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도쿄(일본), 박윤서 기자) 첫판부터 마운드 계산이 어긋났다. 심지어 일본도 아닌 호주 타선을 상대로 대량 실점을 범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 대표팀은 차가운 현실과 마주했다. 본선 1라운드 B조 호주와의 1차전에서 7-8 패배를 당했다.
충격적인 건 투수진의 난조였다. 1선발 임무를 맡은 고영표가 5회(4⅓이닝)를 채우지 못했고 사사구 3개와 홈런 1개를 내주며 2실점을 남겼다. 평가전에서 보여준 투구 컨디션을 돌아보면 호주전은 분명 기대 이하였다.
대형 사고는 경기 후반에 터졌다. 7회 마운드에 오른 소형준이 사구와 안타를 내주며 위기를 초래했고 배턴을 이어받은 김원중이 3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승부가 4-5로 뒤집히는 뼈아픈 순간이었다.
게다가 8회 믿을맨 양현종마저 와르르 무너졌다. 내야안타, 2루타, 홈런을 연달아 허용하며 4-8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양현종은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수진의 난조는 심각했다. 안타 10개를 내준 것도 문제지만, 피홈런을 무려 3개나 기록하며 굴욕적인 8실점을 떠안았다.
호주는 메이저리거 애런 화이트필드를 중심으로 마이너리거 로비 글렌디닝, 알렉스 홀 등이 선발 출격했다. 단판 승부의 향방은 알 수 없으나 한국 투수진을 압도할 전력은 분명 아니었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진 것일까. 미국 전지훈련부터 투수진의 페이스가 더뎠고 구창모, 소형준, 곽빈, 정우영 등이 연습 경기에서 휘청거렸다. 한국과 일본에서 치른 평가전에서도 투수진은 물음표를 지우지 못했다.
한국의 불안 요소였던 불안정한 마운드는 결국 본선 첫 경기부터 문제를 노출한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재 한국은 마무리 고우석이 어깨 부근 근육통으로 호주전에 나서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은 9일 호주전을 앞두고 고우석의 상태가 호전 중이라고 밝혔으나 복귀 시점은 불투명하다.
한국은 10일 숙명의 한일전을 치른다. 마운드 선봉에는 '일본 킬러' 김광현이 선다. 투수진은 오타니 쇼헤이, 요시다 마사타카, 라스 눗바, 무라카미 무네타카 등이 버티는 일본 타선과 맞붙는다. 일본은 전날 중국전에서 오타니가 4타수 2안타 2타점 2볼넷, 눗바가 4타수 2안타 2득점 활약을 펼쳤다.
한국전 선발투수는 다르빗슈 유다. 한국은 양의지(3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 박병호(3타수 1안타 2타점) 등이 호주전에서 쾌조의 타격감을 보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서 10년을 뛰며 통산 95승을 달성한 다르빗슈 공략을 장담할 수 없다. 투수진의 분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진=도쿄(일본)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DB
박윤서 기자 okayby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