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노리치시티를 이끄는 다비드 바그너 감독이 성관계 영상 불법 유포 혐의를 받는 황의조를 계속 기용할 의사를 밝혔다.
바그너 감독이 24일(한국시간) 이틀 뒤 홈 캐로우 로드에서 열리는 퀸즈파크 레인저스와의 2023/24시즌 챔피언십리그(2부) 17라운드 맞대결을 앞두고 열린 경기 전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불거진 황의조의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황의조는 전 연인과 성관계 영상을 불법적으로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중국과의 2026 북중미(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개최)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2차전을 치른 뒤 곧바로 노리치 시티로 복귀한 상태다.
바그너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나온 황의조의 상황에 대해 "한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전체를 다 알 정도로 내가 가진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라며 "벤 내퍼 단장이 황의조, 그리고 에이전트와 이 상황을 다룰 것이다"말했다.
이어 "내가 판단하고 통제할 수 있는 건 경기장에서다. 황의조는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결국 마지막엔 내가 그가 나설지 결정할 것이고 지금은 필요한 모든 정보가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황의조의 출전을 막기 어렵다고 밝혔다.
황의조는 지난 18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21일 피해자 측은 '합의된 영상'이라는 황의조 측 주장을 정면 반박해 파장이 커졌다.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23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황의조와 피해자가 주고 받은 SNS 메신저 내용과 통화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다.
공개된 통화 내용에서 피해자는 황의조에게 "내가 싫다고 분명 이야기를 했고 그날도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황의조는 "찍었을 때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고 답변했다.
피해자가 "어찌 됐든 불법 촬영 행동을 한 건 너도 인정해야 한다. 근데 여기서 잘 마무리해주면 법적인 조치는 취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황의조는 "그걸(유포를) 최대한 막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통화와 더불어 공개된 메신저에서는 "너무 걱정하지 말라. 불법으로 촬영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유하고 있던 걸 도난당한 건 내 부주의다"라는 메시지를 황의조가 보내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황의조가) 처음 통화에선 반박하지 못하다가 그 후 갑자기 수습에 나서고 있다. 이는 불법 촬영이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 없다"라며, 황의조 측이 전날 '휴대전화를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촬영했고 상대 여성도 이를 인지하고 관계에 응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피해자 동의 구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셀프 유죄 인증'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황의조 사건은 지난 6월 한 네티즌은 자신이 황의조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하며, SNS를 통해 황의조와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과 사진 등을 공유하고 "황의조가 다수의 여성과 동시에 교제하면서 이들을 가스라이팅했다"는 주장까지 내세우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황의조와 황의조의 매니지먼트는 해당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과 함께 협박 메시지를 보낸 누리꾼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등이용 협박·강요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매니지먼트사 UJ Sports는 "당사는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 및 사생활 유출로 선수에게 피해를 입힌 점에 대해 대단히 규탄하는 바이며, 무분별한 루머 확산에 대해서도 함께 강력히 조치를 취할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2차 가해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18일 서울경찰청에서 황의조를 피의자로 전환해 조사를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다시 논란이 심화됐다. 황의조측은 지난 22일 2차 입장문을 통해 “피해 여성 신원이 노출될까 우려해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해왔다"며 "악의적인 의혹이 제기된다면 상대 여성과 같이 출석해 대질조사를 받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은 해당 입장문에 대해서도 "피해자에 대한 매우 심각한 2차 가해이자 명백히 피해자를 향한 협박과 압박"이라며 "이와 같은 범죄 행위를 반복하지 말 것을 경고하며 수사기관도 이와 관련해 조처해달라라. 필요하다면 고소장도 제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또한 영상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황의조 형수 A씨의 영장 심사 과정에서 A씨가 "황의조가 지인들과 불법적으로 촬영물을 공유했다"는 발언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또 "촬영물 유포 피해자가 한 명 더 있고 이 피해자는 유포와 관련해 황의조의 부탁으로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황의조 측은 피해자의 이번 통화내역 공개 이후 3차 입장문까지 내놓았다. 황의조 측은 "최근 황의조의 형수가 영상 유포자로지목되어 구속되고 이를 특정하여 광범위하게 언론에 유포가 되고 있다. 하지만 황의조는 지난 5년간 형과 형수의 헌신적인 지원 하에 선수생활에 전념 할 수 있었고, 형과 형수를 부모 이상으로 믿고 의지하고 있다. 형과 형수는 황의조의 외국숙소에 동거하며 식사 및기타 일상생활등 축구 외의 모든 부분을 뒷바라지 해왔다. 황의조를 음해할 어떠한 동기도 없는 사람들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황의조 선수와 가족들은 형수의 결백을 믿고 있고, 형과 형수는 황의조 선수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하여, 여전히 헌신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초 황의조 선수의 영상 유포에 대해 고소를 추진한 것이 형과 형수라는 점에서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무리한 억측은 삼가주시기 바란다. 이번 형수에 대한 피의사실 유포로 인해 형수의 친정 부모님들은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었고, 황의조 선수의 가족들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큰 충격에 빠져있다. 가정이 붕괴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조사 협조에 대해서도 "현재 황의조 선수와 가족들은 형수의 결백을 믿고 있고, 형과 형수는 황의조 선수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하여, 여전히 헌신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라며, "향후 수사기관의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여 무고함을 밝힐 것이며, 무리한 억측은 자제해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청하는 바입니다"라고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나온 황의조의 상황에 대해 "명확한 사실이 나오기 전까지는 진행 중인 사안일 뿐이다. 당장 문제가 있다, 죄가 있다고 할 순 없다. 그 전까지는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귀국 후 한국 취재진을 통해서도 "황의조는 우리 선수다. 아직까지 혐의가 입증되거나 아니면 혐의가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40년 동안 이제 축구 인생을 살면서 많은 일을 겪었다. 그때마다 추측성도 있었기에 혐의가 명확히 나올 때까지는 우리 선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옹호했다.
나아가 "좋은 선수다. 많은 것을 갖춘 선수라는 말도 하고 싶고, 아시안컵을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데 아시안컵까지 가는 이 준비과정에서 많은 득점을 올리고,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대표팀에서도 큰 활약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라며 향후 혐의가 밝혀지기 전까지 황의조를 활용할 의사를 내비쳤다.
진실을 향한 법정 공방은 장기전으로 향할 가능성이 커졌다. 양측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면서 황의조를 둘러싼 진실을 파헤치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는 사이, 황의조는 자신의 축구 인생을 이어나간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연합뉴스, 노리치시티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