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현석 기자) 에버턴은 이번 승점 삭감 징계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6번째 승점 삭감 경험 구단이 됐다. 다만 FFP(재정적페어플레이)로 삭감된 것은 에버턴이 처음이다.
프리미어리그는 1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독립위원회는 프리미어리그 수익성 및 지속 가능성 규정(PSR)을 위반한 에버턴에 즉시 승점 10점 삭감을 부과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당초 이번 징계를 앞두고 에버턴의 입장에 대해선 "에버턴은 규칙을 준수했다고 강조하면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된 면제 조치들이 그들의 잘못을 벗겨줄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입장을 '강력하게 방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라고 전해졌었는데, 에버턴의 방어는 일차적으로는 큰 효용을 보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는 매년 PSR 규정(Profitability and Sustainability Rules)통해 각 구단들의 규칙 준수 여부를 평가한다. 일반적으로 구단이 직전 3년간 발생한 세전 이익 합계를 결산해 평가하는데, 해당 기간 1억 500만 파운드(약 1687억원)를 초과하는 손실이 발생할 경우 규정 위반으로 조사 및 처벌을 받게 된다.
에버턴은 지난 3년간의 손실과 이익을 조사받는 과정에서 1억 2450만 파운드(약 2001억원)의 손실일 발견됐고, 프리미어리그는 에버턴의 손실이 지나치게 크가도 판단해 승점 10점 삭감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프리미어리그는 "우리는 에버턴을 상대로 이의를 제기했으며, 올해 초 이 사건을 독립위원회에 회부했다"라며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에버턴은 2021/22시즌이 끝나는 기간에 PSG 규정을 위반했다는 걸 인정했지만 위반 정도에 관해선 여전히 논쟁이 여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징계로 에버턴은 FFP(재정적페어플레이) 규칙을 위반해 승점을 삭감 당하는 최초의 프리미어리그 팀이 됐다. 지난 2019년 3월에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에서는 버밍엄 시티가 FFP 위반으로 승점 9점이 삭감됐으며, 지난 2021년 11월엔 더비 카운티가 승점이 무려 21점이나 삭감되는 징계를 받았다.
프리미어리그도 그간 승점 삭감 징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챔피언십에서 몇몇 사례가 있었던 것과 달리 FFP로 승점이 삭감된 것은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에버턴이 유일하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18일(한국시간) "30년 전 맨유와 아스널의 승점 삭감과 이후 에버턴의 승점 삭감"이라며 과거 승점 삭감 사례들에 대해 보도했다.
데일리메일은 "에버턴은 잉글랜드 1부 리그 역사상 6번째로 승점을 박탕당한 구단이 됐다. 구단은 이에 항소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맨유와 아스널이 직면했던 것처럼 승점 박탈은 최초의 사례가 아니다. 두 팀은 재정 규정 위반이 아닌 경기장 내 난투극으로 인해 중징계를 받았다"라고 전했다.
맨유와 아스널은 과거 1990년 10월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리그 경기 당시 양 팀 선수들 간의 집단 난투극이 발생해서 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경기 중반 아스널 수비수 나이젤 윈터번이 맨유 선수 데니스 어윈에게 강한 태클을 가했고, 이것이 시작이 되어 총 21명의 선수가 난투극을 벌이는 상황이 연출됐다. 일부 선수들이 이를 말리려고 했지만, 혼란만 가중됐고, 팬들도 이를 지켜만 봐야했다.
결국 경기 후 두 팀은 승점 감점과 함께 5만 파운드(약 8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됐으며, 난투극에도 불구하고 이날 경기에서 레드카드는 나오지 않았다. 당시 아스널은 승점 2점을, 맨유는 승점 1점을 박탈당했다.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최초의 승점 삭감 사례는 무려 100년 이상 전이 1890/91 시즌 선덜랜드였다. 선덜랜드는 당시 미등록 선수를 출전시켜 승점 2점을 박탈당했다. 미들스브러의 경우 1996/97 시즌 당시 경기를 소화하지 못해 승점 3점을 삭감당했으며, 2010년 3월에는 포츠머스가 구단 파산 신청과 직원 임금 체불 문제로 승점 9점을 잃으며 챔피언십으로 강등당했다.
승점 삭감을 당했다고 취소된 사례도 있었는데, 주인공은 바로 토트넘이었다. 매체는 "토트넘은 1994/95 시즌을 앞두고 재정적 범죄로 인해 12점 감점을 지시 받았지만, 나중에 취소됐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토트넘은 어빙 숄라 회장 시절 부정선수 영입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는데, 해당 혐의가 유죄 선고를 받으며 60만 파운드(약 9억 6000만원) 수준의 벌금과 함께 FA컵 출전권 박탈, 승점 12점 삭감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다만 당시 토트넘을 이끌던 앨런 슈가 회장의 항소로 추가 벌금을 내고 승점 삭감과 FA컵 진출권 박탈 징계는 피할 수 있었다.
이런 여러 사례와 함께 에버턴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초로 FFP를 위반해 승점을 삭감당한 구단으로 기록이 남게 됐다.
에버턴은 이번 승점 삭감 이후 슈퍼컴퓨터가 예상 순위를 공개했는데, 우려와 달리 예상 강등권에 포함되지 않았다. 영국 매체 더선은 18일 "에버턴이 10점 감점당한 이후 2023/24 시즌 프리미어리그 예상 순위"라며 슈퍼컴퓨터가 예측한 최종 순위를 공개했다.
더선이 공개한 순위에서는 에버턴이 이번 징계로 현재 19위까지 추락했음에도 17위로 시즌을 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슈퍼컴퓨터는 에버턴 대신 현재 20위, 19위, 17위에 자리한 승격팀 번리, 셰필드 유나이티드, 루턴 타운이 강등당할 것이라고 점쳤다.
더선은 "다만 에버턴이 이제 강등 위기에 처해있기에 이들의 최고 스타 중 일부가 이적을 고려할 수 있다"라며 1월 이적시장에서 에버턴 선수들이 이탈한다면 예측과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편 에버턴의 규정 위반이 징계로 일단락되면서 비슷한 혐의로 조사를 받는 맨체스터 시티와 첼시도 두려움에 떨게 됐다.
영국 매체 더타임스는 17일 "맨시티와 첼시의 강등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라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맨시티와 첼시에게 잠재적으로 매우 나쁜 소식이다. 에버턴은 프리미어리그 규정을 단 한 건 위반한 것에 대해 제재를 받았지만, 맨시티는 무려 115건의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첼시도 아직 조사 중이지만, 새 구단주가 이전 구단주 시절 리그 규정을 위반하며 거액을 지급한 사실을 직접 신고한 만큼 혐의 적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두 구단도 강력한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에버턴에 대한 제재를 고려한다면 두 구단 모두 혐의 입증 시 승점 30점 삭감 혹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자동 강등이라는 징계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잉글랜드 구단 중 가장 많은 승점이 감점된 사례는 루턴 타운의 30점 삭감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맨시티는 지난 2월 프리미어리그로부터 100건 이상의 재정관련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더타임스는 당시 "맨시티가 9년간 무려 100건 이상의 재정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며 "확인된 경우 가능한 제재는 승점 삭감, 혹은 프리미어리그 퇴출이다. 맨시티가 수익과 운영 비용과 관련한 정확한 재무 정보를 사무국에 제공하지 않았고, 4년 동안 경영진 보수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2009/10시즌부터 2017/18시즌까지 각 시즌 동안 맨시티가 위반한 규정들을 빼곡하게 적었으며, 2009/10시즌부터 2012/13시즌까지 감독들의 연봉, 2010/11시즌부터 2015/16시즌까지 선수단 연봉에 대한 규정, 2013/14시즌부터 2017/18시즌까지 UEFA(유럽축구연맹)이 제정한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 관련 규정, 2015/16시즌부터 2017/18시즌 수익성 및 지속 가능성에 대한 리그 규정, 2018년 12월부터 현재까지 구단과 협력 관계에 있는 이해 당사자의 규정 위반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일부 매체에서는 맨시티의 징계에 대해 "심각성에 대해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런 적은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없었다"라면서 "기소 당한 혐의 중 절반이라도 사실로 입증된다면, 맨시티는 강등당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라고 점치기도 했다. 심지어는 "리그가 구단 방출을 추진할 수 있다"라는 주장까지도 제기됐다.
현재 맨시티를 이끌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러한 혐의에 대해 "과거 UEFA로부터 징계를 받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미 비난을 받고 있다"라며 "당시 클럽은 완전히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우리는 지금 우리 자신을 보호할 기회조차 없이 고발당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결백하지 않다면 프리미어리그의 결정을 받아들일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첼시의 경우 직전 구단주였던 로만 아브라모비치 시절 재정적페어플레이(FFP)를 위반한 사실이 밝혀져 징계 위기에 놓였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최근 "유출된 문서에서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 재임 기간 동안 재정적페어플레이(FFP)를 위반하는 내역이 밝혀지면서 첼시는 승점 삭감 처분을 받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2003년 첼시를 인수한 후 유럽 최고의 팀 중 하나로 성장시킨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영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자 구단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토드 볼리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지난해 5월 구단을 인수하면서 첼시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
데일리메일은 "조사 결과,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주로 재직하는 동안 10년에 걸쳐 수천만 파운드에 달하는 일련의 지불이 밝혀졌다"라며 "수혜자는 에단 아자르의 에이전트,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동료, 기타 첼시 관계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매체는 아자르가 2012년 여름 LOSC릴에서 첼시로 이적했을 상황을 언급했다. 그들은 "첼시가 아자르를 영입했을 때 에이전트는 대략 600만 파운드(약 97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원했다"라며 "2013년 3월 문서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가 소유한 기업이 '스포츠 연구 및 컨설팅과 관련된 자문 서비스'를 위해 두바이에 있는 회사에 700만 유로(약 99억원)에 지불하기로 합의했다"라고 전했다.
아자르 에이전트에게 준 수수료가 첼시 이적 예산이 아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 개인 지갑에서 나왔다는 주장이다. 이는 일명 '재정 도핑'이라 불리는 관행으로, 유럽 축구계는 중동 거부를 비롯해 억만장자들이 소유 중인 구단에 돈을 마구 쏟아붓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이외에도 콘테 감독의 재계약 등 아브라모비치 구단주 시절 첼시가 FFP 위반에 해당하는 지출 방식을 계속해서 진행한 바 있다고 영국 매체들은 설명했다.
다만 두 팀의 상황이 다소 다를 수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더타임스는 "첼시는 아직 조사를 받고 있으며, 로만이 프리미어리그 규정을 어길 만큼 상당한 금액을 사용했다. 토드 볼리 구단주는 이를 자진 신고해, 혐의가 인정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맨시티의 경우 최소 2년 동안 해당 사건이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라며 당장 징계를 맞이할 수 있는 첼시와 달리 맨시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려움의 떨고 있는 두 팀을 바라보는 라이벌 팬들의 조롱도 적지 않았다. 영국 매체 더선은 "라이벌 팬들은 에버턴의 승점 삭감 이후 맨시티가 결국 리그 밖에서 경기할 것이라고 조롱했다"라고 보도했다.
더선은 "맨시티는 지난 2월 115개 혐의로 고소됐으며, 금융전문가들은 그들의 혐의가 인정되면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맨시티의 전 고문은 이번 에버턴 사태보다 맨시티 혐의가 훨씬 심하다고 지적했으며 일부 팬들은 그들이 풋볼리그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라고 맨시티 퇴출 가능성을 일부 팬들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어 "팬들은 그들이 5000명 미만의 관중 앞에서 요크 시티, 브롬리와 같은 경기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에버턴 팬들 만큼은 그들의 상황에서 재밌는 부분을 전혀 보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팬들은 SNS를 통해 "시티는 3배의 승점 삭감이 필요하다", "논리에 따르면 강등되야 한다", "내셔널리그(5부리그)에서 뛰고 있어야 한다", "1150점을 삭감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라며 맨시티의 상황을 비판했다.
에버턴의 승점 삭감 소식과 함께 과거 승점 삭감 사례와 향후 승점을 잃을 수도 있는 팀들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이를 둘러싼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긴장감도 당분간은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AFP, EPA, 로이터/연합뉴스, 스카이스포츠, 데일리메일
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