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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신유빈의 고백 "난 원래 아시안게임 못 오는 선수" [AG 현장]

기사입력 2023.10.03 08:52 / 기사수정 2023.10.03 09:03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탁구 희망으로 떠오른 신유빈은 "사실 이번 대회에 못 오는 선수였다"며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여자단체전 혹은 여자단식 메달 노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유빈은 전지희와 짝을 이뤄 2일 중국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GSP Gymnasium)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복식 결승에서 북한 차수영-박수경 조를 상대로 게임 스코어 4-1(11-6 11-4 10-12 12-10 11-3)로 손쉽게 승리를 따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유빈-전지희 조는 여자복식 최강의 위용을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제대로 뽐냈다. 지난달 29일 16강전에서 김금영-변송경 조(북한)를 게임 스코어 3-1로 제압했다. 남북대결로 관심이 쏠렸던 가운데 한 수 위 기량을 과시하면서 무난한 승리를 챙겼다. 8강전에서 만난 대만 전즈여우-황이화 조는 첫 게임을 내주며 고전했지만 이후 2~4게임을 눌러 준결승에 진출했다.

4강에서 만난 일본의 하리모토 미와-기하라 미유 조도 신유빈-전지희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신유빈-전지희는 1게임을 먼저 내주고도 2게임부터 빠르게 주도권을 되찾았다. 하리모토와 기하라를 한 쪽 구석으로 몰아넣은 뒤 빈곳을 공략하는 작전이 적중하면서 2, 3게임을 챙기고 경기를 뒤집었다.



신유빈-전지희의 환상 호흡은 3, 4게임에서도 이어졌다. 쉴 새 없이 하리모토 미와-기하라 미유 조에 맹공을 퍼부은 끝에 게임 스코어 4-1의 역전승으로 결승에 안착했다.

결승도 '완승'이었다. 1게임에선 신유빈-전지희 조가 2점을 먼저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북한이 리시브에서 범실을 기록해 10-4까지 점수를 벌렸다. 매치포인트에 도달한 상황에서 2점을 내준 신유빈-전지희 조는 11점에 먼저 도달해 1게임을 가져갔다.

2게임에서도 2-1 상황에서 신유빈의 백핸드 공격이 통했다. 3-1로 리드를 잡은 신유빈-전지희 조는 착실히 점수를 올렸다. 10-4로 먼저 매치포인트에 도달했고, 1점을 더 따내 11-4로 2게임을 승리했다.

3게임은 차수영-박수경 조가 먼저 점을 따냈다. 하지만 신유빈-전지희 조는 당황하지 않고 3연속 득점에 성공해 어렵지 않게 역전에 성공했다. 북한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3점을 연달아 따내며 재역전했다. 4-6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신유빈-전지희 조가 힘을 냈다. 3점을 따내 7-6으로 다시 점수를 뒤집었다.



4게임도 접전이 이어졌다. 신유빈-전지히 조가 점수를 벌리면 차수영-박수경 조가 줄기차게 따라붙었다. 9-7 불안한 리드가 이어졌고, 2점을 내줘 9-9 동점이 됐다. 신유빈-전지희 조가 먼저 매치 포인트에 다가섰다. 하지만 차수영-박수경 조가 동점을 만들어 다시 듀스가 됐다. 다행히 상대 범실로 2점을 얻어 4게임을 가져와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5게임은 완승이었다. 5점을 먼저 앞서갔다. 북한이 2점을 기록했지만 8-2까지 격차를 벌렸다. 9-2 상황에서 한 점을 내줬지만 2점을 연속 득점해 21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신유빈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신유빈은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는 밝은 미소로 나타났다. "우리 집에 금메달이 생겼어요"라고 취재진에게 소감을 전한 신유빈은 "신기하다. 경기 내용적으로도 계속 작전을 바꿔가면서 플레이를 잘 가져갔다. 후회 없는 경기여서 좋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경기를 지켜봤을 가족들에게도 인사를 전했다. 신유빈은 "이기든 지든 부모님께서 항상 '고생했다'는 문자를 보내신다. 오늘은 아직 핸드폰을 못 봤다"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도 TV에 나오면 정말 좋아하신다. 금메달 따는 모습 보여드려서 나도 같이 행복해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에 있는 코치분들께도 감사하다고 꼭 전해달라"고 덧붙였다.



금메달 확정 후 눈물을 터뜨린 것에 대해서는 "코치님이 먼저 우셔서 따라 울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파트너 전지희와의 호흡은 "같이 하면 기술적으로든 다 믿음을 줄 수 있고, 같이 자신 있게 플레이 할 수 있는 그런 존재"라고 평가했다.

경기 중 북한 선수들을 향한 응원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고 했다. 신유빈은 "시합에 집중하고 작전만 생각하느라 관중 응원 소리는 안 들렸다"고 답했다.

사실 신유빈은 지난해 손목 부상으로 아시안게임 출전이 힘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기적적으로 참가할 수 있었다.

신유빈은 "사실 부상 때문에 난 이 자리에 없는 거였다"라면서 "운 좋게 행운이 찾아와서 이렇게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거에 너무 감사하게 생각했다. 이제 성적도 잘 나와서 잊지 못할 첫 아시안게임인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다음 목표는 2024 파리 올림픽이다. 신유빈은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지만 출전을 하게 된다면 지금처럼 늘 하던 대로 후회 없는 경기로 만들도록 연습 과정에서 더 착실해야 될 것 같다"며 "만약에 나가게 된다면 또 거기에서 후회 없는 경기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도쿄 올림픽 때도 선수들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경험이 너무 많은 선수들은 집중력이나 이런 큰 대회에서 또 달라진다는 걸 느꼈다"라며 "살짝 어렵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단체전 끝나고 이제 많은 걸 느꼈다.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도 잘 풀어나간 게 나한테도 큰 경험이 됐던 것 같다"고 이번 아시안게임이 갖는 의미를 되짚었다.

올림픽에선 여자복식이 열리지 않는다. 단체전 경기당 5게임 중 1게임이 복식이어서 올림픽 메달 따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도 신유빈은 1년 뒤를 기약하며 더 발전하겠다고 전헸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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