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김지수 기자) 생애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NC 다이노스 '캡틴' 손아섭이 KT 위즈와 혈투를 앞두고 특유의 입담을 선보였다. 절친 장성우, 황재균을 상대로 기선을 제압하는 선전포고를 날렸다.
NC는 3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승제) 1차전에서 KT 위즈와 맞붙는다. '20승 투수' 에이스 에릭 페디를 선발투수로 내세워 1차전 승리를 겨냥한다.
선발 라인업은 손아섭(지명타자)-박민우(2루수)-박건우(우익수)-제이슨 마틴(중견수)-권희동(좌익수)-서호철(3루수)-오영수(1루수)-김형준(포수)-김주원(유격수)으로 꾸려졌다.
손아섭은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SSG 랜더스와의 플레이오프 1~3차전 모두 리드오프로 출전했다. 정규리그 때처럼 NC의 돌격 대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NC의 가을야구 무패 행진을 이끌고 있다.
손아섭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타수 2안타로 멀티 히트를 생산한 뒤 준플레이오프에서도 3경기 13타수 4안타 1타점 1도루 2볼넷 3득점으로 활약했다. 올해 정규리그에서 타율 0.339(551타수 187안타) 5홈런 64타점 14도루 OPS 0.836으로 타격, 최다 안타 타이틀을 따낸 기세를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갔다.
NC는 손아섭을 비롯한 베테랑 타자들의 활약 속에 준플레이오프를 스윕하면서 나흘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플레이오프에 돌입할 수 있었다.
손아섭은 플레이오프 1차전에 앞서 훈련을 마친 뒤 ""사실 조금 힘들었는데 쉬고 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어서 체력 회복에 좋은 것 같다"며 "오늘부터 다시 텐션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손아섭은 이날 KT의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를 상대로 통산 18타수 7안타로 강했다. 쿠에바스는 올해 18경기 12승 무패 평균자책점 2.60으로 압도적인 피칭을 선보이면서 KT를 정규리그 2위에 올려놨다. NC전에서도 1경기 6이닝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쿠에바스가 전형적인 '빅게임 피처'라는 점도 NC에는 부담스럽다. 쿠에바스는 포스트시즌 통산 3경기(2선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 중이다. 2021년에는 삼성 라이온즈와 맞붙은 타이브레이커에서 7이닝 무실점의 괴력을 뽐내기도 했다.
NC가 쿠에바스를 상대로 플레이오프 1차전을 쉽게 풀어가기 위해서는 손아섭의 역할이 중요하다. 손아섭이 공격의 활로를 뚫어준다면 NC 타선의 분위기가 크게 살아날 수 있다.
손아섭은 "쿠에바스는 KT의 에이스다. 정규리그 성적도 좋지만 워낙 단기전에 강하다"며 "쿠에바스의 예전 포스트시즌 영상을 보면 공이 달라지더라. 페넌트레이스 때 성적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어떻게든 실투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쳐내고 최대한 많이 출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손아섭은 그러면서 KT 주전 포수 장성우, 3루수 황재균을 향한 도발 섞인 멘트를 남겼다. 롯데 시절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은 이후 끈끈한 우정을 이어오고 있지만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승부에서 지고 싶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손아섭은 "KT 투수들의 퀵모션이 굉장히 빠르게 때문에 잘 대비해야 한다. 반대로 약점을 보이면 파고들어야 한다"며 "장성우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부터 경쟁해왔지만 저한테 안 된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장성우를 괴롭히고 장성우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화를 낼 수 있게끔 출루를 자주 해야 한다"고 웃었다.
1988년생인 손아섭은 2007년 롯데에 입단하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빠른 1990년생인 장성우는 이듬해인 2008년 롯데 유니폼을 입었고 2015 시즌 중반 KT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7년 동안 손아섭과 동고동락했다.
손아섭은 "장성우가 따로 내게 연락하지는 않았다. 분명히 게임이 시작하면 내게 말을 걸고 집중하지 못하게 방해할 것"이라며 "나는 강민호 형에게 너무 자주 이런 걸 겪었기 때문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내 길을 가겠다"고 웃었다.
손아섭은 그러면서 롯데 시절 또 다른 동료 황재균을 타깃을 옮겼다. 황재균은 1987년생으로 손아섭보다 1년 선배다. 황재균은 2010 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고 2016 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로 팀을 떠나기 전까지 6년 동안 손아섭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다. 비 시즌에는 예능에 동반 출연해 케미를 과시하기도 했다.
손아섭은 "황재균 형과는 연락을 많이 했다. 원래부터 우리 둘은 앙숙 아닌 앙숙이기 때문에 서로 좋은 말은 안 했다"며 "각자 자기 팀이 이긴다는 얘기를 했는데 오늘 1차전에서 NC가 이겨서 재균이 형을 놀릴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되면 자극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진심 가득한 선전포고를 날렸다.
손아섭의 플레이오프 콘셉트는 '시즌 처럼'이다. 롯데 시절인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치르는 플레이오프지만 느낌은 '준플레이오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손아섭은 "시즌 때와 똑같은 분위기로 하려고 한다. 플레이오프에 더 비장해지려고 하거나 선배들이 말을 많이 하면 후배들이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다"며 "어쨌든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해) 세 번을 이겨야 하기 때문에 매 경기 현재 페이스를 유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진=수원,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