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김민재가 한국 축구 치욕의 장소를 33년 만에 역사의 장소로 바꿨다.
나폴리는 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우디네 프리울리 경기장에서 열린 2022/23 세리에A 33라운드 우디네세와 원정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이날 무승부만 기록해도 우승이 확정되는 나폴리는 이날 전반 13분 상대 미드필더 산디 로브리치에서 페널티지역 왼쪽 오른발 감아차기 슛을 허용해 먼저 실점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세리에A 득점 선두인 간판 공격수 빅터 오시멘이 후반 7분 코너킥 상황에서 동점포를 터트리며 나폴리에 우승을 안겼다.
이날 무승부로 이번 시즌 33경기에서 25승 5무 3패를 쌓아 승점 80을 기록한 나폴리는 2위 라치오(19승 7무 7패·승점 64)와 승점 차를 16으로 벌려 남은 5경기 결과와 관계 없이 정상 등극을 확정지었다.
지난해 여름 나폴리로 이적해 팀의 핵심 수비수로 곧장 자리매김한 김민재도 기쁨을 함께 누렸다. 김민재는 이날도 센터백 콤비 중 한 명으로 선발 출격해 90분 풀타임을 뛰고 우승 순간을 만끽했다. 프리울리 경기장에서 환호했다.
격세지감이다. 프리울리 경기장은 한 때 한국 축구에 치욕을 안긴 곳이기 때문이다.
33년 전인 지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은 당시 E조에 속해 벨기에, 스페인, 우루과이와 싸우게 됐는데 베로나에서 치른 벨기에와 1차전 뒤 우디네에서 스페인전, 우루과이전을 치렀다.
결곽는 충격적이었다. 아시아 예선에서 단 한 골만 허용하며 무패로 본선에 올라 벨기에, 스페인 등을 누를 수 있는 전력을 평가받았으나 벨기에 0-2로 진 뒤 우디네로 넘어와 스페인전 1-3 패배, 우루과이전 0-1 패배를 맛 봤다.
특히 스페인과 경기에선 상대 공격수 미쳴 한 명에게 3골을 내주며 해트트릭 치욕까지 당했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3전 전패를 당한 대회는 이탈리아 대회가 유일하다.
그런 곳에서 강산이 3번 변해 한국인 수비수가 서게 됐도, 한국인 첫 번째, 그리고 아시아에선 두 번째로 세리에A 정상에 오르는 스토리를 써내려갔다. 이탈리아 월드컵 때만 해도 트랙이 있었던 프리울리는 이제 관중석을 기존 4만3000여석에서 2만5000여석으로 대폭 줄이고 축구전용구장으로 거듭 났다.
김민재가 선배들의 아픈 기억이 있던 장소는 환희의 장소로 바꿨다.
사진=EPA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