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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불안정한 배우 생활, 나만의 빛을 내고 싶다" [인터뷰 종합]

기사입력 2023.04.14 12:50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배우 박은석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파우스트’ 무대에 오르고 있다. 

‘파우스트’는 선악이 공존하는 인물이 악마와 위험한 계약을 맺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인간이기 때문에 갖는 한계와 실수 앞에서 좌절하던 인물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내용을 담는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베스트셀러 작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20대부터 집필을 시작해 죽기 직전까지 약 60여년에 걸쳐 완성한 인생의 역작이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존재다’라는 메인 대사를 좋아해요. 인간은 너무 살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옳고 아닌 것 사이에서 매 순간 악마의 속삭임과 하느님의 손길 사이를 헤쳐 나가고 어둠의 경로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올바른 선상에 서 있으려고 하고요. 인간은 너무 힘든 거 같아요. 그만큼 삶에는 어려움이 계속 있는데 시련이 닥치면 빨리 배우고 다음 교훈으로 이어 나가는 게 중요해요.”




박은석은 마녀의 영약을 마시고 젊음을 얻은 뒤 그레첸(원진아)과 위험한 사랑을 하는 ‘젊은 파우스트’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박은석을 비롯해 베테랑 유인촌과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인기를 누린 박해수, 연극에 처음 도전하는 원진아가 원캐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무대에서 안 풀리면 일단 나가서 즐겨보자, 해보자 한다. 아이디어가 나올 때도 해보자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라며 팀원들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박해수와의 작업에 대해 특히 “해수 형은 마음이 되게 넓고 그릇이 큰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10년 전에 형의 작품을 보면서 내가 신인 때 저런 배우와 연기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무대를 같이 서게 됐어요. 형과 연기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고 할 정도로 존경했어요. 형에 대해 좋은 말을 많이 듣다 보니 저분이 얼마나 잘하고 대단하길래 인정받고 잘됐을까 했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형과 지내보니 이래서 인정받고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 해요. 포용력도 좋고 인내심도 좋고 진정성이 있고 자기 색깔도 확실해요. 배우고 있어요.” 




박은석은 2010년 SBS 드라마 ‘아테나 : 전쟁의 여신’으로 데뷔했다. 2012년 연극 ‘옥탑방의 고양이’를 시작으로 다수의 연극에서 활약했다. 2019년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를 비롯해 2020년부터 출연한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리즈의 로건 리 역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는 “나만의 색깔을 내는 게 중요하다”라며 끄떡였다.

“배우는 불안정하잖아요. 회사 생활하는 친구들을 보면 정해진 삶, 안정된 삶이 있고 제때 휴가를 가고 몇 개월 먼저 계획을 하거나 은행 대출도 잘 나오는데 시스템에 갇혀 있는 것도 있지만 고정된 부분도 있거든요. 저희는 불안정하다 보니 내가 올해는 잘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고 지금 잘해도 내년이 보장되는 게 아니고 퇴직금도 없고 항상 외줄 타기를 하는 느낌이에요. 너무 많은 사람이 가고자 하는 길이고 많은 플랫폼, 경쟁자들도 있는데 내 색깔, 내 빛을 내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시간이 걸려도 나만이 낼 수 있는 빛이 있을 거로 생각해요.” 



그런 그가 도전하고 싶은 작품은 무엇일까.

“OTT도 많고 아시아 시장이 인기도 많고 힘도 있고 좋은 기획의 작품도 많아요. 대중에게 더 잘 팔리도록 자극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면 너무 많은 것들이 쏟아지다 보니 현대 사회에 필요한 휴먼 드라마 같은 같은 작품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자극적인 것만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본질을 잃게 되니까요. 그렇다고 본질만 얘기하기에는 빠른 템포의 시대이니 그 중간을 가져갈 수 있는 작품에 대한 목마름이 있어요.

영어로 연극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 영어를 잘하는 배우들이 모여 무대에 서는 것도 제 욕망 중에 하나에요. 굳이 한국에서 영어로 해야 하냐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외국으로 초정될 수도 있고 아시아인이 영어 연기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박은석은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있지는 않다. 그저 매 순간 단단하게 지내는 것이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저는 딱히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아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더 많고 회의감도 있을뿐더러 삶이 아름다운 건 계획한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 거거든요. 그래서 매 순간 진실성과 진정성을 담고 임하면 다음 문, 다음 작품이 열릴 거로 봐요. 산꼭대기를 걷다 보면 지치지만 한 계단씩 오르면 내가 언제 여기까지 올라왔지 하는 것처럼요.

종이배 하나를 접어 물 위에 던져놓고 흐르는 대로 살다 보면 되지 않나 해요. 가끔 종이배가 젖어 찢어지기도 하지만 좀 쉬다가 새로운 종이배를 접고 그렇게 사는 것 같아요. 향후 10년은 종이배보다는 플라스틱 정도로 (웃음) 좀 더 단단했으면 좋겠어요. 흐름을 잘 타야죠.”

사진= 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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