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배우 박효주가 극 초반 사망하는 캐릭터에 출연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ENA 수목드라마 '행복배틀'은 SNS에서 치열하게 행복을 겨루던 엄마들 중 한 명이 의문투성이인 채 사망하면서 비밀을 감추려는 이와 밝히려는 이의 싸움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 극으로 지난 19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극중 박효주는 완벽한 행복을 전시하며 모두에게 부러움을 사는 전업주부이자 인플루언서 오유진 역에 분했다. 엄마들 사이의 행복배틀에 불씨를 지폈지만, 어느 날 집에서 칼에 찔린 채 사망하면서 숨겨진 딸이 있다는 과거와 남편의 추악한 성매매로 불행했던 삶이 드러난 비운의 인물이다.
종영 전 엑스포츠뉴스와 만난 박효주는 "방송 내내 '도대체 누가 오유진을 죽였냐'며 저의 죽음에 대해 궁금하다고 해주셔서 그 자체만으로 위로가 많이 됐다. 이제 범인과 함께 왜 죽었는지 알게 되지 않았나. 제가 그랬듯 시청자 여러분도 오유진이라는 인물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유진은 불과 2회 만에 사망하지만 16회 종영까지 극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보기 드문 캐릭터였다. 박효주는 "금방 죽는다는 말에 출연을 고민하기도 했다. 어떤 스태프는 나를 아직도 특별출연인 줄 알더라"라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대본이 나오고 나서도 후반부에 제가 어느 정도로 비칠지 몰라서 궁금했다. 그런데 마음은 이미 결정이 됐더라. 일찍 죽는 캐릭터가 상관없을 정도로 임팩트가 강렬하고 무게감이 어마어마했다. 묘한 어려움과 임무를 수여받은 느낌이라 도전해 보고 싶었다. 2회 만에 모든 욕망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연기를 할수록 더 욕심이 나서 어느 순간에는 분량의 무게가 중요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촬영 대부분을 초반에 몰아서 했다는 박효주는 마지막 뒷 촬영이 남아있어 '체기 가득한 마음'으로 남은 방송을 지켜봤다고 토로했다.
그는 "죽는 장면까지 몰아서 찍고, 완전 뒷부분만 남겨뒀다. 나중에 촬영장에 가면 연결이 어려울 것 같아 고민이 컸는데 때마침 방송이 시작하더라. 결론적으로 미호(이엘 분)와 유진의 고등학교 시절과 미호가 저를 찾아헤메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유진의 과거를 연기한 하선호 배우의 연기도 인상 깊었다"고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그리고 왜 체한 것 같은 느낌이었나 했는데 15,16부에 미호에게 털어놓는 신을 찍고 나니 알겠더라. 소리만 지르다가 죽었는데 마지막 신을 찍으니까 몇 달 치 체기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요즘 드라마 제작 기간이 길어져서 사실상 대본을 받은 것까지 생각하면 1년이 걸린 작업이었다.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예상보다 많은 욕을 먹지 않아서 다행이었다는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박효주는 "연기를 하면서도 이 여자가 동정을 얻을지, 공감을 얻을지 어떤 지점일까 어려웠다. 적어도 오유진의 인생이 알려졌을 때 과정에서 욕은 먹겠지만 어느 정도의 공감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정아 남편 수빈(이제연)을 꼬실 때 '죽어도 싸다' 싶었는데 그래도 시청자분들이 '이 여자가 오죽하면'의 시선으로 봐주셔서 안도했다"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가정적인 남편이자 아빠인 줄만 알았던 남편 강도준(이규한)의 끔찍한 성적 취향은 시청자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겼다.
박효주는 "나라면 너무 싫을 것 같다. 무조건 깔끔한 이혼이다. 아마 유진이도 처음에는 몰랐을 거다. 그림과 영상을 보게 되면서 아파트까지 넘겨받았지만, 내 자식이 보는 순간에는 견딜 수 없었을 것 같다. 게다가 내 숨겨진 딸하고 그런 일까지 있었던 것 아닌가. 유진이는 너무 죽이고 싶었을 것 같다"고 오유진의 분노에 공감했다.
첫 호흡을 맞춘 이규한에는 "너무 편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박효주는 "만나자마자 싸우고 다투는 캐릭터라 일부러 밥도 먹고 자리를 많이 만들었다. 또 이규한 배우님이 감독님과 작품을 오래 많이 했어서 도움도 많이 줬다. 그리고 싸우는 신은 거의 애드리브였다. 대본에 '치열하게 싸우는 도준과 유진' 밖에 없어서 진짜 힘들었다. 오빠가 들어가기 전에 소리를 '아아악' 지르면 그게 신호였다"고 웃음을 지었다.
한편 극중 남편들 중 '가장 최악인 남편'으로는 김나영(차예련)의 남편 이태호(김영훈)을 꼽았다. 박효주는 "제 기준에서는 태호가 최악이다. 딸 유치원 선생님과 바람이라니, 한두 번도 아니고 습관성 바람은 안 된다. 물론 도준이도 만만치 않은 1등이다"며 "사실 누가 더 낫냐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분노했다.
사진 = 와이원엔터테인먼트, ENA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