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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용이 쓰는 선발 도전기, "모자가 이렇게 무거웠던 적 있었나"

기사입력 2023.07.03 06:31



(엑스포츠뉴스 잠실, 조은혜 기자) "처음 선발 하라고 했을 때요? 걱정도 있었지만 '렛츠고(Let's go)' 했어요. 그냥 가보자."

올 시즌 선두를 달리고 있는 LG 트윈스지만, 국내 선발진 안정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다. 당초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던 이민호와 김윤식, 강효종이 부진과 부상 등으로 빠졌고, 상무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합류한 이상영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선발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 기회가 이정용에게 돌아갔다. 2019년 1차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은 이정용은 프로 데뷔 후 1군에서 단 한 번도 선발로 던진 적이 없었다. 그런 이정용이 시즌 중반에 선발로 보직을 바꾸는 건 팀에게도, 이정용에게도 중요한 결단이고 도전이었다.



조금은 갑작스러운 변화였지만, 이정용은 "처음 선발을 하라고 했을 땐 설레는 게 더 많이 있었던 것 같다. 걱정도 있었지만, 그냥 뒤 안 보고 앞으로만 가자, 렛츠고(Let's go)! 렛츠기릿(Let's get it)! 이렇게만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어떤 부분이 설렜냐고 묻자 그는 "처음이라는 게 설렜다. 혼자 상상을 많이 했다. 마운드 위에서 애국가를 듣고, 깨끗한 마운드를 밟을 수 있다는 것. 그런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게 설렜다"며 "사람인지라 처음부터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처음 마운드 위에서 애국가를 들은 게 6월 25일 잠실 롯데전. 물론 쉽지는 않았다. 제한 투구수 50구를 안고 등판한 이정용은 1회초 선두 황성빈을 3루수 땅볼로 돌려세운 뒤 윤동희와 고승민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시작부터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렉스와 안치홍을 뜬공으로 잡아 실점 없이 이닝 종료.

2회초에는 선두 한동희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뒤 박승욱과의 8구 승부 끝 땅볼로 선행 주자를 지웠다. 이후 박승욱의 도루와 김민석의 땅볼로 주자 3루, 이정용은 손성빈에게 3루수 땅볼을 이끌어내고 이닝을 마쳤다. 이후 3회초에도 등판했으나 황성빈에게 볼넷을 내줬고, 이미 49구를 던진 이정용은 최동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그리고 이정용은 2일 잠실 KIA전에서 두 번째 선발 등판에 나서 59구로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에게 선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을 묻자 "많이 던지니까 날씨가 너무 더워서 힘들다. 첫 경기에서는 모자가 그렇게 무거웠던 적이 처음이었다. 땀 때문에 그랬다"며 "두 번째 경기에서는 더 많은 투구수를 던졌는데도 덜 힘들었던 게 좋았다"고 돌아봤다.




염경엽 감독은 이정용이 10구 씩 투구수를 서서히 늘리고, 후반기부터는 다른 선발들처럼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온전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돌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아직은 투구수를 늘리는 과정, 다른 선발들처럼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없어 그 부분이 마음이 쓰이기도 한다.

"박동원 선수가 60개로 5이닝을 던지라고 했다"고 웃기도 한 이정용은 "불펜투수들과는 딱히 얘기는 안 했지만 나도 개인적으로 생각은 하고 있었다. 나도 불펜투수를 해봤기 때문에 투구수를 줄여야 뒤가 부담이 덜하다. 그런 부분에서 더 많은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었는데,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고 얘기했다.

그는 "감독님이 하신 말씀을 기사를 많이 통해서 많이 접하기도 했는데,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대로 수행하려고 하고 있다. 불펜에서 워낙 내 마음대로 안 됐기 때문에, 새로운 마음으로 해보자는 그런 긍정적인 생각이 많아졌다"고 얘기했다.



선발투수로 거듭나기 위해 아직은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이정용은 "원래 선발들은 다 루틴이 있더라. 그런데 갑자기 다 따라하면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을 것 같다.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신경을 많이 써주시고 있다"며 "켈리나 (임)찬규 형이 운동하는 부분이나 하루 일과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잘 알려주신다"고 전했다.

선발로서 해보고 싶은 게 있냐는 질문에는 "아직 선발승이 없는데, 선발승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그는 "앞으로 (이닝 당) 투구수를 줄이고, 뒤의 불펜투수들 부담을 덜어주고 싶은 게 나의 마음"이라고 목표를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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