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6.05 10:46 / 기사수정 2011.06.05 15:47
그러나 사과를 했다고 해서 그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는 건 아니다. KIA 이종범은 4일 문학 SK전 9회말 선두 타자 박정권의 우측 담장을 맞히는 총알 같은 타구를 기가 막힌 펜스 플레이로 연결해 단타로 막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관중에게 직접 글러브를 집어던지려는 시늉을 해 문학 구장뿐 아니라 이 경기를 TV로 시청하고 있던 사람들의 눈살마저 찌푸리게 했다. 프로 선수가 프로스포츠의 주인인 관중에게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었다.
▲ 도 넘은 방해
시즌 초반 좌익수 수비를 자주 나가던 롯데 홍성흔은 이런 하소연을 했다. "외야에 나가면 관중이 제게 별의 별 말씀을 다하세요. 심지어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퍼붓기도 하십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동료들의 말이 더 걸작이었다. "우리는 그러려니 해요. 외야수들의 숙명입니다."
외야수들의 고충이 늘어나고 있다. 야구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외야석이 가득 차는 것도 더 이상 보기 어려운 광경이 아니다. 그런데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야구에서 외야 관중이 외야수의 수비를 방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올 시즌 들어 홈런성 타구를 관중이 페어 지역으로 침범해 걷어가거나 손으로 쳐내 아웃 될 타구를 안타나 홈런으로 둔갑시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경우 볼 데드가 선언되고 심판원이 그런 상황이 없었을 때를 가정해 판정을 내린다. 야구 규칙에 명시가 된 내용이지만 어쨌든 심판원의 임의 판단으로 경기 흐름이 좌우되는 건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나마 이건 양반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리드를 당하고 있거나 혹은 상대팀의 선수가 너무 잘할 때 의도적인 목적으로 음료수 캔이나 오물을 그라운드로 투척해 경기 진행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건 경기 진행을 떠나서 사람의 생명과도 연관이 있다는 걸 감안하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특히 맥주나 음료수 캔은 사람이 잘못 맞을 경우 크게 다칠 수 있다. 더욱이 이날 이종범의 주위로 던져진 맥주 캔은 내용물이 그대로 들어 있는, 개봉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흉기나 다름없었다.
이날 MBC LIFE가 제작한 TV 화면에는 이종범 뿐 아니라 어떤 남자 역시 상당히 격앙된 듯한 모습이었다. 맥주캔 투척 당시의 느린 화면을 살펴보면 그 남성이 실제 던진 것으로 보이진 않았으나 정황상 이종범과 서로 오해가 있는 듯했다. 어쨌든 관중은 프로야구의 주인이다. 하지만 선수 역시 관중으로부터 도 넘은 위협을 받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선수들은 야구장에서 깨끗하고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하는 게 우선일 뿐, 양팀 모든 관중의 기분과 비위를 맞추기 위해 부정한 플레이를 펼칠 이유는 없다. 때문에 실제 선수들은 관중이 던진 흉기로부터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 만약 선수가 다쳐 그라운드에 설 수 없다면, 그건 해당 선수의 플레이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도 실례다.
메이저리그 30개 구장의 경우 실제 이런 유사한 일이 벌어질 때를 대비해 경기장 내에 사법권을 행할 수 있는 경찰관이 배치돼 있다. 숫자의 차이는 있지만 관중이 소란을 피우거나 오물이나 흉기가 될 수 있는 물질나 맥주캔 등을 그라운드에 투척할 경우 그대로 경찰관에 의해 연행된다. 심지어 그 관중은 해당 홈 팀으로부터 향후 홈경기 입장 금지라는 '페널티'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에는 오물 투척 행위가 종종있음에도 아직 이런 사례가 없다. 경호원들은 있지만 사법권을 행사할수도 없을 뿐더러 그 수가 절대 부족하다. 사법권을 행할 수 있는 경찰이 야구장 내에 배치되는 경우는 고위 공무원의 야구장 방문이 아니라면 극히 드물다.
선수든 관중이든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사실 야구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후 우리나라 관중의 관람 문화는 매우 성숙하다. 그러나 항상 일부 관중의 도 넘은 행위가 문제다. 도 넘은 관중의 도 넘은 경기 방해가 이제는 선수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마련돼야 할 때다.
[사진=이종범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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