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20년 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서 호날두를 상대했던 니키 헌트가 호날두를 처음 본 순간 큰일났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회상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알나스르에서 뛰고 있는 호날두는 지난 16년 동안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활약했다. 라이벌 리오넬 메시와 함께 축구계를 양분한 호날두는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를 5회 수상하며 메시에 이어 역대 2위에 올라있다.
별들의 전쟁이라고 불리는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득점왕을 7회 수상하며 최다 수상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단일 시즌 최다골(17골) 및 통산 최다 득점(140골) 기록도 가지고 있다.
이런 호날두도 유망주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년 전인 2003년 8월 16일 호날두는 자국 포르투갈 리그 명문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해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상대는 볼턴이었다. 후반 15분 니키 버트를 대신해 교체 투입된 호날두는 현란한 개인기와 빠른 스피드의 드리블로 좌우 측면을 완전히 허물었다. 또한 페널티킥을 만들어내며 맨유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당시 호날두를 처음 상대했던 볼턴의 헌트는 호날두를 처음 마주한 순간 큰일났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헌트는 "호날두를 처음 본 순간 난 '아, 내가 엄청난 곤경에 처했구나'라고 생각했다. 호날두가 날 완전히 발가벗길 거라고 직감했다"고 회상했다.
헌트는 호날두의 공을 한 차례 빼앗으며 호락호락 당하지 않았다. 헌트는 "난 70분을 뛰었다. 잘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가기 전까지 우리 팀은 1골 차로 지고 있었다. 내게 있어 호날두는 그저 어나더 클래스였다"고 말했다.
이어 "내게 주어진 일은 호날두에게 달려가 태클하는 것 뿐이었다. 두 번 정도 호날두와 충돌했던 것 같다. 그러자 호날두는 내 주위를 돌며 뛰기 시작했다"며 호날두가 승부욕에 불타 도전을 피하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호날두는 알렉스 퍼거슨 당시 맨유 감독의 총애를 받았다. 퍼거슨은 프리시즌 친선 경기에서 호날두를 처음 상대한 후 영입을 결심했다.
BBC에 따르면 퍼거슨은 "호날두는 정말 재능 있는 선수다. 오른쪽, 왼쪽, 중앙 등 공격진 어디서나 뛸 수 있는 양발 공격수다. 내가 본 가장 흥미로운 유망주"라고 극찬했다. 호날두는 맨유 에이스 상징인 등번호 7번을 받았다.
떠들썩한 영국 여론을 지켜본 헌트는 과대평가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헌트는 "첫 경기를 준비하기 전에 디에고 마라도나 같은 선수라는 평가가 과대평가라고 생각했다"면서 "처음에는 무시하려고 했는데 점점 더 커져갔다. 모든 신문과 모든 TV 프로그램, 인터넷에 다 나왔다. 무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프로 경기에서 그런 선수와 경기를 하게 된다면 그 선수가 워밍업하러 나올 때 쳐다보지 않았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일 것"이라며 "굉장히 말랐다. 정말 마른 선수였다. 검은 머리에 금발 하이라이트, 여드름 가득한 소년이었다. 난 그가 레전드들 처럼 잘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 만들어진 평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그걸 해냈다"고 호날두의 재능은 떡잎부터 달랐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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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