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유준상 기자) KBO리그에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하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라울 알칸타라가 일본 무대에서는 제 기량을 뽐내지 못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그에게 돌아온 건 방출 통보였다.
그렇다면, '일본프로야구 유경험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두산 외국인 투수 알칸타라는 올 시즌 9경기 56이닝 5승 2패 평균자책점 1.29를 기록 중이다. 20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8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에릭 페디(NC 다이노스)를 제치고 평균자책점 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다승, 이닝(이상 공동 3위) 등 다른 투구 지표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4월까지만 해도 기복을 보이면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경기도 있었다. 알칸타라는 5월 들어 안정감을 찾았다. 4경기 28이닝 3승 평균자책점 0.32를 기록했다. 말 그대로 '짠물 투구'를 선보였다. 알칸타라의 호투 덕분에 팀도 중위권 경쟁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21일 kt전을 앞두고 만난 이승엽 감독은 "이제는 1선발 알칸타라가 던지는 날은 무조건 이긴다는 확신을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주고 있다. 1선발로서 할 수 있는 걸 다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투구수도 그렇게 많지 않은데,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 때문에 우리 팀이 힘들 때 알칸타라 생각을 가장 먼저 할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알칸타라는 2019년 kt 소속으로 27경기 172⅔이닝 11승 11패 평균자책점 4.01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듬해에는 두산 유니폼을 입고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31경기 198⅔이닝 평균자책점 2.54로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그랬던 알칸타라가 일본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2021년부터 2년간 한신 타이거즈 소속으로 뛰면서 63경기 97⅔이닝 4승 6패 평균자책점 3.96을 기록,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겼다.
선발투수로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KBO리그와 달리 한신에서는 불펜투수 역할을 맡아야 했다. 일본에서는 선발로 등판한 경기가 한 번도 없었다.
선수 시절 일본프로야구 무대를 누볐던 이 감독은 누구보다도 그 마음을 잘 안다.
알칸타라의 일본 시절 부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환경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한국과 분명 다른 문화를 접했기 때문에 조금 복잡한 심경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진단했다.
이어 "아무래도 KBO리그가 외국인 선수들에 대해 좀 편하게 대해주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부분이 있다. 일본의 경우 1군 엔트리에 외국인 선수가 네 명이 있어도 (팀당 외국인 보유 선수 제한이 없는 만큼) 2군에도 많은 외국인 선수가 있기 때문에 조금만 (못해도) 바뀌다 보니까 분명히 심적으로 쫓기는 게 있었다"고 덧붙였다.
부진 속에서도 두산이 희망을 찾은 건 알칸타라의 몸 상태였다. 방출 사유 역시 부상이 아닌 부진이었다. 알칸타라 영입 당시 두산은 "알칸타라의 투구 모습, 세부 데이터를 두루 살펴본 결과 KBO리그 최고 수준의 구위와 커맨드를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기량과 인성을 모두 갖춘 알칸타라가 야구장 안팎에서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자신했다.
이승엽 감독은 "(알칸타라가) 부상이 있어서 한신에서 방출된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렇게 기량은 저하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본 야구를 접하면서 디테일한 야구나 상대방에 읽힌 약점 이런 것들을 분명히 보완했고, 성장해서 왔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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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