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한국 남자 수영의 간판 황선우(20)가 생애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특히 라이벌 판잔러(중국)와 같은 조 맞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고 기분 좋게 자유형 100m 결승전에 나서게 됐다.
황선우는 24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Hangzhou Olympic Sports Centre aquastic sports arena)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100m 예선 6조에 출전했다. 48초54의 기록으로 조 1위를 기록한 황선우는 44명이 나선 100m 예선 전체 2위도 기록하며 24일 오후 9시26분에 열리는 결승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황선우는 이날 첫 50m 구간에서 23초48을 기록했다. 자신의 자유형 100m 최고 기록을 세웠던 2021년 도쿄올림픽 준결승(47초56) 당시 첫 50m에서 보여준 23초17과 올해 7월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23초29와 비교하면 기록이 다소 저조해 보였다.
하지만 황선우의 페이스는 50~100m 구간에서도 꺾이지 않았다. 비록 예선이지만 판잔러와의 자존심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듯 마지막에는 더 스퍼트를 올렸다. 최종 48초54의 성적표로 48초66을 기록한 판잔러를 앞서며 6조 1위로 결승 무대를 밟게 됐다.
예선을 마친 결과 황선우는 판잔러 외에 두 명을 더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 됐다. 중국의 떠오르는 신성 왕하오위가 48초13으로 들어와 황선우, 판잔러를 따돌리며 1위로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또 일본 수영 단거리 에이스 마쓰모토 가쓰히로는 판잔러와 똑같은 48초66을 찍어 공동 3위가 됐다.
황선우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200m와 100m, 단체전 계영 800m 등 세 종목에 출전한다. 주 종목 200m의 경우 지난해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은메달, 올해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따내며 '월드 클래스' 기량을 과시한 가운데 아시아권에서는 적수가 없다는 평가다. 부상 등 갑작스러운 변수만 없다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설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반면 자유형 100m는 객관적인 평가에서 도전자의 입장이다.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중국의 판잔러가 황선우의 금메달 도전에 가장 큰 라이벌이다.
판잔러는 올해 5월 중국수영선수권에서 47초22를 기록, 황선우가 가지고 있던 이 종목 아시아 기록을 경신했다. 7월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는 준결승에서 47초61로 전체 3위, 결승에서는 47초43으로 전체 4위에 오르며 빼어난 경기력을 보여줬다.
황선우는 도쿄 올림픽 이후 자유형 100m에서는 기록 경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 자유형 200m 동메달 획득 후 기세를 몰아 자유형 100m 결승 진출을 노렸지만 준결승에서 48초08로 전체 11위에 그쳐 예선 상위 8명에게 주어지는 결승 진출 자격을 얻지 못했다.
황선우는 이 때문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비 과정에서 자유형 100m 기록 단축과 경기력 향상을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예선이지만 판잔러보다 앞서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결승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황선우는 100m 예선 종료 후 믹스트존에서 "컨디션도 괜찮고 예선치고도 나쁘지 않은 기록이라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며 "38초 중반대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내가 생각한 대로 기록이 잘 나왔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날 첫 50m 기록이 지난 7월 후쿠오카 세계선수권보다 빠르지 않았던 부분도 전략적인 선택이었음을 시사했다. "예선 때 온 힘을 다 쏟아내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늘 예선 기록을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때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일단 지금 컨디션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오후까지 잘 관리하고 결승전을 준비하면 될 것 같다"며 설명했다.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놓고 다툴 판잔러에 대해서는 선의의 경쟁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비록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숱한 국제대회를 함께 치르면서 적지 않은 친분이 쌓였고 "착한 동생"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친근함을 과시했다.
다만 황선우가 자유형 100m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서는 판잔러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예선에서는 황선우가 4번 레인, 판잔러가 5번 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치면서 우승후보 두 명이 나란히 물살을 가르는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결승전에서는 황선우와 판잔러 사이가 벌어졌다. 판잔러가 3번 레인, 왕하오위가 4번 레인, 황선우가 5번 레인, 마쓰모토가 6번 레인에 자리잡는다.
황선우는 "결승에서는 내가 5레인에서 레이스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판잔러와는 조금 떨어지게 됐다"며 "결승에서는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의 경기를 펼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유형 100m 예선에서 깜짝 1위를 차지한 왕하오위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했다. 왕하오위가 예선 기록에서 자신과 판잔러를 제친 게 크게 놀랍지 않다는 입장이다.
황선우는 "왕하위오 좋은 기록을 가지고 있고 계속 기량이 성장 중인 선수여서 잘 알고 있다. 3월에 자유형 100m에서 47초대 기록을 끊는 걸 보고 이 종목에서 굉장히 두각을 나타낼 것 같다고 생각을 많이 했다"며 "나이가 나보다 2살 정도 어리지만 굉장히 좋은 기록을 찍어내고 있어서 결승전에서 나도 정말 열심히 레이스를 펼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쓰모토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황선우가 판잔러와 함께 항상 우승후보로 염두에 두는 선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수영 강국 일본을 대표하는 터라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황선우가 이날 자유형 1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한국 선수로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박태환 이후 13년 만에 이 종목 우승자가 되는 기쁨을 맛본다.
아울러 25일 800m 계영을 통해 한국 수영 사상 처음 도전하는 단체전 금메달에도 청신호를 켤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