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5.03 08:48 / 기사수정 2011.05.03 08:48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위태롭지만 한편으로 짜릿하다.
위의 사진 속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일단 자신들의 몸무게를 솔직하게 공개하는 걸 은근히 꺼리는 프로야구 '대표 뚱보'들이다. 그리고 한가지의 공통점이 더 있다. 그건 바로 올 시즌 들어 주루플레이를 할 때 종종 날렵한(?) 모습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 올 시즌 초반 거구들의 전력 질주가 관중과 코칭스태프를 즐겁게 하고 있다.
'나 도루하는 남자야'
지난달 28일 저녁.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이대호 도루' 가 검색 순위 1위를 장식했다. 폭발적인 관심을 받을만한 사건이었다. 롯데 이대호가 2007년 4월 29일 잠실 두산전 이후 무려 1460일 만인 지난달 28일 사직 LG전 2회말 안타를 친 후 1사 1루 상황서 도루에 성공했다. 개인 통산 8호. 비록 이튿날 단독 도루가 아닌 작전에 의한 도루였다는 게 밝혀졌고 본인이 향후 도루를 자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어쨌든 육중한 몸을 이끌고 사직구장의 2루를 훔쳤던 건 지난주 프로야구 최대 화제였다.
사건은 지난 1일 잠실 구장에서도 있었다. 이번 주인공은 이대호의 도루에 허를 찔렸던 LG 조인성이었다. 1일 잠실 넥센전에 나선 그는 9-9 동점이던 9회말 선두 타자로 나서 안타를 친 후 서동욱 타석 때 과감히 2루를 파고들었다.
개인 통산 12호 도루.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정황상 단 1점만 필요했고, 마운드에는 최근 좋은 구위를 보이고 있는 넥센 송신영이 있었다는 걸 감안하면 희생번트 등 진루타 시도가 아닌 조인성의 도루는 더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거구들이 질주하는 이유
결론적으로 이대호와 조인성의 도루는 모두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득점 여부와 승패와는 무관하게 100kg을 훌쩍 넘는 거구의 도루는 상대팀 선수들과 벤치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마디로 상대팀의 허를 찌른 셈이다. 누상의 주자가 적극적으로 베이스러닝을 하게 되면 배터리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뛸 것 같지 않은 주자가 깜짝 도루를 감행해 성공하면 투수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때로는 그게 투수입장에서 심리적인 흔들림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나아가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참고로 2008년 13번을 훔쳤으나 통산 29개로 도루와 거리가 있는 김현수(두산)와 개인 통산 7도루의 박석민(삼성)도 올 시즌 도루를 1개씩 기록했다.
이뿐 아니다. 두산 0.1톤 트리오의 일원인 김동주(두산) 최준석(두산)도 올 시즌 유독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즐긴다. 예를 들어 단타에 1루에서 과감하게 3루로 뛰거나 1루 베이스서 외야 뜬공 타구에 과감하게 2루로 태그업을 시도하는 것도 투수 입장에서는 부담이 생긴다. 이들의 질주는 상대의 허를 찔러 경기 분위기를 뒤흔드는 것은 물론이고 팀 동료와 코칭스태프에게 반드시 경기서 이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워낙 시즌 초반부터 1~2점 박빙 승부가 판을 치다 보니 이제는 거구들의 질주가 옵션이 아닌 필수다. 특히 경기 종반 상대 필승 계투조를 상대로 연타로 득점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아무리 베이스러닝이 약한 선수라고 하더라도 '히트 앤드 런', '런 앤 히트' 등 기본적인 작전이나 슬러시, 페이크 공격에 따른 재빠른 주루가 필요하다.
1점이라도 더 짜내기 위해서 거구들이 연일 몸을 날리고 있다. 기습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수비를 하는 팀도 이들의 베이스러닝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것 같다. 거구들의 질주. 어쨌든 야구팬에게는 흥미로운 일이다.
[사진=이대호 조인성 박석민 김동주 김현수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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