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부임 초기부터 논란에 휩싸인 위르겐 클린스만이 반 년 째 없는 부임 후 첫 승에 도전한다. 공격진이 A매치를 앞두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활약과 리더십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클린스만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오는 8일 새벽 3시 45분 영국 카디프 카디프시티 경기장에서 웨일스와 9월 A매치 첫 경기를 치른다. 이어 오는 13일 오전 1시 30분엔 장소를 영국 뉴캐슬 세인트제임스파크로 옮겨 중동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 2차전을 벌인다.
클린스만은 지난 3월 태극전사를 이끌 새 선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3월과 6월 A매치 4경기를 치르며 부임 후 첫 승에 도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정반대였다. 클린스만호는 3월 콜롬비아전 2-2 무승부, 우루과이전 1-2 패배로 첫 승에 실패했다. 손흥민 프리롤, 이강인(PSG) 존재감 확인 등은 소득이었으나 공격 축구를 천명했던 것과 달리 수비 안정화에 실패하며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어 열린 6월 A매치는 내용과 결과는 더 참혹했다. 상대적으로 약체인 페루, 엘살바도르와 만났음에도 또 승리하지 못했다. 부산과 대전에서 열린 두 차례 A매치에서 클린스만호는 또다시 0-1 패,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엘살바도르의 경우는 앞서 일본과의 경기에서 0-6으로 대패하는 등 부실한 전력을 드러냈으나 클린스만호는 이런 팀에도 후반 막판 세트피스로 동점포를 얻어맞고 비기는 추악한 결과를 낳았다.
클린스만은 6월에 졸전으로 자신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엘살바도르전 직후 이례적으로 90분 짜리 기자회견을 열더니 "3월 경기력이 훨씬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엔 소집 준비하면서 부상으로 인해 변화가 불가피했다. 선수들이 빠지면서 수비라인은 다 바뀌었다. 많은 숙제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숙제를 남긴 소집이다. 수비와 미드필더 조합을 보완해야 한다"라고 시인할 정도였다.
물러설 곳이 없다. 클린스만은 한국 대표팀 역대 외국인 감독 중 데뷔 후 무승 신기록을 세운 상황이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냈던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4경기 만에 승리했으나 클린스만은 22년 만에 이를 깨트렸다.
특히 클린스만은 부임 당시 한국에 상주하겠다는 약속을 정면으로 깨트리고 미국에 거주하면서 방송사 축구 프로그램에 정기적으로 나와 해리 케인이나 리오넬 메시를 거론하고, 프리미어리그 경기 승무패를 예측하는 등 상식밖의 행동으로 축구팬들과 국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일반 직장인이 간단한 부업을 해도 다니는 직장의 허락을 받거나 엄격한 제한을 당하는 상황에서 "클린스만은 사실상 프리랜서 아니냐"는 비판에 휩싸여 있다.
웨일스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팀들로 페루, 엘살바도르보다는 오히려 수준이 높다. 이번에도 첫 승 달성이 쉽지 않은 셈인데, 다행히 주장이자 간판 공격수인 손흥민의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해 있어 클린스만이 의지할 구석으로 간주된다.
2023/24시즌 소속팀인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주장으로 선임된 손흥민은 1~3라운드에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아 팀의 2승1무를 이끌더니 4라운드 번리전에선 프리미어리그 진출 뒤 4번째 해트트릭을 폭발하며 토트넘의 5-2 대승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번리전에선 왼쪽 날개가 아닌 최전방 공격수를 꿰차 맹활약했기 때문에 스트라이커들의 컨디션에 물음표가 붙은 클린스만호에도 좋은 참고서가 될 전망이다.
클린스만은 이번 2연전 앞두고 황의조(노리치 시티), 조규성(미트윌란), 오현규(셀틱) 등 기존 유럽파 스트라이커 3명을 그대로 불렀다. 하지만 황의조는 원소속팀 노팅엄에서 1초도 뛰지 못한 끝에 노리치로 임대됐고, 오현규는 부상으로 신음하다가 지난 3일 레인저스전에서 간신히 교체로 들어가 시즌 첫 출전을 이뤘다. 조규성만 햄스트링 부상에서 벗어나 최근 2경기에 연속 출전한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1승이 급한 클린스만 입장에선 3명의 공격수와 손흥민을 어떤 조합으로 꾸려 뛰게할지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은 탈장 수술 여파로 손흥민을 거의 쓰지 못했던 6월과 달리 3월엔 그를 프리롤로 두며 자신 만의 해법을 어느 정도 찾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다만 6개월이 다시 흘렀고 최전방 공격수들의 컨디션이 또 달라졌기 때문에 이들과 최고의 몸 상태를 갖춘 손흥민을 어떻게 엮어내는가에 따라 클린스만호가 골을 넣고 웃을 수 있을 전망이다.
토트넘처럼 측면 공격수들의 수준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손흥민을 단독 원톱으로 쓰기엔 무리가 있다는 견해가 많다. 결국 투톱의 일원으로 배치하는 방안과 스트라이커 한 명을 앞에 두고 바로 뒤에 서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그러면서 좌우 측면까지 자유롭게 그가 움직이도록 놔두지 않겠느냐는 견해다.
사진=Reuters, AP, EPA/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