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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인사이드]②5년 후에는 K리그도 가능성 있다

기사입력 2006.08.09 02:02 / 기사수정 2006.08.09 02:02

문인성 기자



[글=문인성 기자]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이날은 프로축구 FC서울이 일본의 수도팀 FC도쿄와 친선경기를 하는 날이었다. 한일 수도팀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이날 경기는 서울시민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었다.

이날 경기는 무료 입장해 관람할 수 있었다. 모처럼 박주영, 이을용, 김병지, 김은중과 같은 스타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싶어했던 팬들은 너나할 것없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입장한 관중은 6만1천여 명. 아마도 FC서울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한 후 이렇게 많은 관중이 입장을 한 것은 처음일 것이다. 물론 대표팀 경기는 항상 만원사례였지만 말이다.

그동안 프로축구 경기장에서 취재를 하다 보면 지루해 하며 가만히 앉아 경기를 보는 팬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다 그런 팬들이 국가대표팀의 경기장에 들어서면 쉴새없이 환호하고 골이 들어가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며 아쉬워한다. 이렇듯 무척 설레는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로 바뀐다.

많은 축구팬은 왜 그런 광경이 프로축구에서는 나오지 않느냐고 한탄을 한다. 그리고 국가대표 경기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는 K리그의 현실 앞에 무릎을 꿇고 소리없이 통곡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날 비록 K리그의 정식 경기는 아니었지만 프로축구팀의 경기에 열광하는 많은 팬을 볼 수 있었다. 마치 국가대표 경기를 응원하는 듯한 장면이었다. 물론 경기 자체가 한일전이라는 묘미도 있었지만 프로축구장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 나왔다.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으며 골이 빗나가면 아쉬워했으며 골이 들어가면 무척 즐거워했다. 그저 박수뿐인 K리그 경기장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필자는 한순간에 달라져 버린 팬들의 모습에서 한가지 특이점을 발견했다. 그날 팬들이 열광하며 경기를 지켜본 이유는 경기장에 최용수, 박주영, 김병지, 김은중이 뛰어서가 아니다. 가수 마야가 와서 공연을 해서도 아니다.

또 프로축구가 원래 재미있어서 열광한 것도 아니며 한일전이라 한국이 일본을 꼭 이겨야 한다는 애국심 때문도 아니다.

바로 축구라는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아마 관중이 2-3만 명 수준이었으면 그런 분위기는 연출되지 못했을 것이다. 팬들도 그런 기분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국가대표 경기도 관중이 2-3만 명 수준이면 이제까지 보인 열광적인 분위기를 연출 못 할지도 모른다.

결국, 팬들이 축구에 재미를 느끼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분위기다. 6만 관중과 아름다운 경기장에서 축구를 보는 느낌, 찜통 같은 날씨였지만 그것은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색다르고 환상적인 경험일 것이다. 그런 기분과 경험이 자연스레 축구에 흥미를 유발하게 하고 축구가 재미있건 없건 분위기에 취해 그 기분을 깨지 않기 위해서 그 축구가 무조건 재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믿고 생각하게 된다.

그것이 축구가 주는 마약과 같은 효과다. 사실 이날 FC서울과 FC도쿄의 친선경기를 보고 난 이후 FC서울은 더 많은 팬을 확보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는 12일에 있을 라이벌 수원과의 FA컵 8강전에는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연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친선경기를 통해서 필자는 K리그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유럽축구는 5-6만 명의 열광적인 관중이 경기를 보며 멋진 모습을 연출하지 않는가. 우리도 미래에는 그런 광경을 연출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팬들이 그런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금 당장 K리그 구단들이 자신들의 홈경기장에 3-4만 명의 관중을 앉힐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평균 관중이 많은 수원과 서울의 4년 전 평균 관중 수와 지금의 평균 관중 수를 비교해 보면 훨씬 발전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구단들도 노력하고 있다. 다만 그들의 계획이 10~15년 장기적이기에 기다림에 지친 축구팬들이 보기에는 발전이 더딜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확신한다.

도쿄와의 친선경기에서 보여준 팬들의 성원을 한군데로 끌어 모을 수 있는 구단과 연맹의 역량만 있다면 K리그도 5년 후에는 일본 J리그보다 더 발전해 있을 것이다.  




문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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