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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골보다 좋아" 캡틴 손흥민의 리더십…'왜 지금에서야 주장?' 팬들도 환호

기사입력 2023.09.18 09:28 / 기사수정 2023.09.18 09:28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토트넘이 4연승을 챙기면서 주장 손흥민 리더십에 대한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축구는 물론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한 동료 공격수 히샤를리송을 챙기는 모습에 많은 팬들이 감동받고 있다.

토트넘은 지난 1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토트넘(승점 13)은 이번 경기 승리로 리그 4라운드까지 이어졌던 무패 행진을 이어갔으며 리그 4연승에도 성공했다. 리그 순위 2위 자리를 유지했다. 맨시티에 이어 리버풀, 아스널과 4강 체제를 구축했다.

이날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지난 2일 번리전 해트트릭을 폭발한 손흥민을 중앙 공격수로 한 번 더 선택했다. 마노르 솔로몬과 데얀 쿨루세브스키를 양쪽 윙어로 선택하면서 브라질 국가대표 공격수 히샤를리송을 다시 한 번 벤치에 앉혔다.

전반 45분 동안 치열한 공방전을 치른 양 팀은 끝내 득점을 터트리지 못해 전반전을 0-0으로 마쳤다. 토트넘은 오히려 후반 29분 코너킥 상황에서 올라온 공이 수비진을 지나쳐 뒤쪽으로 흐르자 뒤에 위치했던 미드필더 구스타보 하머르가 낮고 빠른 슈팅으로 밀어 넣으며 토트넘 골망을 흔들었다. 



선제 실점 이후 토트넘은 총공세를 펼쳤다. 후반 35분엔 손흥민과 파페 사르, 마노르 솔로몬을 빼고 브레넌 존슨과 히샤를리송, 이반 페리시치를 투입하는 공격진 쇄신으로 상대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후반 정규시간에도 골은 터지지 않았고 대기심이 셰필드의 '침대 축구'를 정확히 계산, 12분을 추가시간으로 주면서 토트넘은 마지막까지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결국 토트넘의 드라마 같은 역전승이 이뤄졌는데 주인공이 바로 히샤를리송이었다. 히샤를리송은 후반 추가시간 8분이 지난 시점에서 페리시치의 코너킥을 정확한 헤더로 연결해 셰필드 골망을 흔들었다. 2분 뒤엔 페널티지역 가운데서 침착한 패스로 쿨루세브스키의 역전 결승포를 도왔다.

이후 셰필드는 최전방 공격수 올리버 맥버니까지 퇴장 당하며 분위기를 완전히 상실했고 결국 경기는 토트넘의 2-1 극적인 역전승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역전승과 함꼐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그야말로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궈졌다. 지난달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감독을 수상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용병술도 찬사를 받았다.


그러면서 올시즌부터 토트넘 캡틴이 된 손흥민의 리더십도 호평 대상에서 빠지지 않았다.



이날 기념비적인 역전승을 거둔 토트넘 선수들은 경기 내내 열띤 응원을 보내준 홈팬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관중석 앞으로 다가갔다. 당초 토트넘 선수들은 일렬로 선 채 손을 잡고 함께 관중석으로 달려가려고 했지만 손흥민이 동점골의 주인공 히샤를리송 등 뒤를 밀면서 맨 앞으로 보냈다. 이는 히샤를리송이 팬들의 환호를 독점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 손흥민의 배려였다.

손흥민이 이러한 배려를 해준 이유는 최근 경기장 내외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히샤를리송이 오래간만에 득점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에버턴에서 6000만 파운드(약 1003억원)라는 거액에 영입된 히샤를리송은 데뷔 시즌인 2022/23시즌에 모든 대회에서 3골 4도움만 기록하는 부진한 한 해를 보냈다. 리그에선 27경기에 나왔지만 단 1골 밖에 넣지 못했다.

이번 시즌도 개막 후 리그 3경기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격했지만 침묵했다. 리그컵에서 한 골을 넣었으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볼을 너무 자주 잃어버린다"며 쓴소리를 할 정도였다. 결국 리그 4라운드 번리전 때 손흥민한테 9번 자리를 내줬고, 손흥민히 해트트릭을 터트리며 5-2 대승을 이끌면서 주전 자리가 위태로워졌다.



소속팀에서의 부진은 국가대표팀에서 이어졌다. 9월 A매치 기간을 맞이해 브라질 축구대표팀에 소집된 히샤를리송은 2026 북중미 월드컵 남미 지역 예선 1, 2차전인 '볼리비아-페루' 2연전에서 모두 선발로 출전했으나 또다시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특히 5-1 대승으로 끝난 볼리비아전 때 골을 넣지 못해 후반전에 교체되자 벤치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포착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세계적인 축구 강국 브라질의 주전 공격수임에도 무득점으로 9월 A매치 기간을 마무리하자 히샤를리송은 현 상황을 바꾸기 위해 심리학자를 만나 상담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눈길을 끌었다.

페루전이 끝나고 히샤를리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볼리비아전 때 슬펐던 순간은 내가 경기를 잘 못 해서가 아니었다"라며 "내 생각에 볼리비아전에서 나쁜 경기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폭발이었고, 이건 내가 아니라 나와 가까운 사람들 때문에 생긴 통제할 수 없는 일들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난 영국으로 돌아가 심리학자에게 심리적 도움을 요청해 도움을 받을 것"이라며 "그런 다음엔 더 강하게 돌아올거다. 난 내가 다음 브라질 대표팀에도 속할 거라고 믿는다. 난 이를 위해 일할 거다"라고 덧붙였다.

히샤를리송은 부진의 이유 중 하나로 지인들과의 갈등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그는"토트넘에서 좋은 연승을 거두는 건 중요하다"라며 "이번 주에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경기 흐름과 리듬을 잡아 잘 적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성적 부진과 더불어 지인들이 자신의 돈을 노리면서 갈등을 겪었다는 히샤를리송의 주장은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만큼 히샤를리송이 중요한 순간의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득점을 터트리자 팬들과 동료 모두 히샤를리송의 득점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손흥민도 히샤를리송 상황을 잘 알고 있기에, 팀의 주장으로서 히샤를리송이 자신감을 더 얻을 수 있도록 팬들의 환호를 독점하게끔 만들었다. 이 장면을 본 팬들은 일제히 손흥민의 리더십에 감탄을 표하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에 토트넘 팬들은 물론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로 전세계에서 엑스(옛 트위터) 영향력이 가장 큰 사람 중 하나인 이탈리아 출신 파브리치오 로마노 기자도 손흥민의 리더십을 주목했다.

로마노는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 히샤를리송에 대한 손흥민의 인터뷰 내용을 게시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경기가 끝나고 손흥민이 "내가 골 넣는 것보다 히샤를리송이 득점하는 걸 보는 게 더 기분이 좋다"라고 밝힌 것을 주목했다.



로마노 SNS에 따르면 손흥민은 "히샤를리송은 지난주부터 어려움을 겪었고, 어떻게 해야 그를 도울 수 있을지 고민했다"라며 "불행과 여러 이유들로 자책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라며 히샤를리송 상황에 동점을 표했다.

영국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또한 손흥민은 "우리는 히샤를리송이 필요하다. 그는 정말 좋은 자질을 가졌지만 자신감은 크게 다르다. 히샤를리송을 위해 단지 그를 안아주고 싶었을 뿐이다"라며 클럽 주장의 표본을 보여줬다.

또 "히샤를리송에겐 힘든 일이었고, 우리 모두 이 경기가 그의 자신감에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그는 경기를 바꿨고, 이는 우리가 기다리던 것"이라며 "축하 행사는 가족의 일부이다. 우린 항상 놀 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히샤를리송은 정말 강한 사람이고, 좋은 성품을 가졌기에 언제나 강하게 회복할 수 있지만 힘든 일이 있을 때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필요하다"라며 "난 항상 그와 친구가 되려고 노력하고, 그가 필요한 것이 있다면 내 경험으로 혹은 현명하고 도울 수 있다. 난 모든 사람들이 그의 뒤에 서서 돕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히샤를리송을 위해 변함없는 지지를 보였다.



항상 자신보다 팀을 먼저 앞세우는 주장 손흥민의 마음가짐에 유럽에서도 신선한 반응을 드러낸 것이다.

과거 토트넘을 이끌었던 명장 조세 무리뉴 감독이 최근 AS 로마에서 "아시아 최고의 선수를 한 명 데리고 있었는데 멘털이 아주 특별하다"면서 보냈던 찬사가 어떤 의미인지를 손흥민이 잘 설명하고 있다.

경쟁자 이전에 동료인 히샤를리송을 챙기는 모습에서 손흥민의 낮음의 리더십이 드러났다.

국가대표 주장을 5년간 맡으면서 솔선수범하고 플레이에서도 골 못지 않고 어시스트와 궂은 일 했던 리더십이 토트넘에서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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