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이도류'라는 별명과 함께 메이저리그(MLB)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던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가 남은 시즌 동안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르지 않기로 했다.
에인절스 구단은 24일(한국시간) "오타니가 오른쪽 팔꿈치 내측측부인대(UCL) 파열 진단을 받았다. 남은 시즌 동안 투구를 하지 않을 것이다"고 공식 발표했다. '투수'로서의 오타니는 시즌을 마감한 셈이다. 다만 수술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구단 측의 설명이다.
앞서 오타니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MLB) 신시내티 레즈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 1⅓이닝 투구 이후 몸 상태에 이상을 느끼면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직구 구속이 하락하는 등 오타니는 분명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에인절스는 오타니의 교체 사유에 대해 '팔 피로'라고 전했다. 직전 등판이었던 10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이후에도 같은 이유로 2주간 등판하지 않았던 만큼 오타니를 지켜보는 팬들의 걱정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오타니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지난해 3월에 개최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대표팀의 우승을 이끄며 대회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고, 대회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소속팀으로 합류해 새 시즌을 준비해야 했다.
체력 소모가 불가피한 일정이었지만, 오타니는 리그에서도 순항을 이어갔다. 4월에만 4승을 수확하는가 하면, 7개의 홈런을 터트리면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덕분에 지난 10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두 시즌 연속 10승-10홈런, 단일시즌 10승-40홈런을 기록하는 선수가 됐다.
그런 오타니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5월 한 달간 타율 0.243 8홈런 20타점으로 페이스가 주춤했고, 지난 달에는 손톱 부상과 손가락 물집으로 마운드 위에서 제 기량을 뽐내지 못했다. 지난 4일에는 시애틀 매리너스전 도중 손가락 경련을 호소하면서 4이닝만 던지고 교체되는 등 쉼 없이 달려온 오타니의 건강에 '노란불'이 켜진 상태였다.
오타니는 과거에도 수술대에 오른 경험이 있다. 빅리그 첫해였던 2018년에 팔꿈치 인대 손상 진단을 받았고, 그해 시즌이 끝난 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다. 이듬해 지명타자로 경기를 소화하긴 했지만, '투수' 오타니로 돌아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두 차례밖에 등판하지 못한 2020시즌을 제외하면, 사실상 두 시즌 동안 투·타 겸업을 하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오타니는 올 시즌이 끝나면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하는 만큼 장기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할 경우 '가치 하락'이 우려된다. FA 최대어로 손꼽혔던 오타니도, 영입을 노렸던 팀들도 생각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오타니의 부상 소식을 전한 페리 미나시안 에인절스 단장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오타니가 다시 돌아와서 투·타에서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다"고 오타니의 쾌유를 기원했다.
사진=AFP, AP, USA투데이스포츠, EPA/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