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6개월 넘게 이어진 치열한 경쟁이 끝나고 오직 5개 팀만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았다. 축제를 지켜봐야 하는 나머지 5개 팀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올 시즌 복기와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
시즌 막바지까지 가능성이 열려있던 KIA 타이거즈 역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 한 경기 만에 가을야구를 마무리하긴 했어도 NC 다이노스와의 경쟁 끝에 5위를 사수했고, 덕분에 KT 위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올핸 정규시즌을 6위로 마무리하면서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나타낸 선수도, 부진에 허덕인 선수도 있지만 결국 KIA의 발목을 잡은 건 부상이었다. 정규시즌 개막 전부터 100%의 전력을 꾸리지 못한 KIA는 시즌 내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는 선수들 때문에 고민이 많았고,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나마 KIA는 외야수 나성범과 내야수 김도영이 복귀를 알린 6월 말을 기점으로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렸고, 5강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다. 특히 화끈한 공격력을 발휘한 8월 24일 수원 KT전부터 지난달 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까지 무려 9연승을 달리면서 가을야구에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듯했다.
상승 곡선을 그려나가던 KIA가 좌절을 맛보게 된 건 또 '부상 악령' 때문이었다.
시작점은 9월 1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이었다. 이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과정에서 내야수 박찬호가 손가락 인대 부상을 당한 이후 팀 내에서 부상자가 점점 늘어났다. 특히 외야수 나성범과 최형우는 각각 우측 햄스트링 손상, 좌측 쇄골 분쇄골절 및 견쇄관절 손상으로 시즌을 다 소화하지도 못했다.
부상 투혼을 발휘하던 박찬호마저 지난 5일 왼쪽 척골 분쇄 골절 진단을 받으면서 더 이상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동료들은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들의 유니폼을 더그아웃에 걸어두며 이들의 공백을 함께 메우겠다는 마음을 드러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선수들 못지않게 속상했던 사람은 사령탑이었다. 정규시즌 일정이 막바지에 다다랐던 지난 13일, 두산과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있던 김종국 KIA 감독은 "그런 거 다 이겨내야 한다. 지금까지 이겨내면서 왔다"며 "엔트리에 있는 선수들 중에서 잔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들도 많은데, 한마음 한뜻으로 계속 이기려고 선수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고맙다"고 돌아봤다.
기존에 기회를 받지 못하던 선수들이 주전 야수들의 공백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선수들 도, 또 팀으로서도 배우고 느끼는 게 많았다. 특히 KIA는 시즌 내내 두꺼운 선수층의 중요성을 느꼈고, 중심타선의 한 축을 맡던 나성범과 최형우가 모두 빠진 뒤에는 그 공백이 경기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그만큼 팀 내에서 두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도 했지만, KIA 입장에서는 주전 선수들이 빠졌을 때를 완벽하게 대비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결국 현재와 미래를 모두 생각하면 기대를 받고 있는 선수들이 성장세를 보여야 한다. 1군 경험이 있는 변우혁, 오선우, 김석환과 같은 '거포 유망주'가 빠르게 치고 올라와야 선수층도 두꺼워지고 주전 야수들도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 수 있다.
세 명 모두 힘 하나만큼은 인정받은 선수들이지만, 1군에서 확실하게 보여줬다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올 시즌 변우혁은 83경기 200타수 45안타 타율 0.225 7홈런 24타점을 기록했고, 오선우(33경기)와 김석환(12경기)은 1군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물론 무조건 팀이 당장 이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수도 없다. 비시즌 기간 동안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 코칭스태프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 김종국 KIA 감독은 "시즌이 끝나고 가을에 있을 마무리 훈련부터 단내 나도록 가다듬어야 할 것 같다"며 "유망주가 많지만, 어느 선수가 그 알을 깨고 나오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자신에게) 기회가 왔을 때 그걸 잡는 선수가 주전이 되는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사령탑의 얘기대로 어쩌면 젊은 선수들에게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일지도 모른다. 내년 스프링캠프가 아닌 올가을부터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야 선수도, 팀도 목표를 이룰 수 있다. 2024시즌의 KIA는 달라질 수 있을까.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