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e스포츠의 살아 있는 전설 페이커(이상혁)의 중국 내 인기는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항저우땅을 밟는 첫 순간부터 수많은 팬들이 페이커를 향해 달려들면서 샤오산 국제공항 입국장을 마비시켰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 국가대표 선수단은 22일 오후 중국 항저우 샤이산 국제공항을 통해 결전지 항저우에 입성했다.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김정균 감독을 비롯해 '제우스' 최우제, '카나비' 서진혁, '페이커' 이상혁, '쵸비' 정지훈, '케리아' 류민석은 현지 적응 훈련을 시작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한 여정에 돌입한다.
이날 항저우 샤오산 국제공항 입국장에서 e스포츠 국가대표팀과 페이커를 기다린 건 취재진만이 아니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대회에 참가하는 각국 선수단 및 취재진을 위해 4터미널에 아시안게임 전용 게이트를 신설했다. 중국 내 페이커팬들도 이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고 페이커의 중국 입국 시간에 맞춰 입국장에서 진을 치고 기다렸다.
e스포츠와 LoL의 인기가 높은 중국 내에서도 페이커는 슈퍼스타다.
샤오산 국제공항 4터미널 아시안게임 전용 게이트에는 어림잡아도 200여 명 이상의 페이커 팬들이 모여들었다. 페이커를 반기기 위해 인형부터 응원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손에 들고 '전설'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페이커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입국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수백 명의 팬들이 페이커를 향해 달려들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취재진이 순간적으로 스크럼을 짜면서 접근을 막지 않았다면 인파가 뒤엉키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마치 BTS 같은 K-POP 스타나 유명 헐리우드 배우가 입국장에 들어선 것보다 더 뜨거운 열기가 퍼졌다. 엄청난 함성이 울려 퍼졌고 일부 중국 여성 팬들은 수많은 인파에 부딪혀 바닥에 넘어지면서도 페이커의 이름을 외치며 쫓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서 유명 아이돌 그룹을 쫓아다니는 열성팬들의 필수품 '대포 카메라'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페이커의 행동 하나, 움직임 하나가 중국 팬들에게는 큰 의미를 부여했다.
페이커는 입국장을 나온 뒤 당황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인터뷰에 임했다.
"많은 팬들이 이렇게 나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또 "선수들이 각자 다른 소속팀에 있다 대표팀에 합류해 처음에는 (호흡을 맞추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들 잘 어울리고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아직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라는 걸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이번 대회를 기회로 우리가 좋은 성적을 거둬서 많은 분들께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페이커는 게임 LoL의 올타임 레전드로 평가받는다. 2013년 만 16세 나이로 데뷔한 이후 올해까지 10년 넘게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LoL e스포츠 프로게이머 누적 상금 전세계 1위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페이커를 빼놓고 LoL의 역사를 설명하기 어렵다.
LoL에서 페이커의 위상은 현역 축구의 신(神)으로 불리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와 동일하다는 평가가 결코 과언이 아니다. e스포츠의 마이클 조던이라는 극찬도 최근 외신에서 나왔다.
미국 매체 'AFP통신'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주목할 선수 8명에 페이커에 이름을 넣으면서 "이상혁은 e스포츠의 전설적인 존재다. LoL 역대 최고 선수로 평가된다"고 치켜세웠다.
한국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LoL이 처음으로 정식 종목에 채택된 가운데 한국은 페이커를 앞세워 LoL 초대 챔피언 등극을 노린다.
대한체육회가 전망하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최소 44개다. 전망하는 금메달 개수는 ▲수영 6개 ▲양궁 6개 ▲태권도 4개 ▲근대5종 4개 ▲소프트테니스(정구) 3개 ▲바둑 3개 ▲배드민턴 2개 ▲골프 2개 ▲사격 2개 ▲스포츠클라이밍 2개 ▲유도 2개 ▲롤러 2개 등 42개에 e-스포츠에서도 2개의 금메달을 수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페이커도 금메달을 향한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대만과 평가전 종료 후 "e스포츠가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에 채택됐는데 더욱 노력해 꼭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페이커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었다. 당시 LoL은 시범종목으로 채택돼 전 세계 최고의 LoL 게이머들이 인도네시아에 모여들어 기량을 겨뤘다.
페이커는 한국을 결승전까지 이끌었지만 아쉽게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5년 전 아픔을 털어내고 반드시 목에 금메달을 걸겠다는 각오다.
페이커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다른 팀원들과 다시 (금메달에) 도전하게 됐다. 힘을 합쳐서 이번에는 꼭 이길 수 있게 준비하겠다"며 "LoL 종목에서 한국이 반드시 금메달을 딸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페이커가 출전하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은 오는 25일 오전부터 그룹 스테이지 경기가 열린다. 금메달의 주인공이 가려지는 결승전은 29일 펼쳐진다.
페이커를 비롯한 LoL 국가대표팀은 입국장을 빠져나와 숙소로 이동해 짐을 푼 뒤 중국 항저우 현지 시각으로 저녁 7시부터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 경기가 개최되는 항저우 e-스포츠 센터로 이동해 훈련을 시작한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