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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얀의 저격? '원 팀'+'공포 축구'로 반격하는 감독 황선홍 [나승우의 항저우 나우]

기사입력 2023.09.22 12:06 / 기사수정 2023.09.22 15:42



(엑스포츠뉴스 중국 진화, 나승우 기자) 대회 전 우려와 달리 황선홍호 아시안게임 초반 일정은 일단 '퍼펙트'한 모양새다.

황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1~2차전을 치러 모두 승리했다. 2연승으로 조 1위를 확보, 조기에 16강 진출을 결정지었다.

경기력도 훌륭하다. 역대 최약체 공격진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2경기 모두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1차전에선 쿠웨이트를 상대로 9골을 퍼붓는 맹공 끝에 9-0 승리를 거뒀다. 정우영(3골), 조영욱(2골), 백승호, 엄원상, 박재용, 안재준 등 다양한 선수들이 골 맛을 봤다.

2차전 태국전에서도 홍현석, 엄원상, 안재준, 이재익 등 4명의 선수가 득점포를 쏘아올리며 4-0으로 승리했다. 어느 한 명에게 득점이 쏠린 게 아닌, 모든 선수들이 득점력을 갖추고 있다는 걸 과시했다. 상대를 두렵게 하는 그야말로 '공포 축구'를 진화에서 선보이고 있다.




같은 조 쿠웨이트, 태국, 바레인이 서로 무승부를 거두는 동안 대표팀만 2~3수 위 실력을 뽐내면서 2연승으로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무엇보다 핵심 플레이메이커 이강인이 출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일궈낸 것이라 더욱 의미가 컸다.

사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대표팀, 그리고 황 감독을 향한 의문이 끊이질 않았다. 무엇보다 아시안게임 직전 경남 창원에서 열린 2024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예선 1차전서 카타르에 0-2로 충격패를 당해 황선홍 감독의 지도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U-23 아시안컵 예선에 나간 팀은 실제론 22세 이하(U-22) 대표팀으로 이번 아시안게임 멤버들은 아니다.

U-22 대표팀은이후 키르기스스탄(1-0 승), 미얀마(3-0 승)를 잡고 U-23 아시안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긴 했지만 황 감독의 '고구마 전술' 때문에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불안한 경기력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런 시기에 옛 제자 데얀의 저격성 발언까지 올라와 화제가 됐다. 황 감독은 2016년 FC서울 지휘봉을 잡아 2019년까지 재임했는데 2017년까지 서울에서 뛰던 데얀은 지난 7일 개인 블로그를 통해 "나를 가장 힘들게 한 지도자는 황선홍 감독이었다"고 콕 집어 언급했다.




데얀은 황 감독에 대해 "축구적으로는 아이디어가 좋았지만 선수단 관리 능력은 '빵점'이었다"고 혹평하면서 "본인이 서울의 모든 걸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그건 큰 실수였다. 황선홍 감독은 서울을 개인의 팀처럼 대했다. 그가 떠난지 5년이 흘렀는데도 팀은 여전히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서울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황 감독 탓이라고 그의 지도력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창원 참사와 데얀 발언 시기가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황 감독 향한 부정적 평가가 더욱 거세진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이라는 본고사 무대에 오른 뒤 황 감독을 향한 평가는 확실히 바뀌는 분위기다. 우선 2전 전승 13골 0실점이란 결과로 증명하고 있고, 조별리그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그의 태도도 사람들의 시선을 돌려놓았다. 대승 뒤에도 미소 짓지 않고 다음 경기만 생각했다.

황 감독은 중국으로 떠나기 전 "아시안게임 3연패가 얼마나 험난하고 긴 여정인지 잘 안다. 파부침주의 심정으로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고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뜻으로 황 감독의 굳은 각오가 잘 전달된다.




국가대표팀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은 이강인 차출 문제에 대해서도 황 감독은 초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이다.

이강인이 빨리 합류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1~2차전 전략을 따로 세웠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던 황 감독은 실제로 조별리그 2경기 모두 다른 전술과 선발 명단으로 승리를 따내며 전술가로서의 면모도 보여줬다.

데얀이 '빵점'이라고 지적했던 선수단 관리 능력도 본선에선 빛을 발하고 있다. 자칫 자만에 빠질 수 있었던 1차전 대승 이후 "자신감은 갖되 지난 일은 다 잊어야 한다"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스타 플레이어 이강인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이강인이 뒤늦게 합류한 후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많은 대화를 나누며 선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태국전이 시작하기 전 벤치에서 이강인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황선홍 감독은 "내가 가진 생각도 있지만 선수 생각도 있다.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부분들을 사심 없이 이야기 했다"면서 이강인을 존중했다.



대표팀은 24일 오후 8시 30분 진화스포츠센터경기장에서 바레인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기 때문에 승패 의미가 없는 사실상 연습 경기와 다름 없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은 독기를 바짝 품었다. "토너먼트 진출은 축하할 일이지만 금메달을 따기 전에는 만족이 있을 수 없다. 다음 경기도 토너먼트를 대비해 경기력 유지가 중요할 것 같다"며 전력으로 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많은 물음표를 2경기 통해 느낌표로 바꿔놓았다. 황 감독이 역대 최초 아시안게임 3연패라는 대기록에 도달, 2013년 포항을 사상 첫 한국 프로축구 '더블(정규리그·FA컵)' 동반 우승으로 이끌어 구축한 자신의 첫 전성기 이후 10년 만에 다시 포효할지 더욱 흥미진진하게 됐다.


사진=중국 진화, 김한준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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