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유준상 기자) "나도 감독님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임찬규가 1승 이상의 의미가 담긴 경기에서 LG 트윈스에 승리를 안겼다. 특유의 '입담'도 여전했다.
LG는 2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4차전에서 9-1로 대승을 거두고 5연승을 질주, 선두 자리를 지켰다. 연승이 중단된 SSG는 LG에 밀려 2위로 떨어졌다.
타선에서는 만루포를 친 김민성이 있었다면, 마운드에서는 역투를 펼친 선발투수 임찬규가 빛났다.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1사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4승째를 올렸다. 11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올 시즌 두 번째 퀄리티스타트(QS)도 달성하며 선발투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회말 최주환에 선제 솔로포를 맞으며 출발이 매끄럽진 않았지만, 임찬규는 3회 이후 안정감을 찾았다. 특히 6회말 2사 1, 3루에서는 SSG 외국인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에서 탈출했다.
경기 후 임찬규는 "삼진이 많지 않았다. 구속이 올라오는 날에는 범타가 많아지는데, 그 부분은 체크해봐야 할 것 같다"며 구속은 소위 말해서 '땡큐'라고 생각했을 뿐 더 강하게 던진다는 생각은 안 했고, 똑같은 커맨드로 생각했기 때문에 결과가 좋았다"고 자신의 투구를 돌아봤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7km/h까지 찍힐 정도로 컨디션이 올라온 상태다. 임찬규는 "던지기 전에 구속은 잘 나올 것 같았다. 뭔가 이런 날씨가 좀 괜찮았고, 느낌이 좋았다. 2021년에도 그렇고 지난해에는 세게 던져서 구속이 나왔다면, 올핸 같은 밸런스로 던졌는데도 구속이 나왔다. '세게'라는 의도가 아니었는데도 이런 구속이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6회말 에레디아의 삼진 상황에 대해서는 "중간에 투수코치님이 올라오셔서 점수 차가 여유 있기 때문에 한 방 맞아도 스리런인 만큼 가장 자신 있는 공을 선택하라고 했다"며 "뭔가 스트라이크를 던진다는 목표보다는 아주 강한 체인지업을 던지고 싶었고, 그게 원하는 대로 들어가서 순간적으로 (주먹을 불끈 쥐는) 세레머니가 나왔던 것 같다"고 복기했다.
임찬규는 4월 중순 이후 선발 로테이션을 돌면서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렸고, 이제는 6이닝을 거뜬히 던질 수 있는 상태가 됐다. 시즌 초반 부진과 부상에 시달린 마운드 사정을 감안하면, 그만큼 임찬규의 역할이 중요했다. 염경엽 LG 감독도 이날 경기를 앞두고 "우리 팀이 버틸 수 있는 축을 만들어준 건 임찬규의 역할이 50% 이상이다. 올 시즌을 치르는 데 있어서 임찬규가 준비를 잘한 게 투수 파트에 큰 도움을 줬다"고 칭찬했다.
인터뷰 도중 염 감독이 자신을 언급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임찬규는 "나도 감독님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스프링캠프 때부터 나의 변화구를 살리라고 했고, 롱릴리프 준비할 때도 어린 투수들이 더 좋기 때문에 그 뒤를 받쳐주자는 말씀을 하셔서 거기에 집중했고 어떻게 하다 보니 선발 자리, 퀄리티스타트, 5이닝 이런 생각을 내려놓게 됐다. 그러면서 내 색깔을 찾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기회가 왔다. (그 이후에도) 기회를 잡으려고 하기보다는 언제든지 롱릴리프로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갔던 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사령탑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시즌 막바지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싶은 욕심은 없을까. 임찬규는 "상황이 돼서 (이)민호나 어린 좋은 투수가 나오면 내가 중간에서 힘이 돼 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며 "목표를 수정하기보다는 그냥 팀이 필요한 자리를 내가 메워주는 게 내 가치도 그렇고 팀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것 같다. 왔다 갔다 해도 상관없기 때문에 욕심이 없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