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6.30 08:16 / 기사수정 2011.06.30 08:17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2011년, 유독 꼬인다.
올 시즌 토종 왼손 에이스들의 힘겨운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어떤 이는 구위의 문제로, 또 어떤 이는 불운으로, 또 어떤 이는 부상으로 온전치 못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어 구단 관계자와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나마 올 시즌 제 역할을 해주고 있는 토종 왼손 선발 투수는 차우찬(삼성)과 장원준(롯데)인데, 차우찬도 사실 5월 이후 썩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 왼손 토종 에이스 수난시대
대한민국 대표 에이스 류현진(한화)이 2009년 8월 7일 이후 약 23개월만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원인은 왼쪽 등근육의 경미한 담 증세. 지난 28일 문학 SK전서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은 뒤 6회에 자진 강판했다. 심각한 건 아니고 열흘 뒤 정상 출격 가능하다. 비록 다승 부문 공동 선두(8승)로 올라선 류현진이지만 괴물과는 다소 격에 맞지 않는 3.73이라는 평균자책점은 올 시즌 그가 얼마나 힘겨운 한 해를 보내고 있는지를 알게 해준다.
그래도 류현진은 더 이상 구위의 문제는 없다. 하지만, 또 다른 왼손 에이스 김광현(SK)은 올 시즌 거듭된 부진으로 올 시즌 두 번째 2군행 지시가 내려진 상태다. 4승 6패 평균자책점 5.14로 무뎌진 SK 선발진에 기름을 부었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역동적인 투구폼을 살리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분위기이고 설상가상 팀은 삼성과 KIA의 협공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여기에 은근히 두 왼손 영건과 국내 최고 왼손 투수를 놓고 신경전을 펼쳐오던 봉중근(LG)은 아예 최근 토미존 수술을 받아 기나긴 재활에 돌입한 상태다.
작년 16승을 따내며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양현종 (KIA)도 올 시즌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4월말부터 4연승을 내달리며 살아났으나 이후 다시 주춤하다. 6월에는 평균자책점 2.50임에도 1승을 거두는 불운까지 겹쳐 조범현 감독은 어깨 피로 누적을 이유로 2군으로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몸에 큰 이상이 없다는 걸 감안하면 넘어진 김에 쉬어가라는 조 감독의 배려라고 봐도 된다.
이 밖에 작년 13승을 따내며 삼성을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장원삼은 가장 심각한 경우다. 3승 3패 평균자책점 5.36인데, 투구 밸런스가 상당수 무너져 작년 잘 던졌던 기억을 잃은 경우이고 심지어 4월 잘나가던 차우찬도 5월과 6월에는 평균자책점이 각각 4.18, 4.00이다. 에이스라고 하기엔 미흡한 성적이다. 더 이상 최근 몇 년처럼 왼손 투수가 날고 기던 시기는 지났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결국, 희소성의 원칙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류현진과 김광현의 혜성과 같은 등장 이후 국내 시장은 급격히 왼손 투수가 강세를 띄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도 타자들은 국내 최정상급 투수인 이들에 대한 적응력도 키워나갔다. 괴물이라던 류현진마저 올 시즌에는 일단 타자들에게 다수의 파울을 허용하고 있다.
봉중근, 장원삼의 꾸준한 활약과 양현종, 차우찬 등의 성장으로 왼손 투수 시대는 최절정기를 맞았으나 그러면서도 타자들 눈에는 익어갔다. 그들의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 성 변화구도 골라낼 줄 아는 타자가 많아지고 있다. 반면 주키치와 트레비스의 경우 일단 투구폼이 다소 특이해 타자들이 그것에 적응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고, 내년 시즌에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2000년대 초반 손민한(롯데)-박명환(LG)-배영수(삼성)가 우완 트로이카를 형성했을 때 왼손 투수의 시대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보였으나 류현진과 김광현이 반격의 길을 텄고 2000년대 후반과 최근에는 다시 타자들이 수준급 왼손 투수에 적응하면서 우완 투수들이 강세를 띄고 있다. 그러고 보면 야구의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도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사진=류현진 김광현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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