 말을 했다. 김강민이 얘기를 듣고 생각을 좀 해보겠다고 했는데 대전 한화 사무실에서 만남이 이뤄졌고 내년에 우리 팀에서 뛰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또 "김강민이 한화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점과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이유들에 대해 충분하게 설명했다"며 김강민의 마음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강민도 내년 시즌을 한화에서 뛰기로 마음먹은 뒤 한화 구단 사무실에 자신이 직접 쓴 손편지를 챙겨왔다.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SSG 팬들에게 전하는 감사 인사와 한화에서 뛰게 된 각오를 전했다.



김강민은 한화 구단을 통해 공개된 손편지에 "사랑하는 팬 여러분. 23년 동안 원클럽맨으로 야구를 하며 많이 행복했습니다. 신세만 지고 떠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보내주신 조건 없는 사랑과 소중한 추억들을 잘 간직하며 새로운 팀에서 다시 힘을 내보려 합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라고 적었다.

손혁 단장은 "김강민이 자신의 심경이 담긴 손편지를 써왔고 우리가 김강민이 내년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된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할 때 함께 공개하게 됐다"며 "김강민이 길지 않은 글이지만 한참 동안 썼다고 얘기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사진=한화 이글스/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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