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도쿄, 유준상 기자) 짧지만, 강렬했다. 오원석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오원석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예선 2차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구원 등판,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오원석은 6이닝을 던진 선발 이의리의 뒤를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나왔다. 팀이 0-2로 끌려가던 7회말, 오원석은 첫 타자 사카쿠라 쇼고와의 승부에서 볼카운트 1-2에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1사에서 가도와키 마카토를 상대한 오원석은 볼카운트 1-2에서 중전 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리는 듯했다. 그리나 노무라 유키를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았고, 오카바야시 유키의 포수 뜬공으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8회말에 앞서 최준용에게 마운드를 넘겨주면서 임무를 마쳤다.
경기 후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댚팀 감독도 "한국의 투수들이 영상으로 봤던 것보다 상당히 어려웠던 것 같다"며 선발 이의리뿐만 아니라 구원 등판한 투수들도 높이 평가했다.
오원석은 18일 대만과 예선 3차전을 앞두고 "첫 등판이었는데, 그래도 한시름 놓지 않았나 싶다. 포스트시즌과 비교하면 비슷하면서도 국가를 대표해 출전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긴장감이 느껴졌다"며 "팀이 패배해서 너무 아쉽긴 한데, 그래도 내가 마운드에 올라갔을 땐 우리 팀에게 아직 기회가 남은 상태였던 만큼 최대한 점수를 주지 않으려고 생각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국내 유일의 돔구장인 고척돔에 비해 마운드의 높이가 높다는 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생각이지만, 오원석은 체감할 겨를이 없었다. "마운드의 높이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그냥 투구하는 데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큰 문제는 없었다"고 돌아봤다.
성적을 떠나서 도쿄돔 마운드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오원석은 "일본 야구의 성지나 같은 곳에서 등판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영광스럽고,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이기 때문에 그냥 좋은 것 같다"며 "솔직히 속으로는 주자가 없을 때 등판하는 게 편하긴 했는데, 경기 전 마운드에 올라가는 등 계속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오원석은 경기 이후 '소속팀 선배' 김광현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경기에 대한 얘기는 많지 않았다. 그는 "선배님도 내 투구를 보셨다고 하더라. 그냥 잘했다고 말씀해주셨고, 그 이후에는 다른 얘길 하면서 전화를 끝냈다"고 웃었다.
오원석은 훈련이 진행될 때마다 '고등학교 2년 선배' 신민혁과 붙어다닌다. 소속팀은 다르지만, 두 선수는 같은 학교(야탑고등학교) 출신이기에 서로를 잘 안다. 오원석은 "학교 다닐 때부터 원래 친했고, 잘 챙겨줬다. 그래서 (신)민혁이 형이 항상 돌고 돌아서 만난다고 했는데, 이렇게 대표팀에서 만나게 돼 더 좋은 것 같다"며 신민혁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당초 선발 후보로 오원석은 호주전 문동주-일본전 이의리-대만전 원태인-결승전 또는 3위 결정전 곽빈으로 선발진이 꾸려지면서 불펜에서 힘을 보태게 됐다. 그러다 보니 언제든지 출격 대기를 해야 한다. 부담은 없을까.
오원석은 "불펜투수들은 항상 그런 부담을 안고 가는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경기 상황을 보면서 언제쯤 내가 마운드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그것에 맞춰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면 된다. 등판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데, 아예 준비가 안 된 상태보다는 어느 정도 대비를 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한국은 18일 대만을 상대로 승리를 차지한다면 이튿날 일본과 결승에서 리턴매치를 치를 수 있다. 오원석은 "어느 팀이든 다 상관없고, 당연히 우리 팀이 오늘 이겨서 19일 오후 7시에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오전 11시에 경기를 한다면 너무 힘들 것 같다. 무조건 이겨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도쿄, 유준상 기자, 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