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이 경기는 마치 밋밋한 바닐라 아이스크림 같았다."
클린스만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에 위치한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웨일스와 국가대표 A매치 친선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클린스만호는 지난 3월과 6월에 치른 총 4차례 A매치에서 2무2패를 기록한 것에 이어 이번 웨일스전에서도 비겨 5경기 동안 승리가 없게 됐다. 역대 외국인 감독 데뷔 후 무승 신기록을 스스로 경신했다.
지난 3월부터 대표팀을 이끈 클린스만은 부임 후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지금까지 치른 A매치 5경기에서 3무2패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3월부터 클린스만호의 불안한 출발이 시작됐다. A매치 2경기에서는 남미 강호 콜롬비아, 우루과이를 상대로 1무1패를 기록했다. 6월 A매치에서도 남미 복병 페루에게 패하더니 FIFA 랭킹 75위 엘살바도르조차 이기지 못했다. 특히 엘살바도르가 대표팀과 경기 바로 전, 일본에게 0-6 완패를 당한 팀이었기에 많은 우려를 낳았다.
아직 4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기에 조금 시간이 필요한 것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대표팀을 지도한 역대 외국인 감독 중 부임 후 4경기에서 승리가 없는 건 클린스만이 최초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움베르토 코엘류나 요하네스 본프레레, 울리 슈틸리케조차 3경기 안에는 승리를 거뒀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클린스만호의 초반 흐름은 좋지 않다. 그렇다고 뚜렷한 전술적 색채를 보인 것도 아니다. 이번 웨일스전 승리가 중요한 이유다.
여기에 부임 당시 조건으로 내걸었던 한국 상주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해외 출장 및 재택근무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 해리 케인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과 리오넬 메시 경기를 챙겨본다는 등 대표팀과 하등 관련 없는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클린스만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스포츠매체 ESPN, 스페인 유력지 AS의 축구 프로그램 패널로 등장하면서 토트넘 홋스퍼를 비롯한 프리미어리그 팀들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하고 해리 케인과 리오넬 메시의 동향을 평가하며, 일부 경기 승무패까지 내다보는 등 월드컵 16강에 오른 한국 대표팀 감독이라고 보기 힘든 행보를 보여 빈축을 샀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클린스만 본인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라 더욱 큰 지탄을 받았다 . 클린스만은 해당 논란에 대해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엔 과장된 점이 있다. 물리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를 떠나 이제는 선수들과 소통하고 관찰하는 방법이 예전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지만, 그의 태도에 대한 비판은 사라지지 않았다.
비판이 계속되는 와중에 클린스만은 9월 A매치 소집선수 명단 발표까지 기자회견이 아닌 보도자료로 진행하며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이후에도 한국 복귀 대신 유럽에 머물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추첨에 참석하는 등 대표팀과는 크게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행사들에 모습을 드러내며 이번 A매치 준비에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게 했다.
그렇게 어영부영 준비해 치른 웨일스전은 이전 4경기들보다 더 졸전이었다. 처참한 경기력을 선보인 한국은 이강인(PSG)이 없는 가운데 공격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중앙에서 풀어 주는 플레이가 전혀 나오지 못하면서 측면 공격에 의존했고 상대에게 오히려 공격 시간을 많이 내주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전반엔 해리 윌슨과 브레넌 존슨, 네이선 브로드헤드 등 빠른 발을 활용하는 선수들을 위주로 공격을 전개했다면 후반엔 키에페 무어라는 196cm의 장신 공격수가 등장해 제공권 싸움을 걸었다. 한국은 무어의 제공권에 고전했고 급기야 골포스트를 허용하기도 했다.
다만 웨일스의 공격력도 최근 무뎠다. 지난 6월 A매치에서 웨일스는 아르메니아, 튀르키예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예선 D조 3, 4차전에서 각각 2-4, 0-2 패배를 당했다. 아르메니아전 2득점이 있었지만, 시원스럽게 득점이 나오지 못했다.
무엇보다 2경기 6실점은 단단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유로에서 성적을 내왔던 웨일스 축구계엔 충격이었다. 롭 페이지 감독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수비력 점검을 강조했고 이것이 제대로 통했다.
페이지 감독은 "우리의 수비 방식은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번 주 내내 선수들에게 요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선수들이 이렇게 반응하면 더 요구할 수 없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을 상대로 무실점 경기를 했다"라고 손흥민을 상대로 실점하지 않은 수비진을 칭찬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지켜본 영국 방송 스카이스포츠의 생각은 달랐다. 이날 중계에 참여한 전 카디프시티 선수인 로버트 언쇼는 양팀의 경기가 밋밋한 바닐라 아이스크림 같았다고 혹평했다.
이어 언쇼는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은 손흥민과 조 로돈이 서로 스트레칭한 것이다. 몇몇 장면들이 있엇다. 몇 차례 헤더, 아론 램지가 무언가 만드려고 했던 것들이 있었다"라며 "솔직히 무난했다. 한국도 좋았다. 손흥민은 무릎 테이핑을 하고 풀타임으 뛰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언쇼는 결국 웃음을 지어야 했다. 그는 "난 득점을 보려고 왔다. 손흥민이 한 쪽에 있었고 토트넘ㅁ으로 이적한 브레넌 존슨도 선발로 뛰었기 때문에 득점을 기대했는데 아무것도 없었다"라고 허탈해 했다.
사진=PA Wire,Reuters,AP/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