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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바르셀로나도 휘청거리는 시대…'K리그 재정건전화 제도' 주목받는 이유

기사입력 2023.10.10 18:00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2023시즌 K리그가 단일 시즌 최초 유료 관중 200만 돌파(1부)로 '포스트 코로나' 업그레이드 기반을 다진 가운데 경영에서도 새 도약을 실천하고 있다.

올해 도입된 'K리그 재정건전화 제도'가 각 구단들로부터 큰 각광을 받고 있어서다.

'K리그 재정건전화 제도'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제 위기로 인해 리그 전반 재정 상황을 검토하고 리그 및 구단의 지속 가능성을 확립하고자 도입됐다. 모기업과 지자체의 후원금 혹은 지원금에 의존하는 K리그 구단 수익 구조 모델을 비롯해 선수단 비용 과잉 지출, 재무 건전성 악화 등 K리그의 대표적인 재정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20년 재정건전화 테스크포스(TF)를 만든 뒤 이듬 해부터 각 구단과 'K리그 재정건전화 제도'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공유회를 여는 등 꾸준히 소통했다. 특히 구단별 회계 및 선수단 담당자, 사무국장, 대표이사 등 사업별·직급별 담당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다. 2년간 준비 기간 끝에 올해부터 'K리그 재정건전화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 

'K리그 재정건전화 제도'는 K리그가 지난 2013년 권오갑 총재 취임 뒤 10년 혹은 그 이상을 내다보며 구단 경영 효율화와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노력한 첫 산물이다.

연맹은 지난 2013년 구단별 연봉 공개(국내 선수), 연맹 수입-지출 결산자료 경영 공시를 시작했으며 이듬 해엔 구단별 연봉 공개 대상을 외국인 선수로 확대했다. 또 구단별 입장 수입 및 객단가 공개했다. 2015년엔 유료관중 수, 유료비율 집계를 알리면서 "K리그는 공짜로 보는 리그"라는 일부 선입견을 불식시키고 제값 받기에 나섰다.

이어 2018년엔 전면 유료관중 집계, 클럽라이선싱 도입(기존 AFC 기준→K리그 기준 추가 설립)을 이뤘으며 2020년엔 구단 경영 효율화 방안(승리수당 상한제, 비율형 샐러리캡, 로스터 제도)을 의결했다. 이어 올해 완결편인 K리그 재정건전화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



이미 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 주요 리그에선 선수 영입 등을 위한 무분별한 지출을 막아 각 구단과 각 리그가 지속가능한 조직으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이 적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

'세계 축구의 엘도라도'로 불리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선 각 구단 적자 규모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3년간 구단 최대 누적 손실이 1억500만 파운드(약 1750억원)를 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세운 상태다. 코로나19 때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스페인 라리가는 수입·지출 예산 관리, 선수단 인건비 통제(이코노믹 컨트롤 규정) 등을 하고 있으며 선수단 비용 한도가 구단 매출액의 70%를 넘지 않게 하는 비율형 샐러리캡을 시행 중이다. 또 손익분기점 충족을 전제로 구단 재정 상황에 따라 각종 기준 세분화하고 있다.


특정 개인 혹은 단체가 각 구단의 지분율 49%를 초과하지 못하게 하는 등 지배구조 단속에 엄격한 독일 분데스리가는 재정에서도 각종 문제점을 미리 차단하고 있다. 분데스리가는 자금유동성 전망 필수로 제시하게 하는 등 각 구단 현금 흐름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이를 어기는 구단엔 클럽 라이선스 교부하지 않는다. 이탈리아 세리에A는 각 구단의 영업손실 규모가 약 24억원 초과하지 않게 하고 있다. 프랑스 리그1은 구단 재정 감독 기구 'DNCG'를 운영 중이다.

아시아 리그도 다르지 않다. J리그는 분데스리가를 본따 3년 연속 영업손실 혹은 자본잠식일 경우, 클럽 라이선스를 내주지 않아 리그에서 쫓아냈다. 한 때 돈을 펑펑 썼다가 부동산 경기가 무너져 여러 구단이 해체하는 수난을 겪고 있는 중국 슈퍼리그도 인건비 포함 전체 지출액이 최대 1000억원을 넘지 않고 외국인 연봉 총합이 133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이른바 '금액형 샐러리캡'을 도입했다.

과거 1970년대 슈퍼스타들을 데려왔다가 리그가 무너진 적이 있었던 미국은 메이저리그사커(MLS)를 출범시키면서 역시 금액형 샐러리캡을 시행하는 중이다. 구단당 3명을 빼고는 선수단 비용 한도를 약 59억원으로 설정했으며, 2027년 86억원까지 올릴 예정이다.

유럽축구를 총괄하는 (UEFA)은 비율형 샐러리캡을 단행해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유로파 콘퍼런스리그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재정 지속가능성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물론 선수단 비용이 구단 수익 70%를 넘지 않는 비율형 샐러리캡을 채택한 상태다.



'K리그 재정건전화 제도'의 주요 내용은 크게 3가지로 구분 된다.

가장 강조되는 것은 손익분기점 지표를 준수하는 것이다. 각 구단은 매년 수입을 초과해 지출할 수 없도록 규정했으며 다만 전기 손익을 반영해 전기에 적자인 구단은 당기 예산 수익에서 차감 반영하며, 전기에 이익을 낸 구단은 당기 예산 수익에서 추가 반영해 경영 성과가 좋은 구단은 좀 더 자금 집행에 융통성을 발휘하도록 인센티브를 줬다.

두 번째는 비율형 샐러리캡 도입이다. 각 구단은 선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당해 구단 총 수익 대비 70%로 하도록 상한선을 뒀다.

마지막으론 과거 K리그 구단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자본잠식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재무상태표상 자본 총계가 0원 미만인 구단은 자본금을 확충하든가 이익 개선 혹은 비용 축소, 부채 상환 등의 개선 방안을 내놔 연맹이 정한 기한 내에 해소해야 한다.

'K리그 재정건전화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UEFA를 비롯한 전 세계 대다수 리그의 재정규칙이 차용하고 있는 사후제재가 아닌 사전통제 모델이라는 점이다.

연맹은 구단별 예산 검토 및 승인을 통해 연중 사용 가능한 선수 비용을 산정하고, 선수 등록을 상시 모니터링해 적자 발생을 사전 통제한다. 이후 감사받은 재무제표를 검토해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사후제재를 통해 적자 발생 가능성을 앞뒤로 막고 있다.

사후제재만 하게 되면, 이미 구단에 적자가 발생한 뒤 제재를 내리기 때문에 파산 등을 막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다. 연맹의 이런 'K리그 재정건전화 제도'는 미리 적자가 발생할 수 있는 구단의 비용을 감시 및 통제하는, 이른바 축구 재정 준칙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각 구단이 현실성 있는 예산을 수립해 효율적인 재정 운영을 도모하고 이를 습관화하는 것이 목적인 셈이다.



연맹 관계자는 "비용 통제를 통해 구단 재무 상황을 빠르게 개선한 라리가의 '이코노믹 콘트롤'과 유사한 방식"이라며 "실제로 'K리그 재정건전화 제도'를 만들면서 라리가 담당자와 수시로 교류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난 5월엔 라리가 담당자가 일주일 동안 내한, 제도 검토 및 개선점 등을 전달했다"고 알렸다.

이어 "올해는 'K리그 재정건전화 제도' 도입 첫 해인 만큼 전기 적자로 지출 제한을 두는 사례는 없었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반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올해 흑자를 내고 현금을 쌓아둔 구단과 그렇지 않은 구단은 해가 갈수록 재정 운영에 격차가 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K리그 재정건전화 제도'에 따르면 각 구단은 1월에 당기 예산, 전기 손익계산서, 전기 선수비용 지출표 등을 연맹에 제출하며 예비 심사를 받게 되고, 이후 3월 겨울 이적시장이 끝날 때까지 선수를 등록할 때마다 당시 선수비용 지출표를 낸다.이어 4월엔 본심사를 통해 전기 감사보고서, 당기 예산에 대한 검토가 이뤄진다.

여름이적시장이 진행되는 6~7월엔 매 선수 등록 때마다 당기 선수비용 지출표를 내고 아울러 전반기 선수 연봉 지급 내역도 연맹에 제출한다. 8월엔 재무개선안 검토가 이뤄진다. 완전 자본잠식 구단을 대상으로 경영개선 계획서, 부채상환 계획서 등을 받는다.

'K리그 재정건전화 제도'가 도입되면서 각 구단 역시 이를 반기고 있다.

올해가 첫 시행인 만큼, 예년보다 챙겨야 할 회계 서류 등이 많아지는 등 업무 부담이 증가했지만, 그래도 합리적인 구단 예산 지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견 적지 않다. 그간 K리그는 40년 역사를 품게 됐지만 성적을 위한 선수단 지출에만 매달려 구단의 재정과 선수단의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 적었다.

그러나 이제 'K리그 재정건전화 제도'를 통한 구단 자체적으로 만들기 어려웠던 내부 통제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전체 예산 중 선수단과 마케팅, 유소년, 시설 등을 적정 비율로 유지할 수 있는 효율적인 예산 수립이 가능하게 됐다.

지난 7월 중순까지 진행된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K리그 재정건전화 제도'에 맞춰 가장 모범적으로 선수단 예산 지출을 집행한 구단은 대구, 전남, 제주로 드러났다. 이들은 업무별(회계·선수단 등) 구단 담당자들의 정확한 인지와 면밀한 검토, 적자 발생을 막기 위한 정교하고 보수적인 예산 수립, 무분별한 선수 영입 지양 등을 이뤄 호평을 받고 있다.

이런 연맹의 재정 관련 노력들은 이미 아시아축구연맹(AFC)에도 전파되면서 각광을 받는 중이다.



연맹은 지난달 11~12일 이틀간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AFC하우스에서 열린 '2023 AFC 프로페셔널 풋볼 세미나'에서 'K리그 재정건전화 제도'를 소개했다. 해당 세미나는 AFC 회원국이 서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아시아 클럽 축구 시스템의 최신 동향을 논의 및 교육하는 자리다.

K리그를 대표해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연맹 클럽라이선싱팀 임동환 팀장, 장호광 프로, 이영섭 프로는 세미나 2일 차에 열린 'K리그 재정건전화 제도' 소개 발표를 맡았다. 발표 뒤 최근 리그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중동 국가 등 여러 아시아 리그에서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연맹은 이번 발표로 K리그의 선진화된 재정 준칙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하며 앞으로도 아시아 다른 나라 리그에 'K리그 재정건전화 제도'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협력할 계획이다.

세부적인 소프트웨어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연맹과 구단들이 메일, 엑셀 파일을 통해 재정건전화 업무를 처리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K리그 재정건전화 제도'의 전용 웹사이트 'K리그 파이낸셜 매니저(가제)'가 개설된다.

연맹 관계자는 "연맹은 앞으로도 구단의 건전한 재정을 위해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적극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 구단 운영 투명성을 제고하고 구단과 리그 성장을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축구와 스포츠가 산업화, 기업화될수록 그에 걸맞는 재정 운영이 중요하다는 것은 최근 FC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에서 잘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들이닥치면서 재정적으로 취약했던 바르셀로나는 구단의 심장과도 같았던 리오넬 메시를 팔 수밖에 없었다. 이는 구단의 인기와 매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지금까지도 악순환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반면 무분별한 선수 영입을 지양하고 건전한 재정 운영으로 코로나19를 잘 넘긴 바이에른 뮌헨은 매출과 인기에서 유럽 1~2위를 유지하고 지속 가능한 구단의 롤모델을 드러냈다. 뮌헨에 속한 분데스리가 역시 마찬가지다.

'K리그 재정건전화 제도'는 이런 흐름 아래, 시기적으로도 잘 준비된 모델이라는 분석이다. 1~2년 반짝하는 게 아니라, 영속적인 리그와 구단이 될 수 있는 촉매가 될지 주목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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