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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섭 고의 경고 논란…"우승 위한 결단"vs"유럽선 2G 정지"→결과로 재평가?

기사입력 2023.09.22 09:07 / 기사수정 2023.09.22 09:08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황선홍호 '맏형' 박진섭(전북 현대)의 고의 경고가 논란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최종 목표인 금메달을 위해선 토너먼트에서부터 전력 투구해야하는 만큼 옐로카드 2장을 미리 받아 한 경기 쉬고 16강부터 경고 부담 없이 싸우는 게 맞지만 이 같은 행동은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에서 추가 징계로 이어진 적도 있기 때문이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21일(한국시간) 중국 진화에 위치한 진화스포츠센터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서 홍현석(KAA헨트), 안재준(부천), 엄원상(울산현대), 이재익(서울이랜드)의 릴레이 골을 묶어 4-0 대승을 거뒀다.

쿠웨이트와의 1차전서 9-0으로 크게 이겼던 한국은 앞서 열린 쿠웨이트와 바레인의 경기가 1-1로 끝나면서 태국전 승리로 조 1위 16강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쿠웨이트전 이후 단 하루만 휴식한 대표팀은 쿠웨이트전 선발 명단과 비교해 5명을 바꾸며 로테이션을 돌렸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정우영(슈투트가르트)와 멀티골 주인공 조영욱(김천상무), 미드필더 정호연(광주), 레프트백 박규현(디나모 드레스덴), 센터백 이한범(미트윌란)이 벤치로 내려갔다.

1차전서 이한범과 호흡을 맞췄던 박진섭은 이날도 어김 없이 선발 출전해 수비 중심을 지켰다. 이번엔 파트너가 이재익으로 바뀌었다. 후반 10분 교체되기 전까지 태국의 공격을 꽁꽁 묶어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경기 중 이목을 끈 장면도 나왔다.

후반 초반 코너킥 장면에서 박진섭이 시간 지연 행위로 경고를 받았다. 1차전에서 경고 한 장을 이미 받은 상태였고, 시간을 끌 타이밍도 아니었기 때문에 누가봐도 고의로 경고를 받아 카드를 '세탁'하려는 의도였다.

아시안게임 규정에 따르면 옐로 카드 2장이 누적되면 다음 경기 출전이 불가능하다. 4-0으로 앞서고 있어 조 1위 확정이 유력했던 상황이라 박진섭은 경고 한 장을 안고 토너먼트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하나 더 받아 연습 경기처럼 치르는 3차전을 결장하고 토너먼트에 들어가는 걸 택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 앞에 선 박진섭은 시간 지연 행위가 카드 세탁을 위한 것이었다고 순순히 인정했다.

박진섭은 "토너먼트에 올라가기 전에 경고를 빨리 없애는 게 목적이긴 했다. 사실 준비되고 있었던 시나리오였다"고 사전에 계획된 플레이였음을 밝혔다.

이어 "내가 연기를 너무 어색하게 했다. 밖에서 너무 무섭다고 했는데 내가 코너킥 키커로 선 게 한 6년 만이다. 너무 어색했다"면서 "벤치에 있던 선수들마다 '형 왜 이렇게 연기를 못 하냐'고 한 마디씩 했다. 관중석에서 본 이강인도 '연기 너무 못 한다. 연기 연습 좀 해야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아예 주심이 카드를 꺼내지 않을까봐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박진섭은 "이걸 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했다. 원래 K리그 같으면 바로 경고를 주는 장면인데 오늘 심판은 경고를 또 너무 안 줬다"고 K리그와 달리 관대한 심판 성향 때문에 카드를 받지 못할 뻔 했다고 말했다.

박진섭의 행동은 유럽 축구에서도 가끔 나오는 장면이긴 하다.

스페인 레전드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던 지난 2019년 3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아약스전에서 카드 세탁을 위해 고의 경고를 받았다가 UEFA에 2경기 출전 정지 추가 징계를 당했다. 레알은 이게 화근이 돼 2차전에서 1-4로 대패하고 탈락했다.

앞서 같은 팀 수비수 다니 카르바할도 2017년 11월22일 UEFA 챔피언스리그 아포엘과의 경기에서 고의 카드를 받은 것으로 의심돼 기존 한 경기에서 출장 정지 경기가 하나 더 늘어났다.

2021년 12월엔 스페인 셀타 비고 공격수 이아고 아스파스가 라리가 발렌시아전에서 불필요한 상의 탈의 세리머니를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카드 세탁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아스파스는 추가 징계를 받진 않고 1경기 출전 정지로 끝났다.



박진섭 역시 앞선 사례와 같은데 이를 대놓고 시인했다는 게 다르다. 이를 위해 코너킥 키커가 아님에도 시간을 끌기 위해 코너킥을 기회를 이용했다고 설명까지 했다.

박진섭은 "논란을 생각하기보다 우리 팀 선수 구성상 준비를 해야되는 상황이었고, 카드를 갖고 토너먼트 가서 경기를 못 뛰게 되면 그것도 팀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다"라며 혹여나 토너먼트에서 뛸 수 없게 되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박진섭이 라모스나 카르바할 처럼 추가 징계를 받을 확률은 높지 않다. 라모스와 카르바할은 UEFA 주관 경기에서 행한 것이라 관련 규정이 있지만 이번 대회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주관 대회여서 UEFA 규정과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우승을 위해 꼼수를 썼다는 비매너 논란엔 빠질 수 있다.

금메달로 가는 길에 필요한 행위였다는 얘긴데 결국 최종 결과에 따라 박진섭의 이번 카드 세탁도 재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중국 진화, 김한준 기자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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