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그야말로 토마스 투헬의 수난시대다. 라이벌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4-0으로 크게 이기고도 계속된 비판과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고된 하루를 보냈다.
투헬이 이끄는 바이에른 뮌헨은 5일(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에 위치한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2023/24시즌 분데스리가 10라운드 원정 '데어 클라시커'에서 해리 케인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4-0 대승을 거뒀다. 승점 3을 추가한 뮌헨은 8승2무 무패로 선두 레버쿠젠(승점 28)에 2점 뒤진 2위를 유지했다.
직전 경기였던 자르부뤼켄과의 DFB 포칼 2라운드와는 다른 경기였다. 주포 케인의 해트트릭이 폭발한 가운데 혹사 우려가 있는 김민재 역시 이날도 풀타임 활약하며 무실점 승리에 힘을 보탰다.
도르트문트는 4-2-3-1로 나섰다. 그레고어 코벨이 골키퍼를 맡았고 훌리안 뤼에르손, 니코 슐로터백, 마츠 훔멜스, 마리우스 볼프가 수비를 구성했다. 살리흐 와즈잔, 마르셀 자비처가 중원을 이뤘고 마르코 로이스, 율리안 브란트, 도니에 말런이 2선에 배치됐다. 최전방엔 니클라스 퓔크루크가 출전했다.
뮌헨은 최정예 라인업을 가동했다. 4-2-3-1로 나선 뮌헨은 골키퍼에 마누엘 노이어, 수비에 알폰소 데이비스, 김민재, 다요 우파메카노, 누사이르 마즈라위를 내보냈다. 레온 고레츠카, 콘라트 라이머가 3선에 위치했고 킹슬리 코망, 자말 무시알라, 르로이 사네가 2선에서 원톱 케인을 지원했다.
뮌헨의 일방적인 경기였다. 골 결정력에서 승부가 갈렸다. 슈팅 수는 15-14로 도르트문트가 앞섰지만 유효 슈팅은 단 1개만 기록해 8개의 뮌헨에게 크게 밀렸다. 뮌헨은 찾아온 기회를 확실하게 마무리 지으면서 라이벌전 대승을 가져갔다.
출발이 좋았다. 김민재 센터백 파트너 우파메카노가 전반 4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다. 코너킥 공격에서 사네의 크로스를 헤더로 마무리했다. 뮌헨은 전반 9분 케인의 추가골로 달아났다. 사네의 낮은 크로스를 받은 케인이 가볍게 밀어넣어 2-0으로 점수를 벌렸다.
전반을 2-0으로 마친 뮌헨은 기어이 해트트릭을 완성한 케인 덕에 크게 웃었다. 케인은 후반 27분 교체 투입된 킹슬리 코망의 크로스를 밀어넣어 3-0을 만들었다. 케인은 후반 추가시간 일대일 기회를 깔끔하게 성공해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완벽한 결과에도 투헬은 웃지 못했다. 경기력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인터뷰 도중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중단했다. 최근 독일 언론들은 투헬이 선수단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고 보도해 흔들었다. 몇몇 선수들은 투헬 밑에서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는 보도가 줄 지어 나오면서 투헬은 엄청난 압박을 받은 상태였다.
스카이스포츠 독일에 따르면 투헬은 이날 뮌헨 레전드 로타어 마테우스의 질문에 화를 참지 못하고 인터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지난 자르브뤼켄전 패배 후 도르트문트전 승리에 대한 질문을 받은 투헬은 "마테우스나 디트마어 하만은 이유를 확실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마테우스가 "오늘도 경기력은 안 좋았다고 본다"고 말하자 투헬은 "그럼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네"라고 다시 비꼬았다. 마테우스가 "나랑 의견이 다르다고 그렇게 표현할 필요는 없다. 내가 보고 받아들인 걸 말한 것 뿐이다. 뮌헨은 계속 나쁜 국면에 있다"고 하자 투헬은 "난 이 토론에 전혀 참여하고 싶지 않다. 난 가겠다. 마테우스 당신에게는 직업이 있고, 원하는 대로 떠들 수 있다. 화난 사람은 없다. 우리가 4-0으로 이겼으니 180도 바꿔서 즐겨야 할 때다"라고 마이크를 쾅 내려놓고 자리를 떴다.
불편한 심기의 투헬이 퇴근하려고 할 때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발생했다. 팀 버스가 투헬 없이 출발하려고 했던 것이다. 독일 빌트에 따르면 "뮌헨 버스는 투헬 없이 출발했다"라면서 "투헬이 인터뷰하고 있을 때 버스가 떠났다. 뮌헨은 경기 후 빠르게 출발했다. 선수들은 버스에 있었고, 경기장 출구까지 굴러갔다.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사람, 토마스 투헬이 없다는 걸 알아차리기 전까지 움직였다"고 전했다.
다행히 투헬은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다. 투헬이 없다는 사실을 파악한 팀 버스가 운전대를 돌려 주차장으로 돌아갔고 인터뷰 자리를 박차고 나온 투헬을 태우고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DPA/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