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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민 감독의 톡톡] 프리스트 VS Priest

기사입력 2011.06.15 18:06 / 기사수정 2011.08.03 08:02

매거진 기자



"프리스트" VS "Priest"

[E매거진] 6월 9일 개봉한 영화 "프리스트 Priest", 한국인 최초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된 헐리우드 영화이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형민우 원작 만화 프리스트는 1999년 1권을 시작으로 2003년 16권까지 미완결이지만 국내 50만부 해외 100만부 판매를 올린 베스트셀러다. 영화 개봉으로 원작 프리스트에 대한 판매부수가 다시 오르지 않을까? 그리고 미완의 그림을 위한 펜을 다시 잡을 수 있을지....

미국에 먼저 개봉된 프리스트는 개봉 첫 주, 4위 Top 5에 성공적인 신고식이었지만 평단의 반응은 혹평이었다. 평단의 평점이 곧 흥행성적과 이어진다는 공식은 없지만 장기적인 흥행몰이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원작이 있는 영화는 원작이 발목을 잡는다. 원작이 주는 감동을 어떻게 놓치지 않을까? 소설이나 만화의 각 매체가 대중에게 전하는 감동의 지점은 다르다. 그리고 작가에게 주어진 제한은 없다. 글과 그림 속에 자신의 상상의 세계를 펼칠 수 있다. 영화는 제한된 상영시간과 제작비라는 한계조건 속에서 원작이 주는 상상의 세계를 스크린 위에 펼쳐야 하는 것이다.

영화 프리스트는 원작에 충실하지 못하다. 그러나 원작에 항상 충실해야 된다는 법칙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원작을 기본으로 더욱 새로운 이미지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영화 프리스트는 진화된 새로운 이미지와 이야기를 찾기 어렵다.

원작 프리스트는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죽었던 육신을 복수라는 증오심을 불태우며 부활한, 신을 거부하지만 부정하지 않는 신부, "이반"의 복수의 여정 속에서 신과 인간, 종교라는 신학적 물음들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신을 거부하기보단 단지 거대한 종교를 거부한 채 가족을 구하기 위해 달려가는 전사 프리스트의 이야기다.


복잡하고 어두운 원초적인 짐을 짊어진 원작 주인공 이반에 비해 영화 속 주인공 프리스트는 단순화되었다. 각 주인공 이마에 새겨진 십자가는 그 의미가 다르다. 십자가의 의미 속 에서 서로가 짊어진 짐의 무게 차이를 알 수 있다. 원작 이반은 악마의 피로 새긴 것이고 영화 프리스트는 순명을 위해 새긴 문신이다.

단순한 명제와 목적을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를 끌고나가기 위해선 많은 장애물과 그 장애물들을 넘기 위한 주인공의 극대화 되는 분노와 고군분투기가 담겨야 한다. 그러나 영화 속에는 그런 장면들을 찾을 수 없다. 그냥 그렇게 싱겁게 끝나버린다.

형민우 원작의 프리스트는 현실, 과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중세를 모티브로 만든 기존의 판타지물들과는 구분된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대결구도도 펼쳐지지 않는다. 어둠과 어둠의 대결이라는 아이러니를 만들어낸다. 혹은 유사한 대결구도를 보이는 일본 대작 만화 베르세르크처럼 마법과 괴물들이 등장하는 고리들도 없다. 현실과 많이 맞닿아 있다. 시대적 배경, 사제, 보안관, 인디언, 황량한 개척지를 가르는 열차. 그곳에는 마법은 없다. 절대 악을 위한 악이 있고 이를 막기 위한 나약한 인간이 있을 뿐이다. 원작 프리스트가 가지는 매력이다.

헐리우드를 인정하는 것은 다양한 인물들과 이야기를 창조하고 만들어내는 그 탁월함이다. 그런 기대치가 있기에 먼저 프리스트의 독자들은 충족시키진 못한 것 같다.

원작 프리스트에 손을 들고 싶다. 원작의 아쉬움이 남기에 영화의 마지막 끝나지 않은 전쟁을 위해 황량한 대지로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속편을 기대한다.


[글] 황하민 감독 (http://artforsoul.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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