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나승우 기자) 1년 전 0-3 참패를 완벽하게 설욕했다. 황선홍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이 일본을 물리치고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른 후 포효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황룽스포츠센터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서 전반 2분 만에 선제 실점했으나 정우영, 조영욱의 연속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2014 인천 대회 우승,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도 일본을 꺾고 우승했던 대표팀은 역대 최초로 아시안게임 축구 3연패를 기록한 팀이 됐다.
이번 승리는 황선홍호에게 있어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황선홍호는 지난해 6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일본에 0-3으로 참패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당시 조영욱, 이강인, 홍현석 등 현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들이 뛰었으나 한 골도 넣지 못하고 무너졌다.
충격은 컸다. 2021년 3월 A대표팀이 친선 경기에서 0-3으로 패한 후 2022년 6월 U-16 대표팀이 인터내셔널 드림컵에서 0-3으로 패해 한일전 2연패를 당한 상황이었고, 3연패까지 이어질 거라고 생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이 경기 이후 황선홍 감독의 지도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강인이라는 스타 플레이어를 데리고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른다는 비판이 있었다. 아시안게임을 3개월 앞두고 중국 현지 적응을 위한 명분으로 추진했던 중국과의 평가전 2연전도 잃은 게 더 컸다. 주축이었던 엄원상이 발목 부상을 당했고, 조영욱과 고영준도 경미한 부상을 입고 귀국했다. 2연전 결과는 1승1패. 확실한 성과를 올린 것도 아니었다.
금메달을 위해서라도, 지난 맞대결 패배의 아픔을 잊기 위해서라도 황선홍 감독에게 이번 일본전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대회 내내 선제골을 놓치지 않았던 황선홍호는 일본에게 처음으로 선제 실점을 허용했다.
전반 2분 왼쪽 측면을 빠르게 돌파한 일본 사토 케인이 크로스를 올렸고, 이광연 골키퍼가 쳐냈으나 멀리 가지 못했다. 재차 공을 잡은 시게미 마사토가 우치노 고타로에게 연결했다. 우치노는 빈 골문으로 정확하게 찔러넣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대표팀은 당황하지 않았다. 7골로 대회 최다골을 기록 중인 정우영이 해냈다. 전반 27분 주장 백승호가 박스 안에서 환상적인 개인기로 수비를 녹인 게 주요했다. 대인마크를 벗겨낸 후 중앙으로 내준 패스가 수비에게 끊겨 뒤로 흘렀지만 황재원이 이를 잡아 크로스를 올렸다. 박스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정우영이 상대 수비를 이겨내고 머리로 꽂아넣었다. 분데스리거의 클래스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8골로 득점왕을 예약했다.
기세를 올린 대표팀은 후반 초반 조영욱의 역전포가 터지면서 환호했다. 황재원이 하프라인부터 드리블하다가 전방에 배달했고 이 때 정우영이 상대 수비와 몸싸움 끝에 볼을 페널티지역 가운데로 흘려줬다. 이를 조영욱이 어려운 상황에서 잡았으나 기어코 차기 좋은 위치로 만든 뒤 오른발로 차 넣어 2-1을 만들었다.
현역 군인으로 지난 1일 상병 진급을 한 조영욱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조기 전역을 하게 된다. 그야말로 '전역골'을 조영욱이 넣은 것이다.
리드를 잡은 대표팀은 일본과 치열하게 공방전을 펼쳤다. 후반 막바지에는 일본이 결정적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면서 실점 위기를 맞을 뻔 했지만 잘 버텨냈다.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 쓰러졌다. 벤치에 있던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모두 경기장 안으로 뛰쳐나갔다.
대회 내내 미소를 짓지 못햇던 황선홍 감독도 포효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아시안게임 3연패라는 최고의 결과로 지난해 참패를 되갚았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