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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기부하고 싶어요"…전준우가 먼저 제안한 옵션, 롯데 사랑 '진심'이었다

기사입력 2023.11.20 19:45 / 기사수정 2023.11.20 20:03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를 향한 전준우의 사랑은 '진심'이었다. 구단이 자신에게 보여준 배려에 스스로 먼저 1억 원이라는 큰돈을 쾌척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역대 가장 아름다운 FA 1호 계약으로 남게 됐다. 

롯데 구단은 20일 "전준우가 롯데와 4년 총액 47억 원에 계약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세부 내용은 보장금액 40억원, 인센티브 총액 7억원이다. 

전준우는 FA 계약을 마친 뒤 "특별히 우리가 최근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지 못했음에도 선수와 팬들을 위해 계속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시는 구단주님, 프랜차이즈 선수의 가치와 중요성을 항상 고민하시고 바람직한 팀을 만들기 위해 언제나 적극적이신 대표님, 저에게 비전을 제시해 주시고 자이언츠맨의 의미가 무엇인지 항상 일깨워 주시는 단장님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무엇보다 부산 홈팬들의 열정적인 사랑과 응원이 생각나서 이곳을 떠나서 야구한다는 상상을 하기가 어려웠다. 제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이곳에서 야구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롯데자이언츠 팬 때문인 것 같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남겼다.

전준우는 2008년 건국대를 졸업하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다. 올해까지 KBO리그 통산 15시즌 동안 1616경기 출전, 타율 0.300, 1812안타, 196홈런, 888타점을 기록하며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팀을 이끌어왔다.



1986년생인 전준우는 만 37세였던 올 시즌 전혀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138경기 타율 0.312(493타수 154안타) 17홈런 77타점 9도루 OPS 0.852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팀 내 유일한 규정타석 3할, 최다 안타, 홈런, 타점을 기록한 롯데 중심 타선의 핵심이었다.

롯데는 전준우의 기량과 경험, 리더십, 워크에식(work ethic) 등이 팀에 꼭 필요한 자산이라고 판단했다. 협상 과정에서 이 부분을 어필했고 은퇴 후 해외 지도자 연수까지 계약서에 명시하면서 전준우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전준우는 FA B등급으로 타 구단 이적 시 보호선수 25인 외 보상 선수 한명과 올 시즌 연봉의 100%(5억 원), 혹은 올 시즌 연봉의 200%(10억 원)의 보상금이 발생했지만 전준우를 원하는 구단은 적지 않았다.

실제로 몇몇 구단에서 전준우를 영입하고 싶다는 시그널을 보냈지만 정작 당사자가 관심이 없었다. 전준우는 구체적인 계약 조건도 들어보지 않은 채 롯데와 계약을 마쳤다.


롯데도 전준우에게 정성을 보였다. 전준우가 2019 시즌 종료 후 생애 첫 FA 자격을 취득해 롯데와 맺었던 4년 총액 34억 원(계약금 12억 원, 연봉 총액 20억 원, 옵션 2억 원)보다 더 규모가 더 큰 계약을 제시했다.



전준우는 2019 시즌 타율 0.301(545타수 164안타) 22홈런 83타점으로 리그 최정상급 우타자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도 당시 거액 투자를 꺼렸던 시장 분위기에 맞물려 대박 계약을 따내지 못했다. 

전준우는 계약 직후 구단을 통해 "롯데에 입단한 이후 많은 관심과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 롯데 팬과 두 번째 FA에도 지난 4년간의 성적과 미래 가치를 인정해 주신 신동빈 구단주에게 큰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며 "흡족한 금액에 계약한 만큼 롯데 프랜차이즈 선수로서, 팬들이 바라는 좋은 성적으로 기대에 부응하겠다"라고 계약 소감을 밝혔다. 

전준우의 이번 FA 계약 옵션에는 계약 마지막 해인 2027 시즌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있다. 옵션을 달성하는 성적을 기록하면 부산시와 롯데가 계획 중인 부산 신 야구장 건축에 1억원이 쓰여지도록 구단에 기탁하기로 했다.

1억원 기부는 전준우가 먼저 구단에 제안한 내용이다. 전준우는 롯데가 자신의 현역 은퇴 후 해외 지도자 연수를 약속한 부분에 고마움을 느꼈고 이에 화답하고자 신 구장 건축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통상 옵션 내용은 선수와 구단만 알고 있기 때문에 전준우의 2027시즌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둬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문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전준우가 FA 계약 과정에서 구단이 은퇴 후 해외 지도자 연수를 지원해 주겠다는 얘기를 듣고 신축 구장 건설에 기부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며 "구단도 전준우가 먼저 1억원 기부를 이야기해서 놀랐고 계약서에 이 부분을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전준우는 "내가 앞으로 건립 예정인 새로운 부산 야구장에서 선수로서 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도 "그러나 내가 사랑받고 보상받은 만큼 구단과 팬들을 위해 무언가 물질적으로도 기여해 보고 싶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구단과 상의해서 진행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구단이 저에게 좋은 계약을 안겨준 이유는 명확하다고 본다. 제 나이에 비해 건강하고 여전히 살아 있는 실력을 신뢰하셨고 저의 리더쉽으로 팀과 젊은 선수들을 이끌기를 바라신 것 같다. 당연히 그에 따른 책임감을 갖고 야구장에 서겠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팀이 가을야구를 다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내가 은퇴하기 이전에 우승을 꼭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전준우의 롯데 잔류로 김태형 신임 감독도 내년 시즌 전력 구상에서 한시름을 덜었다. 주전 2루수 안치홍이 계약 기간 4+2년, 총액 72억원에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사실은 적지 않은 타격이지만 전준우의 롯데에 남게된 건 분명 큰 힘이다.  

사진=롯데 자이언츠/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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