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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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소설] 링의 하이에나 - 11화 ’Kyokushin’

기사입력 2005.07.14 04:48 / 기사수정 2005.07.14 04:48

전민승 기자

-Kyokushin-

'아...안돼!카운터다!'

신이치가 알아차렸을때는 이미 그와 백호의 주먹은 서로를 팔을 교차해 지나가 있었다.신이치의 스트레이트는 백호의 얼굴을 크게 빗나가 있었고,백호의 주먹은 신이치의 턱을 그대로 지르고 있었다.통렬한 카운터 어택.순간,관중석에서 일말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카운터!?"

서서히 쓰러져가는 신이치.그가 캔버스에 주저앉아 쓰러졌다.주심은 카운트를 세더니 실신한 그를 보고서는 그대로 손을 흔들어 경기를 종료시켰다.

"이긴......건가?"

비틀거리는 백호.링 코너에서 강성과 세컨드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그를 부축했다.

"괜찮나,백호야?"
"관장님.....제가.....이긴건가요?"
"그래.네가 이겼어.네가 우승한겨야!"
"다행이다...이겼다니....."

강성은 백호의 얼굴을 돌아보았다.그의 얼굴은 신이치의 원투에 의해 받은 대미지로 인해 엉망진창이 되어있었다.그런 그를 보자 강성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 한켠이 아려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장한 녀석....힘들다는 말 하나 없이 묵묵히 연습만 소화해 오더니,그게 드디어 결실을 맺었구나....정
말 기쁘다."

한편 이 광경을 관중석에서 지켜보고 있던 혜린은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정말 잘됐어.백호...."

창진과 정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이제 경기가 끝났으니 이후 사진촬영 같은 것은 더이상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였다.관중들 사이를 헤집고 나가며 창진이 말했다.

"그럼 저녁부터 먹으러 갈까?배도 슬슬 고파지는데."
"그...그래요."

정희의 생각은 전혀 다른 곳에 쏠려 있었다.의외의 상대인 윤백호가 한국대회 챔피언에 올랐다는 사실.그는 그 사실을 납득할수 없었다.

'인정할수 없어.무에타이가 영예의 자리에 오르다니...작년의 노라싱 타이다에 이어 두번째.그래.이 자리에는 우리 극진이 없었어.극진이 있었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졌을거야...'
"뭐해?출구는 이쪽이야."
"아,네.죄송해요."

둘은 격투의 열기가 고조되었던 경기장을 빠져나와 역으로 향했다.

.
.
.

번화가에 인접한 한 모텔.이곳에서 창진과 정희는 침대에 누워 무덤덤하게 TV를 틀었다.뉴스 스포츠란에 들리는 소식은 윤백호의 TA-1 우승 소식.그것이 듣기 거슬렸던 정희는 창진의 몸을 끌어안은뒤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창진씨."
"왜?"
"내일 시간 있으면 우리 도장에 놀러와보지 않을래요?"
"가라데 도장에?"

백호가 우승까지 했으니 앞으로 당분간은 자신에게도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것이다.창진은 간단히 정희의 부탁을 승락하기로 했다.

"뭐,그러지.특별한 이유같은거라도 있나?"
"뭐랄까...창진씨에게 극진도 소개할겸,우리 오빠도 소개해드리고 싶어서요."
"오빠도 가라데를 하나 보군?"
"네.보면 알겠지만 아주 멋진 분이세요."
"그런가...기대되는군."

창진은 TV로부터 시선을 떼어 천장으로 시선을 돌린뒤 생각에 잠겼다.가라데,공수(空手).자신이 습득하는 무에타이와는 어떻게 다른 무도인지 이기회에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

.
.
.

"여기에요,창진씨."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서성이던 창진을 맞이하는 것은 근처 건물에서 나오는 정희였다.정희를 향해 시선을 돌린 창진은 곧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이곳이 맞나?"
"네.이곳이에요.이곳이 바로 극진회관 관악지부에요."

관악지부에 들어선 창진은 조용히 문을 열었다.문을 열자마자 들리는 것은 처음 강성 체육관을 방문했을때와 마찬가지로 웅렁차게 들려오는 기합소리.하지만 위축되지는 않았다.이런 소리에는 이제 익숙해져 있으니까.문을 열고 들어서자,검은 띠를 한 도복을 입은 남자가 창진 앞에 나타났다.

"정희야.네가 말한 남자가 바로 이 남자니?"
"네,이사람이 바로 극진에 관심이 있어서 이곳에 왔다는 사람이에요."

창진과 거의 비슷한 체격의 이 남자는 팔을 교차하며 가라데식으로 인사를 한뒤 웃으며 창진에게 악수를 청했다.

"황영수라고 합니다.정희의 오빠 되는 사람이고,이곳의 사범대리를 맡고 있소.반갑습니다."
"최창진이라고 하우.반갑습니다."

옆에서 정희가 부연설명으로 영수에 대한 칭찬을 시작했다.

"오빠는 전일본 웨이트제 한국대표로 나갈 준비를 하고 계세요.대단하죠?"
"정희야,그런 이야기까지는..."

영수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곧,도장 한켠을 가르키며 창진더러 보게 했다.

"극진에 관심이 있다고 했죠?저사람들이 쿠미테,즉 대련을 하는 것을 잘 봐요.많이 공부가 될 겁니다."

영수가 가르킨 곳에서는 초록띠와 노랑띠를 한 사람 둘이서 쿠미테(대련)를 하기 시작했다.둘은 서로의 몸통을 주먹으로 가격하기 시도하며 로우킥으로 상대방의 다리를 계속해서 노렸다.쿠미테를 보고있던 창진은 한가지 의문점을 정희에게 물었다.

"어째서 주먹으로 얼굴은 공격하지 않는거지?"
"극진 룰에서는 주먹을 사용한 안면타격은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어요.그렇기 때문에 주먹을 써서 상대방의 몸통중 취약한 부분만을 노리는 것이지요."
"그렇군..."

곧 쿠미테가 끝나고 영수는 창진을 불러 도장의 샌드백이 걸린 곳으로 이동시켰다.그리고는 스스로 킥의 시범을 보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제가 이제부터 상단,중단,하단 돌려차기를 보여드릴 것입니다.잘 보도록 하십시오."

이렇게 말한 영수는 자세를 잡더니,

"우리야앗!"

상단 한번,중단 한번,하단 한번 이렇게 킥을 샌드백에 박아넣었다.휘청거리는 샌드백.이것을 본 창진은 한편으로는 놀라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무에타이의 킥과는 비슷한듯 하면서도 다르군.좋아.나도 한번 차볼까....'

영수의 킥이 끝난 직후,창진이 샌드백 앞으로 나섰다.

"내가 한번 차보겠수."
"창진씨가 말입니까?괜찮으시겠습니까?"
"난 괜찮습니다."

이렇게 말한 창진은 자세를 잡더니,왼발 때람뚜와(미들킥)연타를 샌드백에 연타로 먹였다.

"야시!야시!야시!야시!야시!"

아까만큼이나,아니 그 이상으로 샌드백은 크게 휘청거렸다.놀람을 금치 못하는 영수와 정희.

"아니,당신.대체 무슨 무술을 배웠습니까?"
"무술...?설마 무에타이는 아니겠지요.그 무에타이 때문에 내 동생은..."
"정희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정희는 무에타이에 반감을 표시하는 것일까?창진은 알수 없었다.결국,그녀 때문에라도 하얀 거짓말을 하는 수밖에는 없었지만.

"무술?그런건 배운적이 없는걸.난 단지 럭비선수였을뿐..."

영수가 탄성을 내지르며 창진에게 말을 건네었다.

"당신 정말 대단한데!혹시 가라데를 배우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까?"
"가라데,재미있는 무도이긴 하지만,그다지 배울 마음은 없는데..."

영수는 한숨을 내쉬며 그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거 안타깝군요.혹시 나중에라도 관심이 생기면 도장에 꼭 오십시오.내 성심성의껏 지도해 드릴테니."
"알겠수다."

악수를 마친 창진은 정희를 인사를 나눈뒤 도장 문을 나섰다.그런 그를 바라보며 영수는 아쉬운 눈초리를 하고 있었다.

"정말 그냥 보내기 뭐한걸.저런 남자가 가라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말 아쉬워."
"후훗,제가 어떻게든 구슬려 볼게요."

정희와의 이야기를 마친 영수는 다시 관원들을 지도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발걸음을 옮기며 그는 한가지 의문을 머리속에 품었다.

'저남자,진짜 아무것도 배우지 않을걸까?그렇지는 않은것 같은데.....설마,무에타이는 아니겠지?'

.
.
.

인적이 드문 깊은 밤의 관악의 거리.도장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영수와 정희는 손을 잡고 걸음을 맞추어 지하철 역으로 걸어가고 있었다.얼마나 지났을까.영수 쪽에서 먼저 정희를 향해 말을 걸었다.

"정희야."
"?"
"아까 들어서 그러는 말인데.....동생의 일,아직도 가슴에 품고 있니?"
"네..."

영수는 살며시 미소를 짓더니 정희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아이는 소에노의 길을 따랐을 뿐이었어.그것만으로도 그 아이의 행동은 가치가 있었던 것이야.아마 하늘에서도 충분히 그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겠지..."
"네.극진의 호랑이라 불리웠던 소에노 요시지.그는 태국 본토에서 1류 무에타이 전사들을 쓰러뜨리고 무에타이의 성지인 룸피니까지 제압하는 쾌거를 이룩했지요.그 업적...다시는 이룰수 없는 것일까요?"

몇걸음 더 걸음을 재촉하던 영수는 잠시후 걸음을 멈추고는 다시 가슴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 웨이트제가 끝나고 6개월에서 1년정도 준비기간을 거친뒤.....태국에 가볼 생각이야."
"태국?"

정희는 짐작할수 있었다.영수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그곳에서,진정한 최강의 입식타격기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하고 돌아오겠어."

 



전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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