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6.05 10:48 / 기사수정 2011.06.05 10:48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제국의 진짜 위기가 시작되는가.
SK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4일 문학 KIA전서 2-3으로 패하며 다시 2연패에 빠졌다. 5월 말부터 시작된 타선 침체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4일 경기를 앞두고 SK의 정신적 지주 박경완이 또다시 1군 말소가 됐다. 현재 SK에는 위기 때 팀을 하나로 모아줄 구심점이 없다. 어쩌면 당장 1패보다 그게 더 큰 문제일지도 모른다.
▲ 박경완이라는 허와 실
박경완(39)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포수다. 올해 한국 나이로 불혹이 된 그는 예전에 비해 타격은 부진하지만 여전히 투수 리드에서는 발군의 실력을 드러낸다. SK 김성근 감독도 몸이 성하지 않은 그를 1군에 불러들여 정상호를 구원하는 마무리 포수로 투입시켜왔을 정도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박경완이 투수 리드를 잘하는 건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일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투수 리드 시 가장 중요한 건 투수의 능력이다. 포수가 데이터와 경기 상황, 투수와 타자의 성향 및 당시 상황과 심지어 날씨나 구심의 성향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배합 사인을 내더라도 투수가 포수의 미트에 공을 옳게 넣지 못한다면 결과는 어찌될지 알 수 없다. 심지어 흔히 말하는 '반대 투구'(포수가 원하는 코스 정 반대로 볼이 날아가는 것)에도 최상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게 볼 배합이다.
다만, 박경완이라는 존재는 그 자체로 SK 투수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이 생긴다는 건 어느 정도 사실이다. 실제 SK는 5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이 3.09로 1위지만, 9이닝당 볼넷은 4.57로 최다 2위다. 특히 SK 전력의 요체라 할 수 있는 불펜, 그 중에서도 전병두, 고효준 등 일부 투수는 제구력보다 공의 파워와 위압감으로 승부 한다. 정확한 통계를 잡을 수는 없지만 이런 투수들의 경우 정상호나 최경철, 최동수가 마스크를 쓸 때보다 박경완이 마스크를 꼈을 때 더 큰 안정감을 갖는 경우가 있다.
결국 "박경완 선배가 캐처 박스에 앉아 있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는 의식이 투수의 안정을 이끌어주는 셈이다. 어쨌든 통계 결과를 떠나 김 감독이 박경완을 고집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한명이 아닌 전체가 유기적으로 융합해 승리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SK 특유의 팀 컬러를 봤을 때도 더더욱 구심점의 중요성이 크다. 작년 통합 우승 때도 박경완 효과는 분명 대단했다.
▲ 박경완이 없는 오늘
그랬던 박경완이 올해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작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받았던 오른쪽 아킬레스건 수술 이후 재활 속도가 빠르지 않다. 불혹의 나이라면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오히려 과거 아킬레스건 수술 후 조기 복귀했던 그의 집중력과 정신력이 대단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집중력과 정신력은 SK 선수들에게 알게 모르게 "우린 이길 수 있다"라는 잠재의식을 안겨준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그런 그의 존재감이 없다. 타격과 투수 리드는 고사하고 발이 움직여지지가 않아 포구와 블로킹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벌써 올 시즌 두 번째 1군 말소.
다시 4일 문학 KIA전으로 돌아가보자. 2-2 동점이던 8회초였다. 선두 타자는 KIA 공격 첨병 이용규. 느린 내야 땅볼 안타로 출루했다. SK에는 기분 나쁜 상황. 특히 마스크를 끼고 있는 1군 경력이 일천한 최경철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최경철은 후속 신종길 타석 때 블로킹 실패로 이용규를 2루로 보내줬고 풀카운트에선 이용규의 기습적인 3루 도루에 악송구를 하고 말았다. 그렇게 유유히 홈으로 들어온 이용규는 이날 경기의 히어로가 됐다.
SK 타선은 사실 집중력은 좋지만 파괴력은 뛰어난 편이 아니다. 사실 최근의 타격 집단 슬럼프는 이전 시즌에도 늘 있어왔던 일이다. 하지만, 올 시즌과 같은 포수 부재는 김 감독 부임 이후 거의 없었다. 2009년 박경완의 시즌 아웃때도 '건강한' 정상호가 굳건히 팀 준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정상호는 올 시즌 썩 건강하지 않다. 허리가 좋지 않아 풀타임 출장이 불가능하다. 김 감독이 최동수에게 근 10년만에 다시 마스크를 씌운 건 이유가 있었다. 물론 박경완도 블로킹이 여의치 않고 최경철, 최동수 등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정신적, 심리적으로 믿고 따르며 긍정 효과를 얻었던 원천인 박경완이 1군을 들락거리면서 SK의 구심력이 약해진 건 분명한 사실이다.
LG와 KIA가 어느덧 1~2게임 차로 SK를 압박해왔다. 삼성도 3.5경기 떨어져 있을 뿐이다. 과거 이처럼 많은 팀이 한꺼번에 SK를 압박한 적은 없었다. 거기에다 내부적으로도 팀을 팽팽하게 만들어주는 촉매제와도 같은 자가 자신의 부상과 싸우고 있다. 며칠 전 김 감독의 "SK는 5년만의 최대 위기다"는 말이 엄살은 아닌 것 같다. SK는 정말 위기에 봉착했다.
[사진=박경완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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