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전,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 캡틴 안치홍의 머릿속은 온통 책임감뿐이었다. 프로 데뷔 후 두 번째 FA(자유계약) 자격 취득을 앞두고 있지만 나머지는 다 잊고 팀 성적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치홍은 3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우천취소 직후 롯데 주장 자격으로 현장 취재진과 공식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8일 오후 래시 서튼 전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 이후 어수선할 수밖에 없는 선수단 분위기, 서튼 감독을 향한 미안한 마음을 먼저 나타냈다.
안치홍은 "서튼 감독님께는 우리가 조금 더 잘했다면 이런 일(사퇴)이 없었을 텐데 너무 죄송한 마음이 컸다"며 "그래도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고 (가을야구) 기회도 남아 있다.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선수들과 진 분위기를 끌어올려 보자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롯데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암흑기를 겪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포수 유강남(4년 80억), 유격수 노진혁(4년 50억), 투수 한현희(3+1년 40억) 등 외부 FA 선수 3명을 영입하는 대대적인 투자로 도약을 꿈꿨지만 31일 현재 50승 58패로 5위 KIA 타이거즈에 5경기 차 뒤진 7위에 머무르고 있다.
롯데의 2023 시즌 출발은 완벽했다. 5월까지 27승 17패로 승패마진 '+10'을 기록, 단독 3위를 내달렸다. 1위 LG 트윈스를 2경기, 2위 SSG 랜더스를 1경기 차로 뒤쫓았고 4위 두산 베어스에는 4.5경기 차로 앞서있었다. 롯데의 사직 홈 경기에 구름관중이 들어차면서 올해 성적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6월부터 거짓말 같은 추락이 시작됐다. 6월 9승 16패, 7월 5승 12패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올스타 브레이크 때까지 5위 자리를 지켰지만 후반기 시작 후 12승 19패로 반등하지 못하면서 하락세가 이어졌다.
여기에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의 건강까지 악화됐다. 서튼 감독은 지난 13일 SSG 랜더스, 27일 KT 위즈와 홈 경기를 앞두고 몸 상태에 이상을 느껴 게임을 지휘하지 못하고 귀가했다. 27일 밤늦게 구단에 사의를 표명했고 28일 오후 서튼 감독의 사퇴와 이종운 감독 대행 체재의 잔여 시즌 운영이 공식 발표됐다.
안치홍은 팀 성적 부진과 서튼 감독의 사퇴까지 모든 게 가슴 아프다. 다만 마지막까지 프로 선수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5강 싸움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안치홍은 "이종운 감독 대행님께서 본인 혼자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선수들과 다 함께 이겨내자고 하셨다. 나를 포함한 베테랑 선수들과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자고 당부하셨다"며 "올 시즌을 시작할 때 목표(가을야구)가 있었고 아직 기회가 있다. 팀 분위기가 올라오면 경기력이나 성적도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의 급격한 추락의 원인으로는 '부담감'과 '두려움'을 언급했다. 스프링캠프를 순조롭게 치른 뒤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수많은 땀을 흘렸지만 어느 순간 선수들이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안치홍은 "시즌 초반에는 선수들이 부담, 두려움, 결과에 대한 부분을 의식하지 않고 부딪쳤기 때문에 성적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좋았을 때와 비교하면 선수들이 부담감을 느끼면서 활발하지 못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결과에 대한 두려움도 조금씩 있는 것 같다"며 "지금도 늦었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 기회가 있는 만큼 남은 시즌에는 두려움을 깨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FA 대한 생각도 접어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안치홍은 2019 시즌 종료 후 10년간 몸담았던 KIA 타이거즈를 떠나 계약기간 2+2년, 총액 56억 원에 첫 FA 계약을 맺었다. 4년이 흐른 현재 안치홍의 가치는 유효하다. 올 시즌 타율 0.297 106안타 6홈런 53타점 OPS 0.778로 공격력은 여전히 리그 평균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안치홍은 "개인적으로도 올해가 중요한 시즌은 맞다"면서도 "주장을 맡다보니까 내 개인보다 팀 전체적인 구상이 잘 갈 수 있을지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빈말이 아니라 시즌 끝까지 팀 성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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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