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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트 생각 스쳐 지나갔다"…결승행 걸린 승부처, 홈런왕 자존심 없었다 [WBC]

기사입력 2023.03.21 15:51

박윤서 기자


(엑스포츠뉴스 박윤서 기자) "번트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일본은 2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멕시코와의 준결승전에서 6-5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일본은 2009년 대회 이후 14년 만에 결승 무대 초대장을 받았다. 오는 22일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통산 3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반면 멕시코는 코앞에서 승리를 놓치며 사상 첫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마린스)가 아닌 일본프로야구 홈런왕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였다.

무라카미는 지난해 56홈런을 터트리며 단일 시즌 일본인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했다. WBC를 앞두고 일본 대표팀에서 많은 기대를 받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대회에서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고 결국 4번타자 자리를 반납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무라카미는 삼진 3개를 당했다. 마지막 타석을 앞두고 타율은 0.190까지 하락했다. 팀이 4-5로 끌려가던 9회말 무사 1, 2루에서 무라카미가 마지막 타석에 섰다.

무라카미는 마무리투수 지오반니 가예고스와 맞붙었고 151km/h 직구를 걷어 올려 외야 중앙 담장을 맞추는 끝내기 2타점 2루타를 터트렸다. 무라카미가 팀을 결승으로 이끈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경기 후 무라카미는 "분한 마음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오타니가 2루타, 요시다가 볼넷으로 연결해줬다. 번트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지만, 코치님께 '네게 맡길테니 과감하게 승부해라'고 전달받았다"라고 밝혔다.

무라카미는 팀 승리를 위해 홈런왕 자존심을 내려놓고 번트까지 고려했다. 하지만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무라카미에게 전할 메시지를 코치에게 전달하며 번트 대신 강공을 택했다. 무라카미는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했고 준결승전 영웅으로 떠올랐다.



사진=AFP/연합뉴스

박윤서 기자 okayby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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