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종목 대한민국의 첫 금메달은 황선우(20)도 김우민(22)도 아니었다. 남자 수영 단거리의 간판 지유찬(22·대구광역시청)이 자유형 50m에서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효했다.
지유찬은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Hangzhou Olympic Sports Centre aquastic sports arena)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50m 결승에서 4번 레인에서 스타트한 뒤 21초72를 기록, 8명 중 맨 먼저 터치패드를 찍고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이날 오전 열린 예선에서 자신이 기록한 아시안게임 신기록 21초84를 약 10시간 만에 갈아치우고 하계 아시안게임 역사에 당당히 이름을 남겼다.
홍콩의 호 이안 옌터우는 21초87로 지유찬의 뒤를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전날 자유형 100m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고 금메달을 따냈던 중국의 단거리 에이스 판잔러는 21초92로 동메달을 따냈다.
지유찬은 결승전에서 완벽한 스타트로 금메달을 향한 발판을 만들었다. 출발음이 울리자마자 쭉 뻗어나간 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이미 예선에서 21초84로 아시안게임 신기록 겸 한국 신기록을 작성했던 가운데 결승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 결승 기록은 올해 아시아 선수 중 이 종목에서 가장 빠른 기록이기도 하다.
한국 수영은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공동 우승한 김민석 이후 21년 만에 이 종목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공교롭게도 2002년생인 지유찬은 자신이 태어났던 해 대선배가 이룬 업적을 재현해냈다.
지유찬은 예선을 전체 1위로 마친 뒤 "금메달까지 노려보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던 상황에서 자신의 꿈을 현실로 이뤄냈다.
지유찬은 금메달 확정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예선이 끝나고 금메달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던 건 반신반의로 했다. 예선 기록이 잘 나와서 욕심을 조금 부리고 싶었는데 내가 한 말을 지킬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남은 경기에서도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회도 아니고 중국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 더 뜻깊은 것 같다"며 "내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종목 한국의 첫 금메달인데 내가 스타트를 잘 끊었으니까 (계영 800m) 형들도 금메달을 따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지유찬은 황선우, 김우민, 이호준 등 경영 국가대표 선수들 중에서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세계선수권에서 뚜렷한 수상 이력이 없었던 탓에 적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유찬은 지난해와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가능성을 적지 않게 내비쳤다. 2022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자유형 50m에서 0.07초가 부족한 17위(22초19)를 차지, 상위 16명에 주어지는 준결승 티켓을 아깝게 놓쳤다.
지난 7월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선 양재훈이 갖고 있던 종전 한국기록(22초16)에 불과 0.01초 부족한 22초17을 기록했다. 최종 순위는 24위였지만 기록적으로는 꾸준히 성장세에 있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잠재력을 완벽하게 폭발시키고 금빛 메달로 완성했다.
지유찬의 남자 자유형 50m 깜짝 금메달로 중국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독식에도 제동이 걸렸다. 중국은 전날 여자 자유형 1500m, 남자 자유형 100m 등 7개의 금메달을 모두 쓸어담았다. 남자 자유형 100m 금메달을 겨냥했던 황선우는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25일 남자 자유형 50m 결승에 앞서 열린 남자 50m 배영, 여자 50m 배영 결승전에서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은 중국선수들이 차지했다.
지유찬은 "전날 수영 경기를 현장에서 다 봤다. 금메달을 다 중국 선수들이 땄는데 내심 속으로 '내가 이걸 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돼서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우승 확정 순간을 묻는 질문에는 "마지막에 터치 패드를 찍을 때 1위라는 느낌은 못 받았지만 옆 레인 선수들이 살짝 보여서 내가 이겼다는 생각은 들었다"며 "전광판을 통해 내가 금메달이라는 걸 확인한 순간은 얼떨떨 하면서도 짜릿했다"고 덧붙였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