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에이스' 황대헌, 린샤오쥔과 맞대결 '압승'…월드컵 1차 대회 男 1500m 금메달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복귀한 황대헌이 새 시즌 월드컵 첫 번째 대회 첫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건재를 알렸다.

황대헌과 악연을 갖고 있는 귀화 선수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은 완패했다.

황대헌은 22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2023/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23초666을 기록하며 참가 선수 7명 중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스틴 데스멧(벨기에·2분23초789), 레이니스 베르친스(라트비아·2분23초829)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황대헌과 함께 결승에 오른 김건우는 2분23초832를 기록하면서 불과 0.003초 차로 메달을 놓쳤다.

111.11m 링크를 13바퀴 반 도는 1500m에서 황대헌은 경험 및 자신감에서 우러나오는 레이스를 펼쳤다. 초반 6바퀴 반을 돌 때까진 맨 뒤에 처져 있다가 7바퀴를 남겨놓고 맨 앞으로 뛰쳐나와 그대로 질주한 것이다. 복병 데스멧이 마지막에 추격전을 벌였으나 2위 싸움에 가까웠다. 김건우는 3위를 차지하는 듯 보였으나 마지막에 스케이트날을 쭉 내민 베르친스에 밀렸다.

황대헌은 지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이 종목 금메달을 차지한 세계적인 강자다. 지난 시즌 태극마크를 내려놓고 1년 재충전을 한 뒤 지난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해 태극마크를 되찾았다. 이어 복귀 시즌 첫 국제대회에서 처음 나서는 종목부터 기분 좋게 금메달을 획득하며 '왕의 귀환'을 알렸다.

황대헌은 23일 남자 1000m 2차 레이스에서 두 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

관심을 끌었던 린샤오쥔과의 맞대결에서도 완승을 챙겼다. 2018년 평창 올림픽 때만 해도 한솥밥을 먹으며 대표팀은 물론 한국체대 선·후배 관계였던 둘은 2019년 대표팀 훈련 도중 린샤오쥔이 황대헌에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르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재판 도중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받자 중국으로 떠나 그대로 귀하한 린샤오쥔은 '한 선수가 국적을 바꿔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기존 국적으로 출전한 국제대회 이후 3년이 지나야 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헌장 때문에 지난해 새 조국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2019년 상반기까지 태극마크를 달아 몇 개월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게 풀린 지난해 하반기부터 곧장 국제대회에 출전했으나 황대헌이 베이징 올림픽 남자 1500m 금메달 획득 뒤 1년 대표팀 휴식을 선언하면서 둘은 빙판에서 부딪히지 않았다.

이번 시즌은 다르다. 황대헌이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고, 린샤오쥔도 2년 연속 중국 국가대표로 선발돼 황대헌과 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둘 다 컨디션은 좋다. 황대헌은 지난 4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뒤집기 1위를 차지하며 건재를 알렸다. 린샤오쥔은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서 중국의 남자 5000m 계주 우승 주역이 되면서 절치부심하고 있음을 알렸다.

결국 이번 대회 남자 1500m 준결승에서 한 조에 속해 붙었는데 황대헌이 손쉽게 이겼다. 황대헌과 린샤오쥔은 조금 다른 전략을 들고 나왔다. 경기 초반 린샤오쥔이 앞으로 치고 나간 반면 황대헌은 후미에서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치고 나갈 타이밍을 노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속도를 끌어올린 황대헌이 3바퀴를 남기고 순식간에 2위로 올라서면서 린샤오쥔을 3위로 밀어냈다. 탄력을 받은 황대헌은 선두로 올라섰고, 가뿐하게 경기를 마쳤다. 황대헌에 밀린 린샤오쥔은 2위 러셀 펠릭스(캐나다)보다 늦게 결승선에 들어오면서 3위에 그쳤다. 결승행 티켓을 획득하지 못한 채 순위 결정전(파이널 B)으로 향해야 했다. 말 그대로 황대헌의 '완벽한 승리'였다.

황대헌이 2분15초332로 1위에 올라 결승행 티켓을 거머쥔 반면 임효준은 1초 이상 뒤진 2분16초240으로 3위에 그쳐 순위 결정전인 파이널B로 밀렸다. 린샤오쥔은 파이널B은 기권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임효준은 어깨 부상으로 파이널B를 기권한 것으로 알려져 23일 열리는 남자 500m와 남자 5000m 계주 출전이 미지수가. 임효준은 22일 경기 맨 마지막에 열린 남자 5000m 계주에도 불참했다.




지난 시즌 세계선수권 2관왕 박지원도 남자 1000m 1차 레이스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상승세를 지속했다. 박지원은 1000m 결승에서 1분24초903으로 들어와 스티븐 뒤부아(캐나다·1분24초916), 피에트로 시겔(이탈리아·1분25초035)를 각각 2위와 3위로 따돌리며 우승했다. 또 다른 한국 대표 서이라는 파이널B로 밀린 뒤 1분35초944로 4명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링크를 9바퀴 도는 1000m에서 박지원은 초반부터 1~2위를 오가다가 5바퀴를 남겨놓으면서는 선두를 굳혔다. 맹추격한 뒤부아를 0.013초 차로 이겼다.

박지원은 지난 시즌 6차례 월드컵 대회에서 단체전 5개를 포함해 총 14개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에 월드컵 남·녀 선수들을 통틀어 가장 성적이 우수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크리스털 글로브까지 탔다. 이어진 지난 3월 서울 세계선수권에서 2관왕에 오르며 이번 시즌 국가대표로 자동 선발된 박지원은 첫 월드컵 첫 종목에서 우승하며 2년 연속 크리스털 글로브를 향해 나아갔다.

한국 쇼트트랙은 여자부에서도 은메달 2개를 따내면서 에이스 최민정이 없어도 정상권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렸다.

'포스트 최민정' 1순위로 꼽히는 김길리는 여자 1500m 결승에서 2분28초012를 기록하며 한네 데스멧(벨기에·2분27초863)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1000m 1차 레이스에선 이소연과 서휘민이 레이스 도중 상대 선수에 의해 넘어지는 불운 끝에 각각 1분43초214, 1분47초008을 기록하고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냈다.

쇼트트랙 새 여제 1순위로 꼽히는 크리스텐산토스-그리스월드가 1분31초288로 우승했다.



한국은 혼성 2000m 계주에서도 은메달을 추가했다. 김길리, 김건우, 서이라, 심석희가 결승에 출전했고 2분40초766으로 들어와 2분40초683을 기록한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이 종목에서 헝가리 국가대표로 뛰며 2018 평창 올림픽 남자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리우 샤오앙, 리우 샤올린 산도르 형제가 귀화 후 중국 오성홍기를 달고 처음 뛰어 금메달 획득에 공헌했다. 세계 최강 자리에 올라선 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둘의 중국 귀화 후폭풍을 어떻게 이겨낼지도 흥미롭게 됐다. 중국이 혼성 계주에서 우승함에 따라 준결승에 나섰던 린샤오쥔도 금메달을 받기 위해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밖에 한국은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에서 6분47초987을 기록하며 1조 2위로 결승에 올랐다.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에선 4분11초097을 찍고 1조 1위로 결승 티켓을 따냈다. 23일 열리는 결승에서 캐나다, 중국, 일본(이상 남자), 캐나다, 미국, 네덜란드(이상 여자)와 금메달을 다툰다.

지난 21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막을 올린 2023/24시즌 쇼트트랙 월드컵은 쇼트트랙 월드컵은 4개월간 대장정을 시작한다.

2차 대회는 오는 27~29일 1차 대회와 같은 장소인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진행되며, 3차 대회는 12월 8~10일 지난해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중국 베이징에서 벌어진다.

이어 12월 15일부터 3일간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4차 대회가 벌어진다. 유럽선수권과 4대륙선수권이 벌어진 다음 달인 내년 2월 독일 드레스덴과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각각 5차 대회와 6차 대회가 펼쳐진다.

월드컵 도중에 유럽 최강자를 가리는 유럽선수권, 그리고 아시아와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유럽 외 4개 대륙 선수들이 참가하는 4대륙선수권이 각각 열린다. 우선 4대륙선수권이 다음달 3일 캐나다 라발에서 열리며, 유럽선수권은 내년 1월12일 캐나다 그단스크에서 진행된다.

한 시즌 쇼트트랙 최강자를 가리는 세계선수권은 내년 3월15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다.


사진=A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