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9:05
스포츠

[격투소설] 링의 하이에나 - 2화 ’지상 최강의 입식타격기’

기사입력 2005.07.02 21:03 / 기사수정 2005.07.02 21:03

전민승 기자
-지상 최강의 입식타격기-

'뚜벅,뚜벅,뚜벅'

지하철에서 내린 창진은 또렷한 걸음소리를 내어 역의 계단을 빠져나와 거리로 향했다.그가 향한 곳은 수소문 끝에 알아낸 한 건물.한 10여년 전쯤에 지어져 보이는 이 건물의 3층에는 다음과 같은 간판이 걸려 있었다.

'강성 무에타이 체육관'

"이곳이군."

지난 밤,골목길에서 창진을 간단히 쓰러뜨렸던 남자가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바로 그곳.그곳으로 창진은 발걸음을 옮겼다.

'끼익'

문을 열자,들려오는 것은 미트를 치면서 울려오는 큰 파쇄음.그리고 요란한 기합소리였다.

'펑,펑'
"야시!야시-야시!야시-에-잉!!"

도장의 수련생들은 자신의 수련에만 열중하느라 창진이 들어왔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도 못하고 있었다.그들 중에서,창진은 유독 체격이 큰 한 남자에게로 시선이 끌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남자는 까치발을 한채 다른 한다리의 무릎으로 허공을 계속해서 날카롭게 연신 찍어대고 있었다.창진은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그래,바로 그날밤 자신을 쓰러뜨렸던 바로 그 남자였다.이름은 명함에 적혀있던 터라 이미 알고 있었다.

'강성 무에타이 체육관 사범 윤백호...'

창진은 그 남자에게로 다가가 입을 열였다.

"그날 밤 이후 다시 만나게 되었군.윤백호씨."
"......?"

백호는 연습을 중단하고 창진 쪽을 돌아다보았다.

"당신은 그날밤 만났던 학생?역시나 이곳을 찾아왔군."
"학생 학생 하지 마시지.난 최창진이다."

창진의 싸움닭의 발톱과도 같은 날카로운 눈빛과는 대조적으로,백호는 싸움을 전혀 해보지 않은 사람같은 선한 인상을 한채 웃으며 말했다.

"그래?그거 미안하군,창진.자,차라도 한잔 하면서 이야기할까?"
"됐어.난 관장이라도 만나고 싶은데."
"관장님?관장님께서는 사정이 있어서 태국에 잠시 가셨어.도장은 내가 맡아보게 되었지."
"쳇....."

백호는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띈채 창진을 향해 말을 건넸다.

"용건이라면 관장님이 아니라 나에게 부탁해도 돼.대충 무슨 용건인지는 알것 같지만...."
"네가 어떻게 알지?"
"그것 아닌가.강해질수 있는 답을 찾기 위해서 온것?"
".......!"

창진은 말문이 막혔다.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백호가 전부 내뱉었기 때문이었다.그도 그럴 것이,창진은 이미 지난번 싸움에서 백호에게 자신의 의중을 어느정도 내비친 바 있었다.

"왜,내 말이 틀렸나?"
"틀리진 않아.확실히.....그때의 네놈은 너무나도 강했어.길거리 싸움이라면 이골이 난 날 무기력하게 만들다니...넌 대체 어떻게 그럴수가 있었던 것이지?"

창진에 말에 백호는 웃으며 답했다.

"그것은 무에타이의 힘을 1%도 채 쓰지 않은 것에 지나지 않아."
".........!그런가?무에타이라는건 그렇게 강한 무술이란 말인가?난 믿을수가 없어."

창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태어나서 무에타이 따위의 무술이 있었다는 사실은 너에게 처음 깨지고 나서야 알았어.그런 무술은 올림픽에도,아시안 게임에도,심지어 전국체전에서도 본 적이 없었어.과연 무에타이라는게 태권도나 중국무술보다 강하다고 어떻게 보장할수 있지?"

창진의 말에 백호는 곧 미소를 거두었다.그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창진,세상에는 수많은 입식타격기.즉 서서 싸우는 무술들이 존재한다.한국에는 태권도,일본에는 가라데,중국에는 팔극권을 포함한 많은 무술,프랑스에는 사바테 등....그러나 그 어떤 무술도 태국 본토에서 무에타이를 꺾은 역사는 존재하지 않았어.수많은 중국권사와 가라데가들이 무에타이에게 도전했지만 그들은 모두 무릎과 팔굽에 의해 비참하게 KO되어 나갔지.명심해라,창진.무에타이는 현존하는 세계 최강의 입식타격기다.그 어떤 입식타격기도 무에타이를 꺾을수는 없어.이것이 현실이다."

백호의 말에 창진은 코웃음을 치며 반응했다.

"흥,말만으로 그것을 어떻게 믿지?"
"정 그렇다면...증거를 너에게 보여주지."

이렇게 말한 백호는 창진을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그러더니 책장에서 두개의 비디오 테이프를 꺼내는 것이었다.

"이것은?"
"집에 가거든 이것을 봐.하나는 무에타이의 성지라고 불리우는 룸피니 스타디움 챔피언들의 경기이고,하나는 정말 재미있는 자료야.이걸 보면 무에타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될거야."
"성의를 봐서라도 보도록 하지.그럼 난 간다."

테이프를 챙긴 창진은 인사도 하지 않고 그대로 체육관의 문을 빠져나왔다.

"창진."
"?"
"그거 꼭 봐."
"...알고 있어."

창진은 테이프를 주머니에 깊숙히 꽂아넣은채 계단을 빠르게 걸어내려왔다.

.
.
.

집에 돌아온 창진은,TV와 비디오를 켜고 주머니안에 넣어둔 테이프 중 하나를 꺼내었다.테이프의 라벨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이 표기되어 있었다.

"1990-1992 룸피니 챔피언 매치"

그는 테이프를 비디오에 넣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잠시 기다리자 화면이 뜨고 사각의 링이 창진의 눈에 들어왔다.곧 두 선수의 박진감넘치는 경기를 기대하던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전혀 의외의 것이었다.링에 올라온 두 선수는,바닥에 두 무릎을 꿇더니 왠 춤을 한숨이 나올 정도로 길게 추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백호 이 개자식!누가 춤이나 보자고 이런걸 빌려온줄 아냔 말이다!"

분노한 창진의 손이 빨리감기 버튼으로 향한것도 잠시,얼마있지 않아 시합이 시작되었다.두 선수는 머리에 씌운 장식을 벗기고 서로를 향한채 경기를 시작했다.둘은 백호가 창진을 상대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가드를 하늘높이 올리고 앞발을 덜렁덜렁거리며 서로의 주위를 빙글빙글 맴돌었다.그러다가 간혹 날아오는 채찍과도 같은 킥.그리고 펀치.창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붙었다?"

펀치와 킥을 교환하던 둘이 갑자기 클린치를 스스로 시도하기 시작했다.그리고 클린치 상태에서 송곳같이 상대의 복부를 향해 날아드는 날카로운 무릎공격.창진은 이제껏 볼수 없었던 의외의 공격에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어.....어떻게 저런 공격이 가능한거지.....?"

무릎 공격이 몇차례 난무하던 중,어느 한 선수의 날카로운 무릎이 다른 선수의 허리를 그대로 파고들었다.동시에 쓰러지는 상대편 선수.고통에 몸을 웅크린 선수는 텐 카운트를 셀 동안 전혀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그대로 경기를 종료시키는 심판.승리자는 손을 치켜들어 승리를 환호했다.

"이.......이것이 무에타이인가......."

창진은 빨리감기를 눌러 다음 경기를(지겨운 춤까지 스킵해)관전했다.다음 경기에서도 아까와 같은 선수가 등장하고 있었다.아마도 챔피언이리라.

"어디,이번엔 어떻게 돌아가나 볼까."

이번에도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스탠딩 자세 속에서 펀치와 킥의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4라운드,챔피언의 통렬한 하단 킥이 상대방의 다리에 적중했다.그대로 움찔하며 가드를 푸는 선수.

'저,저거 백호 자식이 나에게 했던 짓이잖아!안돼.저러면 당한다....!"

아니나다를까,그 틈을 놓치지 않은 챔피언의 상단 킥이  상대방 선수의 머리에 아름답게,혹은 잔인하게 꽂혀들어갔다.그대로 쓰러지는 선수.하지만 정타로 맞지 않았던 것일까,그는 텐 카운트가 되기 전에 간신히 일어날수 있었다.

"끈질기군...."

경기는 5라운드로 이어지고,판정으로 갈것같은 종반으로 갈때 즈음.챔피언이 갑자기 상대방 선수와의 거리를 좁혔다.

"뭐지?또 클린치를 하려는 건가?"

하지만 창진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거리를 좁힌 챔피언은 그대로 자신의 팔을 접어 팔굽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휘둘러 찍어눌러 버렸다.

"!!!!"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팔굽에 맞은 선수는 그대로 쓰러져 카운트는 물론,경기가 끝난 직후에도 실신해 일어나지 못했다.이번에도 챔피언의 승리였다.창진은 입을 다물지 못한채 자신의 팔꿈치를 연신 만져보았다.

"어떻게.....이 팔꿈치로 사람을 기절시킬수가 있는 것이지?"

다음 경기도,또 그 다음 경기도 경악의 연속이었다.여타 무술과는 비교할수 없는 화려한 킥과 펀치의 공방,어마어마한 위력의 무릎과 팔굽.....창진은 경악을 금치 못한채 테이프가 끝날 때까지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테이프가.....하나 더 있었지."

그는 떨리는 손으로 다음 테이프를 꺼내었다.테이프에는 다음과 같이 제목이 적혀 있었다.

'무에타이vs타 무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테이프를 재생시키자,아까와는 달리 다소 조잡한 화질의 영상이 창진을 기다리고 있었다.비교적 옛날에 촬영된 영상으로 추정되었다.한글 자막은 이렇게 적혀 있었다.

'무에타이vs중국무술'

화면에는 트렁크를 입은 무에타이 전사와 쿵후복을 입은 중국권사가 대치하고 있었다.얼마있지 않아 중국권사의 매서운 공격이 무에타이 전사를 향해 쏟아졌다.그러나 그것은 전부 창진의 눈에는 가드 위에 부어지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그때였다.공격에 한눈이 팔린 권사가 가드를 허술히 한 사이 무에타이 전사가 쏜살같이 클린치를 하듯 권사와의 거리를 좁혔다.

"설마.....?"

일격은 순식간에 일어났다.무에타이 전사의 면도날과도 같은 팔굽 공격이 중국권사의 얼굴을 그대로 찍어들어간것.그대로 권사는 쓰러져 혼절했다.심판은 무에타이 전사의 승리를 선언했다.

"이것이 무에타이와 중국무술의 차이인가.....?"

다음 경기는 조금은 화질이 좋은 영상이었다.이번에는 아까와는 다른 무에타이 전사와 도목을 입은 한 선수가 대치하고 있었다.자막은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무에타이vs가라데'

경기는 가라데가의 킥 공격으로 시작되었다.가라데가의 킥 공격에 무에타이 전사는 방어하는 것이 고작이었다.그러다가 하단킥으로 견제를 하기를 수어분.갑자기 불꽃과도 같은 무에타이 전사의 킥 공격이 시작되어졌다.상,중,하단.어느곳 하나 틈을 보이지 않는 번개같은 공격에 가라데가는 이전의 페이스를 잃고 실컷 얻어맏고 있었다.

"무에타이가 가라데를 킥으로 이기고 있어.....?"

킥 공격에 얻어맞아 가드를 내린 가라데가의 얼굴에 쏟아져 들어오는 무에타이 전사의 무수한 펀치 세례.승산이 없다는 것을 안 심판은 여기서 경기를 그대로 중단시켰다.선수의 안전을 고려한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창진은 생각했다.

"이것이.....무에타이....."

테이프가 끝나고,창진은 백호가 한 말을 떠올렸다.

'명심해라,창진.무에타이는 현존하는 세계 최강의 입식타격기다.'

비디오를 본 그는 그 말이 결코 허구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비디오를 한데 정리해둔 그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세계 최강의 입식타격기라......이거 온몸이 떨리는걸.......후후훗...."

창진은 내일 체육관으로 다시 가기로 결심했다.단순히 비디오를 돌려주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그것은 세계 최강의 입식타격기 무에타이를 체득코자 함이었다.

전민승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