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도쿄(일본), 박윤서 기자) 세리머니 주루사가 나오지 않았다면, 지우고 싶은 과거 껌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를 일도 없었다. 스스로 자초한 냉혹한 현실이다.
강백호는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 B조 호주와의 1차전에서 역대급 본헤드 플레이를 범했다.
이날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던 강백호는 팀이 4-5로 끌려가던 7회말 1사에서 최정을 대신해 대타로 출격했다. 과거 KBO리그에서 2시즌 동안 활약했던 우완 워윅 서폴드와 맞대결을 벌였고 담장 상단을 직격하는 2루타를 터트렸다. 강백호가 득점권에 위치하며 동점 찬스가 찾아왔다.
그런데 이때 믿을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됐다. 강백호는 2루타를 친 후 세리머니를 펼쳤고 그 사이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졌다. 중견수로부터 공을 받은 2루수 로비 글렌디닝이 이를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강백호를 태그했다. 결국 비디오 판독 끝에 강백호는 아웃 판정을 받았다. 기본을 망각한 플레이가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후 후속타자 양의지가 중전 안타를 치며 허탈감은 더욱 컸다. 충분히 동점 적시타가 될 수 있던 타구였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한국은 8회초 양현종이 3점 홈런을 허용했고, 8회말 3점을 올렸으나 끝내 판을 뒤집지 못했다.
강백호의 뼈아픈 주루사가 직접적인 패인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평가전에서조차 나와서는 안 될 수준 미달의 플레이가 나왔다. 특히 이곳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국제대회이자 한국이 명예 회복을 노리는 WBC다. 강백호는 국가대표다.
이미 강백호는 국제 대회에서 아픈 기억이 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7경기 타율 0.308을 기록하며 제 몫을 해냈으나 노메달 굴욕을 겪었다. 더구나 강백호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색이 짙던 8회 더그아웃에서 무표정으로 껌을 씹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며 질타를 받았다.
이번 WBC에서 강백호는 주홍 글씨를 지우려 했으나 세리머니 아웃 참사로 인해 오히려 홍역을 치렀던 껌 논란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잊고 싶은 기억마저 소환되며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실수는 돌이킬 수 없지만,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강백호는 아픔을 빠르게 털어내고 10일 운명의 한일전에 집중해야 한다. 그라운드 위에 선 강백호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사진=도쿄(일본), 김한준 기자
박윤서 기자 okayby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