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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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야구 속설'의 세계

기사입력 2005.08.17 08:56 / 기사수정 2005.08.17 08:56

손병하 기자


흔히들 야구를 가리켜 ‘맨탈 스포츠의 꽃’이라고 부른다. 감독과 선수를 포함한 선수단 전체의 정신적인 교감이 형성 되어야만 할 수 있는 경기이기도 하고, 정신적인 부분이나 심리적인 섬세함 하나하나가 경기력에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던지고, 때리고, 달리는 야구의 기본적인 외향적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드러나 있지 않은 심리적인 부분들이 참으로 중요한 스포츠란 얘기이다.

그래서 야구에서는 참 많은 속설이 존재한다. ‘맨탈 스포츠’인 야구의 미세하고 미스터리 한 부분들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언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심리적인 틀 안에서 예측할 수 있는 현상이나 결과들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야구에서 가장 많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야구는 9회 말 투 아웃부터’,'위기 뒤 찬스, 찬스 뒤 위기’라는 속설들도 대부분 이러한 심리적인 면에서 출발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2005 프로야구 올스타전
ⓒ2005 남궁경상


◆투수와 관련한 속설들

▲변화구 하나 익히려면 10만 번은 던져야 한다.
말 그대로, 공의 실밥과 공을 잡는 손가락의 위치에 따라 구질이 변하는 변화구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손에 물집이 잡혔다 터졌다 하는 것을 수없이 반복하는 엄청난 연습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다. 타자 앞에서 궤적과 속도를 바꿔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변화구의 위력을 반증하는 속설이기도 하다.

▲타자와 투수, 처음 상대하는 것이면 투수가 유리하다.
제아무리 4할을 치는 타자라도 투수와 10번 만난 가운데 4번의 안타를 치는 것을 대단 하다고 하는 만큼, 타자보다는 투수가 항상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얘기이다. 그만큼 타자가 투수의 공을 치기가 어렵다는 얘기.

▲따뜻한 지방에서 좋은 투수들이 많이 나온다.
이 속설은 우리나라 프로야구를 토대로 나온 속담인데, 잘 살펴보면 메이저리그도 다름없음을 알게 된다. 아직까지 우리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명투수로 남아있는 선동렬(광주), 최동원(부산), 김시진(대구) 등이 모두 남쪽 지방에서 태어난 데서 생긴 말이다. 또 메이저리그에서도 로저 클레멘스(양키스), 전설의 삼진왕 놀란 라이언(레인저스), 앤디 페티트(휴스턴), 조시 버켓(플로리다), 케리 우드(시카고) 등이 모두, 무더위로 유명한 텍사스 출신이라는 점도 잘 들어맞는 셈이다.

▲좌완은 목숨이 9개다.
일반인들도 마찬가지지만, 야구에서도 좌완은 상당한 희소가치를 지닌 좋은 상품이다. 그 수가 적은 만큼 좌 투 혹은, 좌 타인 상대를 제대로 알고 공략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경험하는 수치가 적으니 어쩜 당연한 이치이다. 좌완은 목숨이 9개란 얘기는 그 희소성과 가치를 인정받으니만큼, 선수로서의 생명이 길다는 얘기이다. 올해로 43인 메이저리그의 ‘빅 유닛’ 랜디 존슨과 불혹에 접어든 ‘회장님’ 송진우가 롱런하는 좌완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타자와 관련한 속설들

▲타격엔 슬럼프가 있지만,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
왜 호타준족의 상품 가치를 높게 책정하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말이다. 방망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하는 타격에는 자신의 심리적인 상태나, 경기 외적인 요소까지 방망이 속에 들어가 항상 실력만큼의 결과가 나오기 어렵지만, 빠른 발은 부상만 아니라면 언제 어디서나 그 몫을 다한다는 얘기이다. 그만큼 빠른 발을 가진 선수들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역설한 말 이라고 할 수 있다.

▲타격왕은 승용차 몰고, 홈런왕은 리무진 몰고 다닌다.
야구의 꽃으로 불리는 ‘홈런’의 의미를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속설이다. 야구에서 실질적으로 팀에 기여하는 측면을 놓고 보면 홈런왕과 타격왕에 대한 영양가 논쟁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 어려울 만큼 팽팽하다. 그러나 늘 나올 수 없는 것이 홈런인 것을 가만 한다면, 오히려 꾸준함이 최대 강점인 타격왕의 가치가 더 빛날 수도 있는 일. 하지만, 축구를 상징하는 것이 시원한 ‘골’이듯이, 야구하면 떠오르게 하는 단어인 ‘홈런’에 대한 강한 의미를 부여하는 속설이라 할 수 있겠다.

▲타격 폼의 정석은 타격 코치의 수만큼 있다.
그만큼, ‘타격의 스윙과 자세 등에는 정석이 없다.’라는 얘기로도 해석할 수 있다. 교과서적인 스윙, 알맞은 테이크-백, 완벽한 팔로스로우 등으로 압축되는 타격의 기술은, 사람의 키와 팔 길이 등의 신체적인 조건이 모두 다른 만큼, 정해진 정석이 있다기보다는 자신에 조건에 알맞게 수정하는 것이 최고라는 얘기이다.

▲목이 아프면, 방망이는 춤을 춘다.
이 말은 타자들이 타석에서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인 ‘헤드업’에 관한 일종의 경고문이다. 위의 속설은 목이 뻣뻣하거나 아프면 고개가 잘 돌아가지 않아, 타석에서 투수가 던진 공을 끝까지 볼 수 있게 된다는 얘기이다. 목이 아프면 자연스럽게 헤드업이 되지 않아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만큼 타석에서 투수의 공을 끝까지 보지 않고 타격을 하게 되면,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없다는 얘기인 셈이다.

◆경기력과 그 외의 속설들

▲병살타 3개면 필패, 한 경기에서 세 번의 기회는 온다.
위 속설들은 야구에서의 아웃 카운트가 3개라는 데서 출발한 속설들이다. 유난히 3 혹은, 3의 배수와 인연이 많은 야구에서 숫자 ‘3’의 의미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얘기이다. 병살타라는 것이 팀의 공격적인 흐름을 끊고 상대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플레이인 만큼, 세 번이나 그런 플레이를 되풀이한다면 고스란히 세 번의 역습을 받게 되어 이기기 힘들다는 것. 또, 아무리 약 팀이라도 한 경기에서 세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도 그만큼 야구에서의 의외성과 심리적인 부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연패를 당한 팀과는 만나지 마라.
이 속뜻은 제아무리 깊고 긴 연패에 빠져 있는 팀이라도 분명 그 연패를 탈출하는 끝이 있는 만큼, 연패 상대를 자칫 잘못 만나면 상대 승리의 희생양이 될 수가 있다는 얘기. 이 말은 연승과 연패도 언젠가는 그 끝이 있다는 뜻으로 항상 분위기나 흐름에 이끌려 다니지 말고,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얘기로도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한신 타이거스가 우승하면 일본 경제가 호황으로 접어든다.
대표적인 상인의 나라인 일본,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상업 도시인 오사카의 ‘상인 정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상인 정신이 투철한 오사카를 연고로 하는 타이거즈가 우승을 하면, 상인들도 덩달아 흥이나 지역 경제는 물론이고 일본 전체의 경제가 신이 난다는 것이다. 그만큼 야구가 그 연고 지역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얘기이다. 지난 1961년 연고를 옮기면서 비록 오사카를 연고로 두고 있지는 않지만, 아직도 많은 오사카 팬들은 한신 타이거즈를 응원하고 있다.

▲AL이 이기면 하반기 증시가 떨어지고, NL이 이기면 오른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일본과 비슷한 속설이 존재하는데, 메이저리그는 올스타전 승-패의 향방이 미 증권시장에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 있다. 실제 통계자료에서도 위의 속설을 뒷받침 하는 데, AL이 이긴 해의 하반기에 S&P지수가 오른 경우는 58%였고 지수 평균 상승률은 2.6%에 그쳤다. 반면 NL이 승리한 해의 76%는 하반기에 S&P지수가 올랐다고 한다. 평균 상승률은 5.3%로 AL이 이긴 해보다 2배 이상 높았던 것이었다. 물론 위의 통계가 ‘꼭 그렇다.’라는 사실의 증명이 아니라, 그만큼 높은 ‘야구 효과’에 대한 재미있는 비교인 것이다.

이 외에도 큰 경기일수록 승-패는 작은 실책에서 갈린다, 바뀐 선수에게 공이 간다,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려라, 포수가 타격에서 한 건 하면 그 팀은 잘된다, 투수 전 다음날은 타격 전, 기록이 깨지면 투수는 흔들린다 등의, 수많은 속설이 야구를 더욱 더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야구를 재미있게 즐기는 또 다른 방법,  야구 주위를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속설에 귀를 기우려 보자.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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