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천재 타자’ 강백호의 2022년은 시련의 한해였다. 부상으로 시즌을 시작해 여름이 다가와서야 겨우 전열에 복귀했고, 그 뒤에도 부상 공백을 극복하지 못하고 부진으로 신음하다 한 시즌을 마쳤다. 직전 해까지 꾸준히 성장하며 타이틀 홀더 문턱까지 밟았던 그는 때 아닌 부상 시련에 고개를 숙이며 2022년을 마무리해야 했다.
하지만 강백호는 2023년 시작과 함께 명예회복의 기회를 잡았다. 오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 지난해 그가 기록한 타율 0.245, 6홈런, OPS 0.683이라는 성적은 태극마크를 달기에 다소 부족한 면이 있지만, 이전까지 보여줬던 그의 꾸준함과 ‘한 방’을 이강철 감독은 믿었다.
◆ 올림픽 ‘껌 논란’과 부진, “WBC, 막중한 책임감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강백호로선 지난해 리그에서의 부진과 도쿄 올림픽에서의 아쉬움을 만회할 명예회복의 길이 열렸다. 특히 강백호는 2021년에 열렸던 도쿄 올림픽에서 팀의 아쉬운 성적과 함께 본의 아닌 ‘껌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성적으로는 명예회복을, 국가대표 선수로선 일전의 오해와 주홍글씨를 지울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강백호는 “대표팀이라는 자리는 항상 영광스럽고 책임감이 막중하다. 사실 이번에 뽑힐 줄 몰랐는데 영광스러운 자리에 뽑혀 감격스럽다. 이전부터 WBC라는 대회에 꼭 참가해보고 싶었는데 첫 참가의 기회가 와서 감사하고 책임감이 막중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태극마크의 자부심으로, 경각심을 가지고 매 경기에 임하겠다”라며 WBC에 나서는 각오를 다졌다.
강백호에게 이번 WBC는 기회다. 마이크 트라웃(LAA), 클레이튼 커쇼(LAD) 등 내로라 할 메이저리거들이 WBC 출전을 확정지은 가운데, 빅리그 진출을 노리는 강백호에게 이번 무대가 중요한 ‘쇼케이스’가 될 전망. 그는 “수준 높은 선수들과 함께 뛸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된다.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기대에 걸맞은 성적을 내고 싶다”라고 전했다.
명예회복의 의지도 강하다. 올림픽에서 당한 한일전, 미국전 패배의 설욕을 다짐하기도 했다. 강백호는 “올림픽 때도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지만 결과가 아쉬웠다. 패배를 계기로 더 성숙해졌고, 설욕 의지도 강하다. 이번 WBC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니 좋은 결과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다”라며 설욕 의지를 불태웠다.
◆ “아시안게임 보단 건강한 시즌이 최우선”
2023년엔 이례적으로 국제대회가 많다. WBC는 물론, 가을엔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있다. 지난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 실패로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한 강백호로선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 의지가 간절할 터. 만 24세로 아시안게임 출전 요건 마지노선에 걸쳐 있어 사실상 이번이 병역 혜택을 받는 마지막 기회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강백호는 가을까지 바라볼 여유가 없다. 그는 “다음 국제대회를 생각하기 보단 지금의 WBC에 집중하겠다”라면서 눈앞의 과제에 먼저 집중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강백호는 “WBC에서의 좋은 성적으로 국민들의 관심과 야구 붐을 다시 일으키는 것이 목표다. 아시안게임은 나중에 생각하겠다”라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가을까지는 아직 멀었다. 가을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최우선이다. 부상으로 지각 합류했던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거울삼아 비시즌 몸관리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지난 시즌엔 준비가 부족했다. 모든 준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라고 돌아본 그는 “올 시즌은 부상 방지만 바라보고 갈 생각이다. 부상에 초점을 맞추면 성적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라며 부상 예방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 그는 “작년에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드렸다. 올해는 준비를 정말 열심히 하고 있고, 이전보다 막중한 책임을 갖고 국가대표와 시즌에 임할 생각이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올 시즌 KT 위즈와 WBC 대표팀에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팬들에게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 토끼띠 선수들에게 물었다
Q. 올해는 나의 해! 올 시즌 잡고 싶은 두 마리 토끼는?
"하나에만 집중하고 싶다. 몇 마리 토끼를 잡는 것보단, 내가 (토끼띠 선수들 중) ‘토끼왕’이 되는 데 집중하고 싶다. 최고가 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철저히 준비하고 그라운드 위에선 내 할 것만 잘 한다면 성적은 잘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Q. 교토삼굴(狡兎三窟), 영리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파 놓는다. 올 시즌 나의 키워드 세 가지.
"부상 방지와 다시 챔피언에 도전하는 것, 그리고 야구붐을 일으키는 것이 올 시즌 내 키워드다. 여러 선수들이 ‘베이징(올림픽) 키즈’라는 말을 듣지 않나. 선배들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신 덕이다. 이번 WBC 대회에서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잘 하겠다."
Q. 다음 토끼 해가 돌아오는 12년 후,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은?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타입이다보니, 미래에 대한 상상이 잘 되지는 않는다. 다만 12년 뒤면 지금 바라보는 (황)재균 선배님이나 류현진 선배님, 양의지 선배님의 모습일텐데, 나도 그 선배들처럼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팀에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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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