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오는 2일(한국시간) 개막을 앞둔 2011 코파 아메리카의 최고 관전 포인트는 화끈한 골 퍼레이드다. 대회 3연패를 노리는 브라질을 비롯해 18년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을 꿈꾸는 아르헨티나까지 코파 아메리카에 참가하는 대부분 팀들이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수준급 경기력을 보였던 파라과이, 우루과이, 칠레는 특히 예의 주시해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주목할 공격수는 현역 최고의 공격수 리오넬 메시(24, 바르셀로나)를 비롯해 브라질의 신성 네이마르 다 시우바(19, 산투스), 칠레 대표 공격수 알렉시스 산체스(23, 우디네세) 등이 있다. 이외에도 우루과이의 남아공 월드컵 4강 주역 루이스 수아레스(24, 리버풀)와 유로파리그에서 득점왕을 거머쥔 콜롬비아의 팔카오 가르시아(25, 포르투)가 이목을 끈다.
메시, 이 시대 진정한 크랙
메시는 현역 최고의 공격수다. 이번 시즌 메시의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는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메시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래 3번째 우승이다. 그러나 메시의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다르다.
1993 코파 아메리카 이후 아르헨티나는 메이저 대회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달성하지 못했다. 메시가 본격적으로 대표팀 주전으로 도약한 2007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파죽지세의 기세로 결승에 올랐지만, 숙적 브라질에 0-3으로 완패했다.
아르헨티나의 메이저 대회 징크스는 남아공월드컵에서도 지속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8강에서 독일에 0-4로 패하며 준준결승에서 탈락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코파 아메리카는 메이저 대회 우승에 목마른 아르헨티나로서는 절호의 기회다. 그들은 개최국 이점까지 안고 있는 만큼 반드시 우승을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메시도 이번 대회에 나서는 태도가 남다르다. 그는 지난해 12월 자국 언론 올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성탄절 소원은 코파 아메리카 우승"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메이저 대회 우승에 목말라 있다.
메시는 한층 성숙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단순히 골을 넣는 것 뿐만이 아니라 직접 2선까지 내려와 전체 공격을 조율한다.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 세르히오 바티스타 아르헨티나 감독은 메시로 하여금 2선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특별 지시를 내렸다.
포지션을 옮긴 메시로 인해 아르헨티나의 창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들은 남아공월드컵 직후 열린 친선 경기에서 브라질, 스페인, 포르투갈을 모두 제압했다. 승리의 중심에는 메시가 있었다. 반면 메시가 결장한 경기에서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며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아르헨티나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메시가 바르샤에서의 활약을 대표팀에서도 재현해야 한다.
네이마르, 브라질의 미래
아르헨티나에 메시가 있다면 브라질에는 네이마르가 있다. 1992년생인 네이마르는 일찌감치 브라질 최고의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자연스레 그는 카카 이후 '크랙' 등장에 목마른 브라질 팬들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네이마르 역시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같은 나이대 유망주와 비교해 월등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브라질은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의 부진을 털어내기를 희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브라질은 최근 5번의 코파 아메리카 중 4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과 함께 브라질은 호나우두, 호나우지뉴(31, 플라멩구), 아드리아누(29, 코린치안스), 호비뉴(27, AC 밀란) 등의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했다. 네이마르가 선배들의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3. 수아레즈, 2인자 벗어난 우루과이의 희망
우루과이는 월드컵 초대 우승국이다. 그러나 그들은 1950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년이 흐른 뒤 우루과이는 멕시코 월드컵에서 4강 진출에 성공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지만, 이후에도 부침은 계속됐다. 월드컵 2회 우승국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성적이었다.
지난해 남아공월드컵에서 우루과이는 플레이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애초 그들은 프랑스, 남아공, 멕시코와 A조에 속하며 16강 진출이 불투명해 보였다. 그러나 조 1위로 당당히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상승세를 이어가며 월드컵 4위를 차지,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당시 우루과이 상승세의 주역은 디에고 포를란(32,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었다. 반면 수아레스는 조연에 머물렀다. 그는 한국과의 16강전에서 두 골을 기록한 데 이어 가나와의 8강전에선 골라인을 넘는 공을 손으로 막아내는, 이른바 '논개 축구'를 보여주며 조국의 4강행을 이끌었지만 포를란의 엄청난 활약에 적지않이 가려진 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전망이다. 포를란이 지난 시즌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친 것과 대조적으로 수아레스는 리버풀로 팀을 옮긴 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조력자 에디손 카바니(24, 나폴리) 역시 일취월장했으니 16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우루과이의 이번 대회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밝다.
팔카오, 유로파리그 득점왕
2001년 콜롬비아는 자국에서 열린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후 그들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콜롬비아는 세 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지역 예선 탈락이라는 쓴 잔을 마셔야 했다.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두 번의 대회에서 그들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2004년 대회에서는 4위를 차지했지만, 2007년 대회에서는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다.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콜롬비아 역시 이번 대회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팔카오의 발끝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팔카오의 소속팀 FC 포르투는 이번 시즌 트레블 달성에 성공했다. 포르투의 최전방 공격수인 그는 제공권 장악 능력이 좋으며, 문전에서 높은 집중력으로 득점력 역시 뛰어나다. 특히 이번 시즌 그는 유로파리그에서 17골을 넣으며 한 시즌 유럽대항전 최다 골 기록을 깨기도 했다.
산체스, 유럽 이적 시장의 주인공
산체스는 이반 사모라노와 마르셀로 살라스의 명맥을 잇는 칠레 최고의 공격수다. 그가 이름을 알린 건 지난 2007년 캐나다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에서였다. 당시 산체스는 발목 부상을 당한 상태였지만 투혼을 보여줬고 칠레는 대회 3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남아공월드컵에서 돋보인 활약을 펼쳤고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당시 그는 화끈한 공격축구를 보여준 칠레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주로 윙포워드로 나선 산체스는 활발한 움직임을 토대로 동료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했다.
월드컵이 끝난 뒤에도 산체스는 일취월장했다. 그동안 빠른 발에서 비롯한 수준급 드리블 능력과 개인기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골 결정력은 다소간 떨어졌던 게 사실. 날렵한 움직임을 통해 전방까지 침투하는 모습은 합격점을 받았지만, 문전에서의 집중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산체스는 자신을 둘러싼 의문 부호를 모두 지워버렸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득점력이다. 전 시즌 그는 36경기에 나서 6골을 기록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32경기에서 12골을 넣었다.
산체스의 성장은 팀 성적에도 반영됐다. 이전 시즌 세리에A 15위를 차지한 우디네세는 2010/11시즌 산체스의 맹활약을 토대로 리그 4위로 올라서며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무려 6년 만에 이룬 쾌거다. 이러한 활약을 발판삼아 그는 최근 내로라하는 빅클럽들의 영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 시점 바르샤 이적이 유력해 보인다.
[사진= 메시, 네이마르, 수아레스, 팔카오, 산체스 ⓒ 아디다스 코리아 제공, 코파 아메리카 홈페이지 캡처]
박문수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