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오현규가 유럽 진출 3개월 보름 만에 우승컵 2개를 거머쥐었다. 한국 축구 입장에선 축하할 만한 일이고, 오현규 스스로도 뿌듯할 순간이지만 마냥 긍정적으로만 보기도 그렇다. 무엇보다 그가 뛰고 있는 스코티시 프리미어십(스코틀랜드 1부리그) 수준 논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셀틱은 8일(한국시간) 영국 에든버러 타인캐슬 경기장에서 열린 2022/23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챔피언십 그룹(상위 스플릿) 35라운드 하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뒀다.
셀틱은 이번 승리로 승점 95점(31승 2무 1패)를 기록, 2위 레인저스(승점 82)와의 격차를 13점까지 벌리며 리그 4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조기 우승에 성공했다. 1부리그 2연패에 성공했으며 지난 3월 리그컵 결승에서 레인저스를 2-1로 누르고 우승한 것까지 포함하면 이번 시즌 '더블(2관왕)'을 이뤘다.
이날 경기를 오현규가 우승에 쐐기를 박는 골을 터트렸디는 점에서 더욱 빛이 났다.
하츠전에서 후반 25분 올시즌 리그 득점왕이 유력한 후루하시 교고(24골)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은 오현규는 10분 뒤 호주 미드필더 애런 무이이 왼쪽 측면 크로스를 골지역 정면에서 넘어지며 방향 바꾸는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2-0 완승을 마무리했다. 시즌 4호골이자 리그 3호골 넣은 것은 물론 우승 쐐기골까지 작렬시킨 셈이 됐다.
오현규는 지난 1월25일 수원 삼성에서 셀틱으로 이적하며 유럽 진출 꿈을 일궈냈다. 시즌 중반인 데다 후루하시라는 부동의 스트라이커가 있어 출전 시간이 불투명했지만 리그에서만 12경기를 나섰고 이 중 11경기를 교체로 들어가는 등 조커 역할을 톡톡히 하며 3골로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축하와는 별개로 스코틀랜드 프로축구의 냉정한 현실을 고려하면 오현규의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고도 할 수 있다.
셀틱은 이번 시즌 34경기 중 31번을 이기고 2번 비겼으며 한 번 졌다. 또 득점이 105득점에 달해 경기당 평균 3.1골이라는 가공할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다. 남은 4경기 역시 당장 13일 열리는 레인저스전을 빼면 무난히 이길 것으로 예상돼 승점 100점 초과가 유력하다.
유럽 축구에서 꿈의 기록으로 여겨지는 단일 시즌 100승점, 100골을 눈 앞에 둔 셈이다.
하지만 팀간 수준 차를 좁히기 위해 승강제를 도입하고, 특히 1부리그를 12팀으로 짠 스코틀랜드 상황까지 고려하면 셀틱의 압도적 조기 우승을 마냥 바람직하게 보기도 어렵다.
한 팀이 경기당 3.1골을 넣었다는 것은 화끈한 공격 축구의 수준을 넘어 셀틱과 다른 팀들과의 수준을 의심하게 할 정도의 수치다. 물론 좋은 선수단과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리더십으로 다른 팀보다 차별화된 우위를 점했다고 볼 수 있지만 셀틱이 스코틀랜드에서 어렵지 않게 리그 우승을 차지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점은 리그 경쟁력이 평가절하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셀틱은 지난 2020/21시즌을 제외하고는 최근 10년간 스코티시 프리미어십에서 9번 모두 우승했다. 또 2위 레인저스와의 대결 정도를 제외하면 전반전 대량 득점으로 승부가 일찌감치 결정나는 경우가 많아 김 새는 경기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번 시즌 셀틱의 득실차는 +80으로, 경기당 2.5골 차 이상으로 이겼다는 뜻이 된다. 이어 레인저스가 +48이지만, 4위 하츠(+5)를 제외하면 3위부터 12위까지 득실차가 전부 마이너스다.
이런 이유로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축구대표팀 감독은 셀틱에 일본 선수가 6명이고, 리그 득점 1위까지 있음에도 지난달 유럽 순방 때 셀틱을 전혀 찾지 않았다. 한국 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셀틱 경기를 찾아 스코틀랜드 축구계가 너무 반길 정도였다.
한국에서도 셀틱이나 스코틀랜드 리그를 마냥 좋게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 최근 한 프로축구 관계자는 "사실 스코틀랜드 1부리그는 K리그 팀들이 가서 싸워도 충분히 좋은 성적 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다. 선수들 개인 기량이 떨어진다"고 촌평한 적이 있다.
사진=AP, 로이터/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