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투혼을 발휘 중이다. 가을을 박건우의 계절로 만들고 있다.
지난달 25일, NC 다이노스는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승리하며 시리즈 3연승을 기록했다.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진출을 확정했다. 이튿날인 26일 NC 주축 타자 박건우는 독감 증세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링거를 2대나 맞았음에도 몸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30일과 31일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1, 2차전에 빠짐없이 출전했다.
박건우는 "이번 독감은 진짜 독하다. 몸이 계속 안 좋았다"며 "플레이오프 1차전 때는 너무 추웠다. 아직 목소리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내 "아픈 것은 핑계일 뿐이다"고 힘줘 말했다.
그동안 박건우는 가을에 약한 선수로 평가받았다. 정규시즌 통산 타율은 3할을 훌쩍 뛰어넘지만, 포스트시즌엔 달랐다. 올가을 전까지 55경기에 나서 타율 0.206(199타수 41안타) 2홈런 21타점에 그쳤다.
올해 알을 깨고 나왔다.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경기서 타율 0.333(3타수 1안타), 준플레이오프 3경기서 타율 0.462(13타수 6안타) 3타점, 플레이오프 2경기서 타율 0.500(8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중심타선인 3번 타자로서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무릎 상태가 완벽하지 않지만 우익수 수비도 도맡았다.
박건우는 "(2차전 종료 후) 송지만 타격코치님께서 '감기 낫지 말아라'라고 하셨다. 진짜 이상하다"고 웃으며 고자질했다. 이어 "가을에 약했던 게 사실이다. 잘하려고 했지만 잘 안 됐다"며 "2018년 부진이 너무 심해 죄송했다. 질책은 달게 받고 어떻게든 이겨내려 했다"고 전했다. 2018년 두산 소속이던 박건우는 한국시리즈 6경기서 타율 0.042(24타수 1안타)에 머물렀다.
그는 "야구에선 3할 타율을 기록하는 게 어렵다고 한다. 7번을 실패해도 3번 성공하면 칭찬받는 게 야구다. 하지만 과거엔 안 좋은 흐름이었던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다. 못했으니 잘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했다. 그게 프로 정신이다"고 강조했다.
손아섭, 권희동과 함께 야수진 최고참이 됐다. 책임감을 높였다. 박건우는 "팀 내 어린 선수들이 많아지며 느낀 점이 있다. '형들도 나 때문에 힘들었겠구나' 싶었다. 조금씩 성장 중인 듯하다"며 "우리 팀 후배들은 다 착하고 말도 잘 듣는다. 나도 (손)아섭이 형, (이)용찬이 형을 도우려 한다. 선수들 모두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 선수들이 더 빛을 볼 수 있다면 언제든 뒤에서 뒷받침해 줄 준비가 돼 있다. '다들 잘할 거야'라며 서로 믿고 있어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플레이오프서 부진한 외인 타자 제이슨 마틴에게 특별히 격려를 전했다. 마틴은 1, 2차전서 8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박건우는 "가을에 못했을 때 팀원들이 나를 많이 도와줬다. 나도 마틴에게 힘을 주고 싶다. 마틴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선수들 모두 마틴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힘냈으면 좋겠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마무리투수 이용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올가을 대부분 경기서 고전했다. 31일 2차전서는 3-2로 앞선 9회말 무사 1, 3루 이후 2사 만루 등의 위기를 겪었다. 유격수 김주원의 그림 같은 다이빙 캐치로 힘겹게 승리를 지켰다.
박건우는 "사실 만루 위기 때 마음이 편했다. 지면 지는 것이지 용찬이 형의 책임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며 "모두가 그랬을 것이다. 타자들이 점수를 더 많이 냈으면 쉽게 이겼을 경기다"고 언급하며 선배를 감쌌다.
NC는 플레이오프 수원 원정 2연전서 2승으로 최고의 결과를 만들었다.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진출까지 단 1승만 남았다. 역대 5전3선승제 플레이오프에서 1, 2차전을 모두 챙긴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확률은 88.2%였다. 17회 중 15회(1999~2000 양대리그·1995·2008·2021년 제외)에 달했다.
새로운 기록들도 눈앞이다. NC는 2020년 한국시리즈 4차전부터 올해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포스트시즌 9연승을 질주했다. 해태 타이거즈가 1987년 플레이오프 4차전부터 1988년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선보인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연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단일 포스트시즌 6연승도 진행 중이다.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친 뒤 와일드카드 결정전서 1승, 준플레이오프서 3승, 플레이오프서 2승을 수확했다.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3차전 홈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NC는 역대 최초로 포스트시즌 10연승을 달성하게 된다. 더불어 단일 포스트시즌 7연승으로 현대 유니콘스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현대는 2000년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7연승을 달렸다. 이번 3차전에 한국시리즈행 티켓과 각종 기록이 달려있다.
박건우는 의연했다. "아직 경기가 남았다. 들뜨는 분위기는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플레이오프 3차전, NC의 선발투수는 태너 털리다. 태너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서 4이닝 5실점, 준플레이오프서 2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반등해야 한다. KT는 토종 선발 에이스 고영표를 앞세운다. 지난 3일 정규시즌 KIA 타이거즈전 도중 타구에 오른팔을 맞았다. 여파로 추가 등판하지 못한 채 회복에 매진했다. 부상 복귀전서 중책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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