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연습장에 축구화 가방 들고 담담하게 걸어들어갔던 이강인이 정상 훈련을 소화하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다음달 3일 부산에서 열리는 PSG와 전북의 친선 경기에 그가 출전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게 됐다.
그의 새 소속팀인 프랑스 최고 명문 PSG는 23일 일본 오사카에서의 첫 훈련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강인은 영상 공개 전만해도 가벼운 얼굴로 훈련장에 입장, 지난 22일 당한 오른쪽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통증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였으나 실제론 아니었다.
이강인의 모습은 본 훈련 영상과 사진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다. 부상 재활 중이라고 알려진 네이마르도 일본에서의 첫 훈련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대부분의 선수가 훈련 영상에서 루이스 엔리케 새 감독의 지시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강인 만큼은 뒷모습조차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PSG 훈련장에서 치른 프리시즌 첫 친선경기에서 입은 부상 여파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강인은 22일 PSG 훈련구장인 프랑스 파리 외곽'캠퍼스 PSG'에서 열린 PSG-르 아브르와 프리시즌 친선 경기에 선발 출전했으나 전반 44분 벤치 쪽 터치라인 앞에서 오른쪽 햄스트링 통증을 코칭스태프에 전달한 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지시에 따라 교체아웃됐다.
르아브르전은 PSG가 지난 시즌 아쉬움을 딛고 새 시즌 힘찬 출발을 알리는 경기라는 성격도 있지만 한국 축구의 간판 미드필더 이강인이 PSG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처음 뛰는 실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이달 초 PSG와 이적료 2200만 유로(315억원)에 5년 계약을 체결한 이강인은 르 아브르전에 뤼카 에르난데스, 마누엘 우가르테, 마르코 아센시오 등 자신과 엇비슷한 시기에 입단한 동료들과 함께 선발 출격했다. 이강인은 전반 초반부터 활발한 움직임을 펼치며 PSG 공격 전개의 중심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오른쪽 윙을 맡아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모로코의 4강 주역으로 활약했던 라이트백 아슈라프 하키미와 측면에서 좋은 호흡을 펼쳤다. 가운데로 곧잘 파고들면서 원활한 볼 배급과 번뜩이는 드리블을 곧잘 펼쳐보였다.
하지만 이강인은 전반 42분 스프린트 뒤 엔리케 감독 바로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오른쪽 허벅지를 만지는 등 불편함을 호소했다. 햄스트링 통증이라는 뜻이었다. 엔리케 감독과 스페인어로 소통한 이강인은 예방 차원에서 교체아웃되며 PSG 데뷔전을 마쳤다. 컨디션도 좋았고 PSG 수준급 선수들과 콤비플레이도 좋아 더욱 아쉬운 순간이었다.
이에 따라 이강인이 25일 열리는 알나스르전에 뛸 수 있는지가 화두로 떠올랐다. 아예 일본과 한국에서 경기하는 아시아 투어에서의 출전이 불투명한 것 아니냐는 염려도 있었다.
일단 첫 훈련에서 축구화를 들고 그라운드에 진입했고 표정도 22일 입국 때부터 시종일관 밝은 점을 보면 다행스러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왔으나 막상 훈련이 시작되자 이강인은 열외 대상이 됐다.
PSG는 25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소속된 사우디아라비아 알나스르전와 오사카에서 아시아 투어 첫 경기를 한 뒤 28일 같은 곳에서 세레소 오사카와 붙는다. 이어 내달 1일 인터 밀란과 도쿄에서 경기하고, 8월3일 전북 현대와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에서 치르는 친선 경기를 벌인다.
이강인의 경우 특히 홈팬들 앞에 나서는 전북전 출전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아직 전북전까지 열흘 남았다고 해도 선수 관리 차원에서 이강인이 결장할 가능성도 제외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인기 만큼은 일본에서부터 PSG 선수들 중 최고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구단이 그에게 왜 기대하는지가 반영됐다. 이강인은 일본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한 직후부터 일본 팬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는 등 네이마르와 함께 슈퍼스타 대접을 받고 있다.
이번 아시아 투어 명단에는 PSG의 대표 스타 킬리안 음바페가 구단과의 마찰로 제외된 가운데, 부상 재활 중인 네이마르와 이강인이 이름을 올려 음바페 빈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PSG도 이런 인기를 알고 있어 이강인 정밀 검진을 아시아 투어 기간 중에도 계속 할 전망이다. PSG 소식에 정통한 프랑스 유력 기자 압렐라흐 불마는 이강인의 상태에 대해 "투어 기간 일련의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계속하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이강인이 아시아 투어 출전이 확정적인 것은 아니며 출전을 위해 추가적인 검사와 확인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강인은 일본에 도착한 직후 공개된 영상에서 네이마르를 뒤따라 내리며, 자신의 캐리어를 무리 없이 들고 비행기에서 내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부상 정도가 심했다면 구단의 특별한 조치가 있었을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이강인은 자신의 짐들을 스스로 챙기며 이동에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보다 강도 높은 훈련 소화 만큼은 좀 더 지켜보자는 PSG 구단의 판단에 따라 훈련을 쉰 것으로 보인다.
이강인은 구단이 공개한 일본 공항 도착 영상에서 일본 팬들을 위해 팬 서비스를 진행하는 모습이 담기는 등 자신을 향한 손짓 만큼은 뿌리치치 않았다. 이강인은 공항 입구 근처에 나와 있는 팬들을 보자, 곧바로 캐리어를 끌고 다가가 유니폼과 종이 등에 사인을 해줬다. 일본 팬들은 '이강인'이라며 이름을 크게 외치기도 했고, 사인을 받기 위해 이강인이 선 자리에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팔을 뻗기도 했다. 일본 내에서도 이강인을 향한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런 이강인의 인기에 대해 프랑스 매체는 팀 내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며, 이강인에 대한 팬들의 열광에 주목하는 시선까지 등장했다.
프랑스 매체 'VIPSG'는 23일(한국시간) "이강인은 PSG의 새로운 스타"라며 이강인의 인기를 보도했다.
VIPSG는 "이강인은 일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가 PSG 비행기에서 내리자 많은 팬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라며 일본에서 이강인의 인기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PSG는 일본에 있고, 그들의 스타는 더 이상 네이마르가 아니다. 파리에 남아 있는 음바페도 아니다. 이강인은 그들에게서 스타를 인계받아 공항에서 현지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라며 이강인이 네이마르, 음바페의 뒤를 이어 PSG의 새로운 스타가 됐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매체 스코어는 "이강인은 하프타임 직전에 부상을 입었다. PSG 코치진은 이강인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을 선호했다. 아직 부상 정도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만약 뛰어난 선수인 이강인이 몇 주 동안 경기장을 떠나게 된다면, 시즌이 이제 시작되는 PSG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라며 이강인의 부상이 길어진다면 PSG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강인의 밝은 표정과 훈련 불참이 공존하는 가운데 아시아투어 전북전, 그리고 다음달 프리시즌 막바지 일정과 시즌 개막전 등에 정상 출격이 가능한지 이강인과 PSG 팬들이 숨죽여 지켜보게 됐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